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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경험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지난 20년간 축적된 ‘학범슨’의 자산이 빛날 시기가 왔다.
김학범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 감독은 학구파 스타일로 유명하다. 특히 철저하고 꼼꼼하게 상대 비디오 분석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김 감독의 학구열은 해외 연수, 혹은 유학 이야기를 들어보면 더 자세하게 알 수 있다. 김 감독은 지난 20여년간 전 세계를 돌며 축구 공부를 했다. 단순히 TV를 통해 시청하는 것을 뛰어넘어 현장을 방문해 경기와 훈련 매뉴얼 등을 지켜보며 체험했다. 그가 사비를 써가면서 낯선 환경에 발을 내민 것은 세계 축구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김 감독은 “축구는 전 세계에서 하는 스포츠다. 그만큼 다양하고 빠르게 변한다. 국내에서 배우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라며 쉬지 않고 해외를 다닌 이유를 설명했다.
김 감독이 그렇게 다닌 나라만 해도 십수개에 달한다. 지도자 초기였던 2000년대 초반에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돌며 전술, 트레이닝 방법 등을 공부했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축구 전술을 주도하는 나라라 김 감독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김 감독은 축구 종가인 잉글랜드에서도 연수를 했다. 지난 2018년에는 손흥민이 뛰는 토트넘을 방문했고, 과거에는 풀럼을 다녀오기도 했다. 앞선 2016년과 2017년에는 스페인을 떠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세비야 훈련을 참관했다. 2013년에는 남들이 거의 가지 않는 멕시코, 코스타리카 등 북중미 국가들를 2개월간 돌아다니기도 했다. 김 감독은 “물론 그쪽이 우리보다 우수하다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나라들이 어떻게 축구를 하고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유럽과 남미는 많이 다녔지만 북중미는 저도 생소했기 때문에 공부해보자는 마음으로 떠났다”라면서 “역시 배울 게 많았다. 우리와는 또 다른 모습의 축구 형태, 그리고 선수들의 특성도 자세히 봤다”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김 감독은 전 세계 명장들을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고 영감을 받았다. 풀럼에서는 로이 호지슨 감독이 훈련을 이끄는 모습을 자세하게 관찰했고, 세비야에서는 호르헤 삼파올리, 우나이 에메리 등과의 미팅을 통해 축구 공부를 했다. 에메리의 경우 자신의 SNS를 통해 김 감독과의 만남을 공개하기도 했다. 손흥민의 스승인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도 김 감독의 연구대상이었다. 명장들과의 만남은 김 감독의 지도자 생활에 도움이 되고 있다. 김 감독은 이들과의 짧은 만남을 통해 지도 철학과 전술의 흐름, 훈련 방법 등을 두루 배워 자신의 팀에 맞게 변형해 활용했다. 김 감독은 “그 지도자들의 훈련법과 전술 운영 등을 면밀히 보고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필요한 부분을 보고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축구 공부는 해외 지도자들을 쫓아갈 수 없다. 저는 그 부분을 빨리 보고 한국에 맞게 접목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고집스럽게 해외 연수를 다닌 이유를 얘기했다. 김 감독 부임 후 달성한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우승은 우연하게 이뤄진 것이 아니다.
김 감독은 세계 무대인 올림픽이라는 시험대에 선다. 올림픽에는 유럽과 남미, 북중미, 아프리카 등 다양한 대륙 국가들이 출전한다. 한국도 이들과의 대결을 피할 수 없다. 김 감독은 지도자 생활을 하며 아시아 무대에서 꾸준히 성과를 냈다. 그러나 아시아 외 다른 대륙의 팀이 나오는 대회에는 나선 적이 없다.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김 감독은 걱정하지 않는다. 20여년간 누적된 다른 국가에 대한 정보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전술의 골자와 선수들의 특징, 공략법 등이 그의 노트에 메모되어 있다. 김 감독은 “지금까지 제가 세계를 다니며 축구 공부를 한 게 상당히 많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올림픽에서는 다양한 대륙의 국가들과 대결을 해야 한다. 저는 웬만한 대륙은 다 다녀봤다. 경험을 바탕으로 세부적으로 파고들 생각”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올림픽에서 빠르고 강력한 압박 축구를 구사할 생각이다. 그는 “공격적인 압박이 현대 축구의 흐름이다. 그 부분을 주입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흐름을 얼마나 빨리 쫓아가는지가 중요하다”라면서 “이를 위해서는 체력 뒷받침이 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감독은 어떤 경기에 나가도 피하면 안 된다. 선수들에게도 그렇게 주문한다. 저는 선수들을 믿고, 선수들은 코칭스태프를 믿었기 때문에 우승했다. 올림픽도 다르지 않다. 연령대 대회에서는 충분히 도전할 수 있다”라면서 2012년 런던올림픽 이후 8년 만의 올림픽 메달에 도전하겠다는 구상을 드러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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