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양미정 기자] 곰팡이 호박즙 판매로 유통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임블리 사태가 발발한 지 만 1년도 되지 않아 주식회사 수진이 운영하는 ‘아이주·마리틀’이라는 셀마켓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무책임한 소비자 응대로 생활고까지 겪은 임블리의 선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진의 김수진 대표는 임블리와 동일한 피해자 응대방식을 택했다. 결국 그는 2020 스마트컨슈머들의 표적이 돼 심판대에 올랐다.
◇ 아이주·마리틀은 어떤 회사?아이주는 개인사업자였던 김수진 씨가 2014년 9월 론칭한 의류브랜드다. 그는 ‘단독제작’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명품을 카피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었다. 이후 김 씨는 ‘주식회사 수진’을 설립해 2018년 10월 뷰티브랜드 ‘마리틀’도 론칭했다.
김 씨는 규모를 키우기 위해 SNS활동도 활발히 했다. 소비자들과의 소통을 강조했고 여성 소비자들의 친언니, 친동생, 딸 같은 친근한 이미지로 거대 팬덤을 형성했다. 덕분에 주식회사 수진의 제품을 몇 천만원어치를 구매했다는 소비자도 심심찮게 나왔다.
◇ 소비자들은 왜 배신감을 느꼈나…①허위·과장광고 및 거짓응대김 씨는 많은 제품을 더 비싸게 판매하기 위해 과대·과장광고를 서슴지 않았다. 그는 자사 미스트에 들어있는 인체지방조직유래 줄기세포 배양액이 피부를 드라마틱하게 바꿔줄 것이라며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했다. 또 와이존세럼이라는 자사 여성청결용품이 임신과 성감 증폭에 도움을 준다며 SNS를 통해 홍보했다. 한 고객이 해당 제품의 도움으로 불임을 이겨냈다는 내용이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를 두고 “정확성을 알 수 없는 후기를 효과적인 것처럼 부풀려 광고하는 것은 모두 위반사항”이라고 적시했다.
|
김 대표의 장담에 임산부·어린이를 비롯한 많은 고객이 해당 미스트를 구입했지만 이들이 얻은 건 피부개선이 아닌 피부질환이었다. 부작용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우후죽순 생겨나자 애당초 문제가 있는 모든 제품에 대해 책임지겠다고 장담한 김 씨는 “명현현상으로 인해 화상을 입은 것처럼 벌겋게 올라오는 것”이라며 “나 역시 몸 상태에 따라 피부가 뒤집어졌다 맑아졌다를 반복한다”고 안심시켰다.
|
갈라지고 뭉쳐진 고체 팩트를 받고 불량품이라고 신고한 소비자에게는 “제품 특성상 어쩔 수 없다. 포장지를 뜯었기 때문에 교환·환불은 해줄 수 없다. 공장 측에서 스패츌러로 섞어서 사용하라고 안내했다”고 회유했다. 하지만 기자가 공장 측에 확인한 결과 “이는 사실이 전혀 아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
◇소비자들은 왜 배신감을 느꼈나…②짝퉁 판매 후 나 몰라라
김씨는 또 이른바 ‘짝퉁’으로 불리는 카피 제품을 ‘단독제작’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판매하다 꼬리를 밟혔다. 김씨는 “모방과 카피는 엄연히 다른 것”이라며 “내가 직접 구매한 명품을 뜯어 분석한 뒤 모방품을 만든 것이므로 카피와 다르다”고 해명했다. 피해자 A씨는 “대놓고 짝퉁을 판매하는 경우도 많았다. 고야드 이미테이션을 15만9000원에 판매하기에 혹하는 마음에 구매했는데 네 번 들고 끈이 떨어졌다”며 분노했다. 피해자 B씨는 “김 대표는 명품 착용컷을 올린 후 똑같이 생긴 짝퉁을 만들어 판매한다. 품질이 형편 없는 것은 물론 짝퉁인줄 모르고 샀다가 이미테이션 제품이라는 사실을 알게 돼 너무나도 부끄러웠다”고 토로했다.
|
현금영수증 처리를 제대로 받지 못한 고객들의 목소리도 커져만 갔다. 세금탈루를 의심하는 고객의 문의에 “명예훼손 시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응답이 돌아갔다. 그러자 스마트컨슈머들이 힘을 합쳐 적극적으로 해명을 요구했다. 피해자들의 댓글 공세에 김씨는 고객 댓글 삭제와 계정 차단을 반복적으로 하면서 카카오스토리로부터 일주일(지난달 28일~이달 4일) 간 활동 제한 조치를 받기도 했다. 그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소비자 간의 댓글분쟁으로 인해 제재를 받았다”며 징계의 탓을 소비자에게 돌렸다. 보상을 요구하는 소비자에게는 “법적조치를 가하겠다”고 압박했다.
|
인터넷이 발달하고 쌍방향 소통이 원활해지면서 상거래 방식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특히 스마트컨슈머라고 불리는 똑똑한 소비자들의 활동이 원활해지면서 금전적·신체적 피해를 입고도 일방적으로 당하던 소비자들이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기업에서 위기관리 팀을 두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비자의 불만과 폭로가 나비효과로 기업 신뢰를 무너뜨리고 생존권까지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블리 역시 곰팡이 호박즙 사태 이후 자체 위기관리 팀을 구성했다.
|
아이주 사태 역시 사소한 문제로부터 촉발됐다. 소비자들은 대표와 제품을 믿고 선뜻 결제했고 몇 번에 걸쳐 배송지연, 불량품 배송 등이 일어나도 믿고 기다렸다. 그러나 김씨는 믿고 기다려주던 소비자들을 ‘악플러’로 둔갑시키며 ‘인신공격’을 운운했다. 일이 커지지 않기를 바랐던 소비자들은 업체와 직접 소통하기를 원했지만 업체는 귀를 닫았다. 결국 아이주 측은 고객 불만을 해소할 골든타임을 스스로 놓친 셈이다.
업체 측의 불통으로 불만은 SNS와 커뮤니티를 거쳐 언론사로 전해지며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 임블리 사태와 마찬가지로 아이주의 자체 소비자계정도 생겨났다. 한 소비자는 지난 25일 서울중앙지검에 김수진 대표를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 아이주 사태, 반복되지 않으려면?전문가들은 이번 아이주 사태를 두고 인터넷상거래법 사각지대로 인한 폐해라고 지적한다. 온라인 중개몰을 통한 개인 간 거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지만 관련 법규 미비로 인해 누구 하나 법적 책임을 지지 않으니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몫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온라인 중개몰들은 비슷한 문제가 생기면 “셀러와 바이어 간 거래이므로 책임 소지가 없다”며 발을 뺀다.
이번 논란의 온상이 된 주식회사 수진 역시 카카오스토리를 중심으로 활동했다. 카카오스토리는 전자상거래 서비스가 아닌 단순 SNS채널이다. 따라서 개설자가 자신의 정보를 반드시 입력할 필요가 없고 한 명이 채널을 3개까지 생성할 수 있다. 심하면 계정을 삭제하기도 하는데 카카오스토리를 믿고 거래를 이용한 고객에게는 날벼락일 수 있다.
카카오스토리 관계자는 “우리는 거래플랫폼이 아니므로 주문·결제시스템을 따로 갖추지 않았다는 점을 알아달라. 다만 이번 사태와 같이 이용자들의 불편사항이 누적될 경우 엄격히 조치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관계 법령에 따라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
인천대 소비자학과 이영애 교수는 “전자상거래가 부작용 없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판매자의 도덕성은 물론 법적 안전망이 갖춰져야 한다”며 “배송 지연, 허위·과장광고, 품질 관련 문제가 생겼을 때 중개몰이 구제하도록 하는 분쟁처리기준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비자 역시 제품 구매 시 중개몰이 책임을 지는지, 믿을 만한 판매자로부터 제품을 구매하는지 치밀하게 확인해야 한다. 피해를 입었을 때 즉시 공정위 주관 소비자 피해 콜센터(1372)에 신고해 구제 신청을 하라”고 당부했다.
certain@sportsseoul.com
기사추천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