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예능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도 ‘진짜’가 대세다. 시청자들이 대리만족할 수 있는 판타지와 공감할 수 있는 리얼리티의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는 비(非)연예인 출연자는 연애 리얼리티에서 포기할 수 없는 치트키이기도 하다. 이에 비연예인 출연자의 비중은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잡음 역시 끊이질 않고 있다.

과거 리얼한 연애 예능으로 큰 인기를 얻었던 SBS ‘짝’이 종영한 후, 방송사들은 저마다 대표하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공략에 나섰다. 채널A ‘하트시그널’, tvN ‘선다방’, SBS ‘로맨스 패키지’, Mnet ‘썸바디’, ‘러브캐처’, JTBC ‘너에게 반했음’ 등 비연예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애 예능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특히 ‘하트시그널’, ‘선다방’, ‘썸바디’ 등은 시즌제로 제작되며 어느정도 성공을 거뒀다. 일반인들로만 구성된 건 아니지만 시즌3까지 선보인 TV조선 ‘연애의 맛’은 스타와 비연예인 출연진의 만남으로 실제 커플들을 탄생시키며 많은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비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안고 가야할 위험 부담과 한계가 분명하다. 제대로된 검증을 거치지 않은 출연자가 방송 도중 문제가 터질 경우 프로그램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구설에 오른 ‘하트시그널’ 출연진 인성 논란이 대표적이다. ‘하트시그널’은 오는 25일 첫 방송을 앞두고 출연진 중 전직 승무원 출신의 일반인 여성 출연자가 과거 후배에게 욕설과 폭행 등을 가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미 출연진의 촬영을 완료한 제작진은 프로그램 특성상 해당 출연자의 분량만 드러낼 수도 없기 때문에 난감한 상황이다.

성폭행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시즌1의 강성욱과 상습 음주운전으로 도마에 오른 시즌2의 김현우에 이어 벌써 세 번째 구설이란 점에서도 제작진에 대한 비난이 거센 상황이다. 무엇보다 이들 모두 방송에 출연하기 이전에 물의를 빚은 경우로, ‘하트시그널’ 제작진은 이러한 출연진을 선별하지 못한 것에 대한 사전검증의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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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 출연진에 대한 논란이 비단 ‘하트시그널’만의 문제는 아니다. ‘썸바디’에 출연했던 국립발레단 소속 발레리노 나대한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우려로 인한 자가격리 지침을 어기고 여자친구와 일본 여행을 다녀와 비난의 대상이 됐다. ‘썸바디’ 시즌2 출연자 장준혁은 SNS에 성희롱 단어를 사용한 것이 알려지면서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장준혁은 단어 뜻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방송 중 혹은 이후 출연진이 빚은 문제에 대해선 제작진에게 직접적인 책임을 물을 순 없지만, 프로그램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힌다는 점은 분명하다.

연예인 지망생도 있지만 출연진 대부분이 평범한 일반인이란 점에서 2차 피해도 간과할 수 없다. ‘연애의 맛’은 시즌1의 이필모 서수연 커플이 실제 교제에 결혼까지 이르고, 시즌2에는 오창석 이채은 커플이, 시즌3에는 정준 김유지 커플이 실제 연인으로 발전하며 진정성을 얻었다. 그러나 일반인 여성 출연진들에 대해 일부 시청자들 방송에 나온 부분만 보고 악플을 쏟아내기도 했다. 시즌1에 출연한 김정훈이 ‘임신 중절’ 등 논란에 휩싸이면서 그와 소개팅한 상대인 김진아는 피해자임에도 과도한 관심을 받아야 했다.

연애 리얼리티에서 ‘출연자 검증’을 둘러싸고 비슷한 논란이 반복되는 만큼, 제작진도 더 경각심을 갖고 출연자 선정에 최소한의 검증 시스템은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제작진 입장에서도 검증되지 않은 일반인 출연진들 섭외 과정은 여간 까다로운 작업이 아닐 수 없다. 한 예능 프로그램 PD는 “충분한 사전 인터뷰를 거치지만 출연자가 솔직하게 먼저 말하지 않는 이상 이들의 신상을 일일이 확인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비연예인의 경우 대중의 관심과 악플에 훨씬 취약하기 때문에 논란이 발생하고 나서 2차 피해도 우려된다.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TV조선, Mnet, 채널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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