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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전세계 프로 스포츠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속수무책으로 무릎 꿇었다. 스포츠가 없는 낯선 세상과 직면하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프로 선수들이 펼치는 경기를 더 이상 즐기지 못하고 있다. 감염에 대한 두려움으로 사람들의 야외 활동이 줄어들긴 했으나, 산책을 하거나 가벼운 운동을 즐기는 이들은 여전히 많다. 다만 정점에 오른 프로 선수들의 플레이와는 잠시 작별이다.
야구, 축구, 농구, 배구, 골프 등 각종 프로 스포츠의 시계는 멈췄지만 세상의 시계는 재깍재깍 돌아가고 있다. 스포츠 행사가 없다고 세상이 망할리 없다. 설령 스포츠가 소멸한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을 듯 하다. 스포츠가 채웠던 공간은 다른 무언가로 채워질게 분명하다. 직업 선수는 새 직장을 찾아야 하고 많은 업계 종사자도 생계 유지를 위해 발품을 파는 처지가 되겠지만 말이다.
지금 상황에서 보면 스포츠 업계 보다 세상엔 힘든 곳이 더 많다. 생존이 걸린 여러 당면과제 앞에서 스포츠를 비롯한 문화, 예술은 배부른 소리에 가깝다. 그래서 전세계인의 스포츠 축제인 올림픽의 취소 논란을 지켜보며 “지금 올림픽이 대수냐”하는 목소리가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오기도 한다.
코로나19 사태는 스포츠의 본질과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하게 만든다. 전세계를 강타한 감염병 앞에 무너져 내린 스포츠의 가치는 손바닥에서 빠져나가는 한 줌 모래와도 같다. 그러나 늘 함께 했기에 간과하는 가치도 분명 있다.
스포츠는 인간이 창조한 위대한 작품 중 하나다. 재난 영화에 보면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미술작품이나 문화유산을 따로 챙기는 장면이다. 탈출하는 우주선에 사람은 태우지 않아도 그런 인류의 유산은 싣는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인류의 오랜 정수가 담겨있다.
동일한 규칙 안에서 공정하고 경쟁하는 건 인류의 지향점이다. 약자가 강자를 거꾸러 뜨리는 장면은 희망이다. 사람들은 그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열광한다. 몸을 움직이는 즐거움과 도전을 통한 극복이 곧 스포츠 정신이기도 하다. 하다못해 스트레스를 푸는데 스포츠는 적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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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면 맹위를 떨치는 코로나19도 사그러질 것이다. 토착화 되어 감기로 변형될 수 있고 백신이 개발되어 소멸할수도 있다. 스포츠는 봄꽃처럼 다시 기지개를 펼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전후로 스포츠에 대한 인식은 달라져야 한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스포츠 산업이 줄도산 위기에 처했고 스폰서가 떨어져 나가고 있는 등 손해 규모가 수치로 환산되고 있다. 야구, 축구 등 세계 주요 리그의 손해는 천문학적 액수라는 전망이 쏟아진다.
그런 산업적 측면은 중요하다. 프로 스포츠의 토대 중 하나다. 그러나 코로나19를 통해 드러나는 기본이 있다. 프로 스포츠의 존재 이유는 그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팬이 있어 가능하다는 점이다.
우리는 왜 프로 선수를 보며 응원하고 열광할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못하는 부분을 채워주기 때문이다. 대리 충족이다. 그 선수를 응원하는 건, 나의 꿈과 희망을 응원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왜 경기장을 찾을까. 집에서 편하게 TV로 시청해도 되는데 시간과 돈을 들여 경기장으로 향한다. 그건 같은 공간에서 함께 느끼고 싶어서다. 홈런이 나오는 순간, 함성을 지르는 이유는 홈런 타자나 주변의 관중과 감정을 공유하기 때문일거다.
그런 관중이 한 명씩 모여 프로 스포츠의 단단한 기반을 이룬다.
코로나19로 인해 관중이 떠난 빈 그라운드는 말한다. 팬이 없다면 프로 스포츠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스포츠가 멈춘 낯선 세상이 알리는 메시지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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