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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차분한 어조로 지난 7년간 한국 축구 수장으로 소회(所懷)를 밝히던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쓴웃음을 지은 적이 있었다. 자신이 구단주로 있는 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 얘기를 꺼냈을 때다.
2020시즌 5년 만에 K리그1(1부) 승격에 성공했지만 초반 레이스에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정 회장을 만난 당일까지 K리그1은 6라운드가 진행됐는데 부산은 3무3패로 12개 팀 중 11위로 밀려나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대구FC전도 2-2로 비기면서 7경기째 마수걸이 승리 달성에 실패했다. 정 회장은 “당연히 마음이 편하지 않다”고 웃으며 “선수 구성은 크게 떨어진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아무래도 모처럼 1부에 승격했기에 선수와 감독의 심적인 부담이 크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엇이든 맥박수가 떨어져야 더 잘 하지 않느냐. 흥분한 상태로 있으니 안 풀릴 수밖에 없다”면서 “그저께 (조덕제) 감독과 통화했는데 자신 있어 하더라. 앞으로 더 좋아지리라고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래도 다시 최상위리그에서 경쟁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정 회장에겐 기쁨이다. 지난 2015년 K리그2로 강등된 부산은 절치부심하며 엠블럼 위에 별 4개를 떼어냈다. ‘다시 태어나자’는 의지 아래 2부에서 사투를 벌였다. 하지만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1부 승격 싸움 가운데 부산은 뒷심 부족으로 예상보다 오랜 기간 2부에 머물렀다. 대체로 기업구단이 2부에 장기간 머물면 모기업 차원에서 예산을 삭감하는 일이 잦다. 하지만 정 회장은 기존 예산에서 크게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끝까지 축구단을 지원했고 지난해 조덕제 감독 체제에서 1부로 올라왔다. 그리고 2020시즌 유니폼엔 역대 부산 우승을 상징하는 4개의 별을 다시 달았다. 정 회장은 “물론 (2부에 있을 때보다) 지금이 훨씬 낫다. 이동준이나 권혁규처럼 유스 출신 선수도 남다른 기량으로 관심을 받고 있지 않느냐”며 “사람이 꿈을 먹고 사는데 미래를 생각하면 늘 즐거운 일이다. 이런 선수들이 팀에서 더 성장해서 부산은 물론, 한국 축구를 빛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K리그 구단이 너도나도 허리띠를 졸라매는 분위기에 관해서도 “사회와 경제 환경이 변했기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구단의 효율적인 마케팅 운영이나 스포츠 거버넌스가 성숙하지 않은 면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승강제 등을 거치면서 서로 비교하고 자극받으면서 성숙해졌다고 본다”고 했다. 또 “예를 들어 지난해 돌풍을 일으킨 대구는 (성적을 떠나) 구단 특색을 잘 살리면서 운영했다. 이제 K리그도 감독이나 팀에 대한 평가 기준이 새롭게 정립되고 그에 맞는 투자가 이뤄지리라고 본다”며 “(우승 경쟁하는 팀 외에도) 2부에서 선수 잘 키우고 건실한 팀 혹은 승격에 노하우를 지닌 감독 등 다양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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