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SK 염경엽 감독 경기 중 혼절,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했으면...
SK 와이번스 염경엽 감독이 25일 문학 두산전에서 3-3으로 맞선 2회 팀의 연속 실점으로 3-6으로 리드를 다시 뺏긴 뒤 덕아웃에서 혼절해 응급차에 실려나가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문학=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SK 염경엽 감독이 쓰러진 가운데 극도의 스트레스에 노출된 프로야구 감독들의 건강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스포츠 세계는 냉정하다. 결과에 따라 엄격한 신상필벌이 가해진다. 그러다보니 국내 프로 스포츠 감독들은 팀 성적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과거에도 성적에 대한 부담감과 스트레스 탓에 쓰러진 감독이 적지 않았다.

백인천 전 삼성 감독은 1997년 고혈압과 뇌출혈로 쓰러지며 지휘봉을 내려놓았고, 2001년 롯데를 이끌었던 김명성 전 감독이 성적 부담에 따른 스트레스가 겹쳐 심장마비로 사망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유례없는 4위 싸움을 펼치면서 김 전 감독의 스트레스는 계속 쌓이고 있었고, 7월 24일 야구가 없는 휴식일에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쓰려져 긴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의식을 찾지 못했다. 김인식 전 두산·한화·국가대표팀 감독은 뇌경색으로 쓰러진 적 있고, 경기 때 입을 꽉 다물던 습관으로 인해 잇몸이 망가져 일찍 틀니까지 해야 했다.

이에 앞서 임신근 전 태평양 감독대행은 쌍방울 초대 수석 코치로 임명된 1991년 비극과 마주했다. 그 해 9월 17일 전주종합운동장 야구장에서 OB와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의 타격 훈련을 지도하던 중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숨을 거뒀다. 당시 42세로 비교적 젊은 나이였기에 안타까움을 더했다. 지도자로서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비극으로 기억되고 있다.

한국 야구대표팀 김경문 감독도 NC를 이끌 당시 어지러움증과 급체 증상으로 병원에 입원했다가 뇌하수체 선종을 발견했다. 김기태 전 KIA 감독도 극심한 스트레스로 눈의 실핏줄이 터져 한동안 고생하기도 했다. 이를 감추기 위해 빨간색 선그라스를 끼기도 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지난해 복통을 호소하며 병원에 갔다가 대장 바깥쪽으로 튀어나온 작은 주머니에 염증이 생기는 게실염 진단을 받고 입원치료를 받았다. 스트레스를 음식으로 풀던 게 병으로 이어졌다. 좋아하던 음식까지 조절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축구계에서도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2017년 조진호 전 부산 감독이 클럽하우스로 출발하기 위해 숙소를 나서던 중 심장마비로 쓰러져 급히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사망하고 말았다. 부산은 조 감독 타계 후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지만 결국 승격에 실패하고 말았다.

프로야구는 한 해 적게는 144경기, 많게는 시범경기와 포스트시즌 등을 포함하면 160경기 이상을 치르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성적이 좋지 않으면 온갖 비난을 받게 된다. 거의 매일 스트레스와 싸우는 셈이다. 성적 부진을 이유로 시즌 도중 경질되기도 해 감독 스스로 ‘파리목숨’이라고 하소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성적에 따른 과도한 스트레스와 과로로 쓰러지거나 건강에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

iaspire@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