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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라임CI펀드 투자자정보확인서.

[스포츠서울 권오철 기자] 라임자산운용의 CI(Credit Insured) 무역금융 펀드를 판매한 신한은행 직원이 투자자의 투자성향을 확인하기 위해 작성하는 투자자정보확인서를 임의로 작성했다는 내부 증언이 나와 파장이 예상된다. 투자자정보확인서는 펀드 상품 가입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반드시 투자자 본인이 직접 작성해야 한다. 그러나 신한은행 측이 개입해 이를 사실과 다르게 작성함으로써 안정적인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들이 고위험 상품에 가입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이다.

29일 본지가 입수한 녹취에 따르면 신한은행 소속 PWM센터의 한 관계자는 “내가 고객의 투자자정보확인서 문항에 체크를 했다. 고객의 성명과 도장이 찍혀 있는 서류가 오면 나이를 만으로 계산해서 체크하고 나머지 문항은 답 리스트 중 첫 번째 답으로 체크를 했다. 또한 원금보존 추구 여부 문항은 ‘예’로 체크하면 펀드 상품 가입이 안 되기 때문에 ‘아니오’로 체크했다”고 인정했다. PWM센터는 고액자산가를 상대로 자산관리 및 주식투자 상담을 하는 채널로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 직원들이 ‘원(one)신한’을 내세우며 함께 근무하고 있다.

2700억원 규모의 라임CI펀드는 지난해 4월부터 8월까지 PWM센터에서 판매됐다. 당시 은행의 예금 금리는 연 2%대였고 주가연계증권(ELS)은 5~6%대 수익이 예상됐다. 라임CI펀드의 목표 수익률은 4.0~4.5%였다. ELS보다 안전하고 매출채권에만 투자하며 100% 보험에 가입돼 있어 예금만큼 안전하다는 설명을 듣고 라임CI펀드에 가입했다는 것이 피해 투자자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원금이 보장되는 안전한 투자를 추구했다.

그럼에도 투자성향을 확인하는 투자자정보확인서의 ‘투자하고자 하는 자금은 원금보전을 추구하는 자금인가’라는 문항에는 모두 ‘아니오’로 표기돼 있다. 퇴직자인 투자자도 있었지만 소득 상황을 묻는 문항에선 ‘현재 일정한 수입이 있으며 향후 유지 또는 증가 예상’이라는 답으로 체크됐다. 이 외에도 투자상품에 대한 지식 수준은 ‘매우 높음’으로, 손실은 ‘감수한다’고 표기됐다. 투자자 본인이 표기한 것이 아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자본시장법 제50조 투자권유준칙에 따라 제정한 ‘신한은행 투자권유준칙’에는 투자자정보확인서 작성에 따른 투자성향 적합성판단 기준에 비춰 투자자에게 적합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투자권유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안정을 추구하는 투자성향을 가진 투자자에게 공격적 투자 상품을 권하면 안 된다는 얘기다. 라임CI펀드의 위험등급은 3등급(다소 높은 위험)인데 피해 투자자들은 대부분 첫 번째 문항에 체크돼 ‘공격투자형’으로 평가됐다. 라임CI펀드 가입자들의 투자성향이 임의로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라임CI펀드 피해고객연대 소속 피해자 49명 중 45명이 라임CI펀드에 가입하는 과정에서 작성된 투자자정보확인서에는 나이 관련 항목을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 동일한 답으로 표기가 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고 밝힌 한 라임CI펀드 피해자는 “두 사람이 각 항목을 똑같이 체크할 확률은 2만8800분의 1이며 49명 중 45명이 똑같이 체크할 확률은 0에 가깝다. 피해자들이 전국 단위의 점포에서 라임CI펀드에 가입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항목 표기에 대한 조직적인 관행 또는 룰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고객연대는 45명의 투자자정보확인서를 취합해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와 금융감독원 일반은행 검사국에 제출했고 이를 근거로 라임CI펀드 전체 가입자 470여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금감원에 요청했다.

konplas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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