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호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송중기, 김태리의 ‘승리호’가 베일을 벗는다.

추석 연휴에 맞춰 9월23일 개봉하는 ‘승리호’(조성희 감독)는 2092년,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이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후 위험한 거래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 송중기가 돈 되는 쓰레기를 찾아다니는 조종사 역을 맡아 선장인 김태리, 선원 진선규, 모션캡처 방식으로 로봇을 연기한 유해진과 호흡을 맞춘다.

18일 오전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된 ‘승리호’ 제작보고회에서 조성희 감독은 “10년 전쯤 친구와 식사자리 속 개인적인 대화에서 시작됐다. 우주쓰레기, 즉 우주산업 폐기물들의 확산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빠르고 위험해서 현재에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들었다. 총알보다 빠른 우주쓰레기를 수거하는 우주 노동자에서부터 소재로 삼아 시작하게 됐다”며 제작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송중기1

3년 만에 스크린 복귀작으로 ‘승리호’를 선택한 송중기는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조종사 ‘태호’로 분했다. 냉정해 보이지만 따뜻하고, 허술해 보이지만 천재적인 실력을 갖춘 인물이다. ‘늑대소년’에 이어 조성희 감독과 다시 만난 송중기는 “9년전 ‘늑대소년’ 촬영 당시에도 우주 SF영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주쓰레기라는 소재가 신선했고 한국에서 우주 SF를 처음 시도한다는 도전정신에 가장 많이 끌렸다”며 “감독님의 무궁무진한 아이디어와 만화적인 색깔이 우주 SF와 만나면 어떨까 궁금했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조 감독은 송중기에 대해 “캐릭터의 빈틈을 스스로 채우는 배우”라고 표현했고, 송중기는 “감독님의 세계관은 이미 꽉 찬 상태여서 배우들이 보탤 건 별로 없었다. 저희는 개성있게 살리는 역할만 하면 됐다”고 화답하며 훈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김태리의 연기변신도 돋보인다. ‘아가씨’ ‘1987’ 등 매번 강렬한 인상을 남긴 김태리는 이번 작품에서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리더, ‘장선장’으로 분한다. 늘 술에 절어 막말은 기본, 안하무인의 성격이지만 승리호의 브레인이자 전략가다. 카리스마 넘치는 장선장에 끌렸다는 김태리는 “여성으로서 선장이라는 직함을 가진 다는게 매력적이었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캐릭터인데 그 안에 따뜻함이 있다고 느꼈다. 한국 최초 우주 영화에 일부분이 된다는 기대감이 컸다”고 말했다.

김태리는 올백 단발과 선글라스, 레이저 건을 겨누는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또 한 번의 새로운 변신을 예고했다. 김태리는 “비주얼적인 면은 감독님이 오랜시간 영화를 준비하며 모두 머릿속에 그려놓으셨던 거라 따로 준비하진 않았다. 장선장이 뛰어난 두뇌를 가진 인물인데 클리셰적으로 완벽히 표현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사람냄새 나는게 중요하다 생각해서 완벽하지 않은, 어리숙한 모습들이 묻어날 수 있도록 선배님들과 상의하며 연기했다”고 연기에 주안점을 둔 부분에 대해 말했다.

진선규는 갱단 두목 출신이지만 겉모습과 달리 누구보다 정감 넘치는 마음을 가진 엔진실 담당 선원 타이거 박을 연기한다. 타이거 박에 대해 ‘겉바속촉’이라고 소개한 진선규는 “감독님께서 이전과 다른 스타일을 원하셨다. 그러다 레게머리를 제안하셨고 15시간 걸려서 완성했다. 안 어울리면 그 자리에서 머리를 밀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괜찮더라”라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승리호 김태리

유해진은 한국영화 최초로 로봇 모션 캡처 연기에 도전했다. 유해진이 모션 캡처로 연기한 업동이는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작살잡이 로봇이다. 잔소리쟁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승리호의 분위기 메이커인 업동이는 유해진이 직접 캐릭터에 생동감을 불어넣어 새롭게 탄생했다. 유해진은 “다른 사람이 한 액션에 제 소리를 맞추면 제꺼같지 않은 느낌이 들어서 제가 모션까지 하겠다고 했다. 더 업동이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싶었다. 생소했지만 신선한 것에 대한 목마름이 있어서 좋은 기회였다”고 이야기했다.

총제작비 240억 원이 투입된 블록버스터인 ‘승리호’는 할리우드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미래 우주 배경의 SF장르를 다룬 첫 한국영화란 점에서도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배우들과 제작진은 ‘승리호’는 사람냄새 나는 우주영화라고 입을 모았다. 조 감독은 “고증보다는 상상력에 바탕을 둔 영화지만, 이 이야기 안에 있는 인물들은 지금의 우리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대출 이자금, 공과금을 걱정하고 된장찌개에 쌀밥을 먹는다. 초능력 수트를 입은 할리우드 영웅들이 아닌 한국의 서민들이 우주선을 타고 날아다닌다는 게 우리 영화의 가장 큰 개성이자 차별점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태리는 “우주영화 하면 화려하고 엘리트적인 것을 상상하지만 저희 영화는 찢어진 옷과 양말에 막말까지 정말 구수하다. 사람 사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이라고, 송중기는 “우주영화에 한국적인 것이 많이 묻어나 있어서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승리호’는 9월 23일 개봉한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메리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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