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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 현영민(41) JTBC 축구해설위원은 ‘따뜻한 해설’을 추구한다.
현 위원은 2017년 현역에서 물러난 후 2018년부터 K리그를 중계하기 시작했다. 이제 방송 3년 차에 접어들었다. 선수 출신 해설위원들이 본업을 찾아 떠나는 경우가 많아 비교적 단명하는 업계 특성을 고려할 때 나름 ‘롱런’이라 볼 수 있다. 평가도 나쁘지 않다. 사실 해설의 영역은 예민하고 난해하다. 긴장감 넘치는 생방송에서 말실수를 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듣는 이도 많고 최근에는 팬이나 대중이 더 많은 지식, 정보를 보유하고 있어 작은 실수도 쉽게 드러나는 편이다. 이로 인해 욕만 먹지 않아도 다행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현 위원의 행보는 성공적이라 볼 수 있다. 3년간 해설을 하며 구설수에 오르거나 논란을 만든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는 현 위원의 ‘해설론’과 무관하지 않다. 현 위원은 “사실 저도 흔히 말하는 ‘드립’을 치고 싶을 때가 많다. 친한 감독, 선수에 대해서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배경을 모든 분이 다 아는 게 아니다. 자칫 불편하게 느끼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다. 방송사 방향성도 그렇다. 최대한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해설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징이 없다고 하실 수 있지만 그래도 그게 더 적절한 방향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현 위원은 특히 선수나 감독을 비판하는 일을 경계한다. 그는 “저도 비판할 수 있다. 때로는 그런 말을 하고 싶을 때도 있다. 적절한 비판을 듣고 싶어 하는 분들도 계실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저도 선수 출신으로서 선수들이 흘린 땀을 존중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단 한 장면으로 그 선수를 올바르게 100% 평가할 수는 없다고 본다. 그들이 준비한 과정은 정말 처절하고 치열하다. 누구 하나 대충 뛰는 선수도 없다. 그런 선수들에게 제가 주워담을 수 없는 말로 상처를 주고 싶지 않다. 심판도 마찬가지다. 애매한 판정도 있을 수 있지만 존중하려고 노력한다. 저도 심판 3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들의 마음과 입장을 잘 안다.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따뜻한 해설을 하고 싶다”라는 소신을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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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위원의 배려심은 해설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엿볼 수 있다. 방송 초기까지만 해도 현 위원은 구단의 친한 관계자에게 팀 분위기나 예상 선발 라인업 등을 물으며 해설을 준비했다. 하지만 지금은 철저히 홀로 정보를 수집하며 연구한다. 현 위원은 “처음에는 그 방법이 편하고 좋아 직접 연락해 정보를 얻었다. 그런데 문득 제가 이렇게 정보를 물어보면 상대가 부담을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대 그런 일은 없지만 혹시라도 제가 정보를 상대에게 전달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나. 그렇게 생각해보니 괜히 동료에게 부담을 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제는 그냥 현장에서 만나 라인업을 받은 후 대화를 나눈다”라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어쨌든 그는 재미있게 해설 일을 하고 있다.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는 방송이 적성에 맞는 편이다. 현 위원은 “사실 처음에는 정말 아무 것도 모르고 시작했다. 누구 하나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었다. 그러다 러시아월드컵 때 안정환 선배가 방으로 불러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안약, 포스트잇을 챙겨주시면서 조언을 해주시더라. 정환형이 해설 멘토다. 굉장히 시크한 선배지만 따뜻함을 느꼈다. 그때 조언이 도움이 많이 된다”라면서 “축구장 가는 길이 즐겁고 설렌다. 힘들기도 하지만 오래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할 만큼 재미있다”라고 말했다.
선수 출신 해설위원이 롱런하지 못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단기간 방송 일을 하다 결국 지도자 제의를 받고 전직하기 때문이다. 현 위원도 지속적으로 제안을 받는다. 현 위원은 A급 강습회에서 수석을 차지했다. 특유의 성실함과 모두를 포용하는 넓은 마음 때문에 축구계에서 신망이 두텁다. 이로 인해 프로팀을 비롯해 전임 지도자, 구단 전력강화 관련 부서, 학원 축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현 위원은 “정말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이 크다. 제안을 받으면 당연히 고민을 한다. 그런데 지금 삶에 굉장히 만족하는 편이다. 특히 가족이 좋아한다. 평일에 집에 있는 아빠를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 당분간은 이런 삶을 살고 싶다. 선수 시절에는 집에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현재의 삶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언젠가는 지도자로 변신할 수 있지만 급할 이유는 없다는 생각이다. 그는 “축구인을 만나면 다들 물어본다. 은퇴 후에는 꼭 지도자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지금도 없는 것은 아니다. 때가 되면 저도 지도자로 좋은 성과를 내보고 싶다. 그런데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살다 경기장 밖에서 전체를 보는 일을 하면서 시야가 넓어진 부분도 있다. 선수 출신으로 오래 해보는 것도 좋을 일이라고 본다. 후배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줄 수 있지 않을까. 월드컵도 해설위원으로 가보고 싶다. 당장은 현재를 즐기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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