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희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맨 왼쪽). 제공 | 문체부

[스포츠서울 김경무전문기자] “회장만 참석 가능하며, 대참(대리참석) 불가능합니다.”

대한체육회 산하 경기단체 회장직을 맡고 있는 최태원(대한핸드볼협회), 정몽규(대한축구협회), 정의선(대한양궁협회) 등 대기업 회장들한테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의 스포츠 인권과 관련한 ‘회의 소집령’이 떨어졌다. 참석 여부에 강제성은 없으나, 정부 눈치를 봐야 하는 대기업 수장 처지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대한빙상경기연맹 등 대한체육회 관리단체인 경우, 관리위원장이 참석하도록 했다.

10일 한 경기단체 회장 및 복수의 경기단체 관계자에 따르면, 문체부는 최근 체육정책과 담당자를 통해 오는 15일(화) 오후 2시부터 3시30분까지 서울시 용산구 청파로 373에 있는 문체부 스마트워크센터 제1회의실에서 최윤희(53) 제2차관 주재로 간담회를 개최하기로 했다면서, 각 ‘회원종목단체 회장 1인’이 참석하도록 문자메시지와 공문을 잇따라 보냈다. 내용은 ‘스포츠 분야 인권보호 대책 안내 및 의견수렴’이다. 앞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최숙현 선수 사건이 터진 뒤, 문체부가 각 경기단체 수뇌부를 모아놓고 비슷한 회의를 한 적은 있으나, 대기업 회장들이 여럿 포함된 경기단체 수장이 직접 참여하도록 독려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러나 이번에 필참을 요구하지는 않았고, 경기단체 사무국에서 참석 여부를 회신해달라고만 했다.

이와 관련해 한 경기단체 관계자는 “우리 회장님은 여러 일정이 있어 짬이 나지 않는다. 참여가 어려울 것 같다”며 “문체부에서 회장이 직접 참석하도록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경기인 출신인 한 경기단체 회장은 받은 문자메시지를 공개하며 “다음주 다른 일이 있는데 부회장 등 대리참석 없이 회장 1인이 참가하도록 해 고민중”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비인기종목 단체의 한 사무처장은 “우리 협회는 그런 공문을 받은 적이 없다. 다시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산하 경기단체는 정회원(62개) 및 준회원(5개)가맹단체를 포함해 모두 67개다.

문체부가 경기단체 수장들을 불러모으는 것은, 최근 쇼트트랙 등에서 다시 코치의 학생 구타사건이 터지자 선수들 인권보호 차원에서 경기단체들한테 다시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현재 대한체육회로부터 KOC(대한올림픽위원회)를 분리하는 문제를 놓고 문체부와 이기흥 회장 체제의 대한체육회가 심각한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문체부가 경기단체장을 직접 불러 체육계의 반발기류를 단속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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