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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인.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현대가 더비’ 완패로 우승 전선에 노란불이 켜진 울산 현대는 패배라는 결과 외에도 과정에서 적지 않은 상처가 났다. 특히 김도훈 감독이 야심 차게 최전방 원톱 선발로 내세웠던 ‘U-22 자원’ 박정인의 전반 조기 교체는 서로가 원하지 않았던 최악의 시나리오다.

박정인은 지난 1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K리그1 21라운드 원정 경기에 득점 선두를 달리는 주니오 대신 원톱 선발 임무를 맡았다. 당시 김 감독은 “박정인의 침투 능력을 믿었고 (원정이기에) 상대를 초반부터 급하게 만들고 싶었다”면서 깜짝 카드를 꺼낸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리그 4연패에 도전하는 전북은 울산의 이런 변칙 선발 라인업에 당황하지 않고 킥오프 1분 18초 만에 바로우가 선제골을 넣으며 기선 제압했다. 이때 누구보다 조급해진 건 박정인이었다. 몸에 열도 오르기 전에 팀이 선제골을 내주면서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이후 한 차례 문전에서 절묘하게 전북 방어를 따돌린 뒤 상대 수문장 송범근과 맞섰는데 회심의 왼발 슛이 골문 위로 크게 떴다. 박정인은 직전 대구FC(1-1 무)전에서 후반 1분 역습 상황에서 침착하게 상대 자책골을 끌어낸 적이 있다. 하지만 이날은 뛰는 동작서부터 힘이 들어가면서 득점 기회까지 놓쳤다. 이른 실점과 더불어 초조해진 김 감독은 결국 ‘전반 27분 만에’ 박정인 카드를 접었다. 벤치로 터벅터벅 향한 그의 얼굴은 흙빛이 됐다.

흔히 선발 요원을 전반 도중 벤치로 불러들이는 건 감독이 스스로 전술의 실패를 자인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또 선수에겐 자존심에 큰 상처가 된다. 예상치 못한 조기 실점으로 추격에 불이 떨어진 김 감독으로서는 확실한 해결사 주니오의 조기 투입이 어쩔 수 없었던 상황이다. 다만 박정인에겐 쓰라린 기억으로 남게 됐다.

박정인 카드 실패로 파이널 라운드까지 올 시즌 잔여 6경기에서 울산의 U-22 경쟁도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관심사가 됐다. 김 감독은 시즌 초반엔 공격형 미드필더 이상헌(8경기)을 중용하다가 6~7월엔 멀티 카드 설영우(9경기)를 내세웠다. 하지만 최근 5경기 중 4경기에서는 박정인에게 기회를 줬다. ‘현대가 더비’의 상처를 떠안은 박정인에게 한풀이 기회를 줄지, 아니면 단단히 벼르고 있는 이상헌이나 설영우에게 다시 출전 기회가 돌아갈지 지켜볼 일이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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