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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니 부샤르. 출처=롤랑가로스 홈페이지

[스포츠서울 김경무전문기자] “분명히 나는 힘든 순간들을 보낸 것 같아. 깊은 추락이 있었지. 그렇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나에 대한 믿음은 아직 살아있지. 나의 기술은 사라지지 않았어. 내가 전에 성공했다는 것도 알고 있다는….”

지난달 27일 시작된 2020 롤랑가로스(프랑스오픈)에서 2014년 혜성처럼 여자테니스(WTA) 투어에 나타났다가 어느 순간 추락의 길을 걸어온 미모의 여자 선수가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하고 있다. 주인공은 과거 ‘제2의 샤라포바’로 불렸던 유지니 부샤르(26·캐나다)다. 세계랭킹이 100위권으로 떨어져 와일드 카드를 받고 롤랑가로스 무대를 다시 밟게 된 그는 여자단식 1회전에서 113위 안나 칼린스카야(22·러시아)를 세트스코어 2-0(6-4 6-4)으로 누르더니, 30일엔 모스크바 태생의 다리아 가브릴로바(26·호주)한테 2-1(5-7 6-4 6-3)로 역전승을 거두고 3회전(32강)에 진출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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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니 부샤르의 서브. 출처=롤랑가로스 홈페이지

현재 세계랭킹 168위로 처져 있는 부샤르는 와일드카드임에도 3년 만에 처음으로 그랜드슬램대회 3라운드의 한자리를 차지했고, 세계 54위인 이가 스위어텍(19·폴란드)과 16강 진출(4회전)을 다투게 됐다. 부샤르는 만 20세이던 2014년, 호주오픈과 롤랑가로스 4강, 윔블던 결승 진출 등 빼어난 외모에 출중한 실력까지 뽐내며 테니스팬들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세계랭킹도 5위까지 치솟았다. 그해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WTA 투어 여자단식 첫 우승까지 차지했다. 앞서 2013년엔 WTA 신인상까지 받으며 차세대 스타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후론 왠지 모르게 투어 무대에서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했고, 점차 잊혀진 스타가 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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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니 부샤르. 출처=롤랑가로스 홈페이지

“부샤르의 테니스는 고군분투했을 지도 모르고, 그 이후로 순위가 미끄러졌을지도 모르지만, 그는 이름 옆 순위를 떠나 자신이 스포츠 정상에 속한다는 완고한 믿음을 결코 놓지 않았다.” 롤랑가로스는 부샤르의 이번 선전과 관련해 이런 해석을 내놓았다. 어쨌거나 이번 롤랑가로스에서 그가 화려한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자신의 역량과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불과 2주 전 터키 이스탄불의 클레이코트에서 열린 투어 대회에서 4년여 만에 처음 결승에 오르며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한 그였다. 롤랑가로스에 6번 출전해 6년 전 4강 진출이 최고성적이었던 부샤르가 이번에 어떤 성적을 낼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kkm100@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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