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척=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지난 8일 야구계는 키움 손혁 감독의 자진 사퇴 소식으로 떠들썩했다. 키움은 8일 고척 NC전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손 감독의 자진 사퇴 소식을 전했다. 치열한 순위 싸움 중 뜬금없이 나온 손 감독의 퇴진에 야구계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키움은 8일 “손 감독이 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NC와 경기가 종료된 후 김치현 단장과 면담을 갖고 감독 사퇴 의사를 전달했고, 구단은 내부 논의를 거쳐 손 감독의 자진 사퇴 의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손 감독의 뒤를 이어 김창현 퀼리티컨트롤 코치가 감독대행으로 선임됐다. 이 또한 파격적인 인사였다.
키움은 경기 전 김창현 대행과 김치현 단장이 모두 인터뷰실에 들어와 감독 교체와 관련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깔끔하게 풀리지 않는 의문점이 있었다.
◇“전날까지 잔여 경기 일정 얘기했는데…” 성적부진으로 자진사퇴?최근 손 감독이 성적부진으로 비판의 대상이 된 건 맞다. 그래도 키움은 손 감독의 자진 사퇴가 발표된 날 리그 3위였다.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고, 손 감독에 대한 평가는 포스트시즌이 모두 끝난 뒤 이뤄져도 된다. 키움은 손 감독이 7일 경기 종료 후 김치현 단장을 만나 성적부진 때문에 직접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했지만, 만회할 기회가 충분히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성적부진으로 사퇴를 결심했다고 보기엔 석연치않은 구석이 있다. 구단 내부적으로 누군가와 트러블이 있었던게 사퇴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나오는 이유다. 손 감독은 자진 사퇴 발표 전날까지 잔여 경기 일정을 두고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랬던 손 감독이 갑자기 성적부진을 이유로 지휘봉을 내려놨다는 사실은 납득하기 힘들다.
|
◇자진사퇴인데 잔여연봉 지급?
자진사퇴는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놓는다는 의미다.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스스로 사령탑에서 물러나는 감독에게 구단이 굳이 잔여 연봉을 지급할 의무는 없다. 그럼에도 키움은 손 감독에게 잔여 연봉을 지급하겠다고 밝혀 의문을 낳았다. 이에 대해 김치현 단장은 “감독님이 처음 취임하면서 여러가지 어려운 상황을 떠안았다. 코로나19가 있고 선수들의 부상도 있었다. 그럼에도 한 번도 불평불만이 없으셨다. 너무 감사했다. 감사의 표시로 해드려야된다고 생각했다. 사장님께서도 그렇게 생각하셨다”고 연봉 보전 이유를 설명했다. 잔여 연봉 지급은 일반적으로 ‘경질’된 감독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아무리 키움이 손 감독에게 고마운 마음이 있다고 하더라도 철저한 비즈니스 관계로 얽혀있는 프로의 세계에서 발생한 난데없는 키움의 ‘온정주의’는 이해하기 어렵다. 손 감독은 키움과 계약기간 2년, 계약금 2억원, 연봉 2억원 등 총액 6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
◇수석 코치가 아닌 QC 코치가 감독 대행?
일반적으로 감독이 시즌 도중 지휘봉을 내려놓으면 수석 코치 혹은 다른 파트 코치가 대행으로 선임된다. 하지만 키움은 김창현 퀄리티컨트롤 코치를 감독 대행에 앉히는 인사를 단행했다. 이에 대해 김치현 단장은 “퀄리티컨트롤 코치는 전력분석팀의 자료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역할을 한다. 항상 회의때도 같이 있다. 경기 중에 각 파트 코치들은 경기를 전체적으로 보기 힘들다. 우리팀은 감독, 수석코치, 퀄리티컨트롤 코치 세 명이 경기를 보면서 선수 운용을 전담했다. 손 감독님이 사퇴한 시점에서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을 하면 수석코치의 역할을 퀄리티컨틀로 코치가 수행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반대로 퀄리티컨트롤 코치가 감독대행을 하면 수석코치가 적극적으로 도와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김창현 대행 선임 이유를 밝혔다. 키움이 포스트시즌 진출이 멀어진 상황이라면 김치현 단장의 설명이 납득이 간다. ‘파격’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하지만 현재 키움은 2위 자리 탈환을 놓고 치열한 순위싸움을 하는 팀이다. 아무리 손 감독을 지근 거리에서 보좌했다고 하더라도 지도자 경험이 일천한, 검증되지 않은 인사를 이 중대한 시기에 감독 대행으로 앉힌 건 결코 일반적이지 않다. 오히려 선수단의 동요가 커지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김치현 단장은 “김창현 대행 체제로 포스트시즌까지 치른다”고 말했다.
superpower@sportsseoul.com
기사추천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