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챙김의시_류시화엮음

[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2020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로 미국의 시인 루이스 글릭이 선정된 후 루이스 글릭의 작품에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으로 이민 온 헝가리 유대인의 후손인 루이스 글릭은 자전적인 시를 쓰는 시인으로, 십 대에 거식증을 심하게 앓아 정서적 혼란으로 7년 동안 심리치료를 받으며 고등학교와 대학교도 정상적으로 다니지 못했다.

시적 기교와 감수성이 뛰어나며, 삶의 고독과 고통 속에서도 소생하려는 생명의 의지를 표현해 온 글릭은 ‘야생 붓꽃The Wild Iris’으로 퓰리처 상과 미국시협회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 상을 받으며 미국의 대표적인 시인으로 자리잡았다.

글릭이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되면서 그의 작품에 관심을 갖는 독자들이 늘고 있지만 국내에는 번역된 시집이 아직 없는 상황이다. 현재 류시화 시인이 엮은 시집 ‘마음챙김의 시’(수오서재)에 ‘눈풀꽃Snowdrops’을, ‘시로 납치하다’(더숲)에 ‘애도Lament’를 번역 소개해 주목받고 있다.

루이스 글릭의 시를 국내에 소개해온 류시화 시인은 “상처받기 쉬운 육체와 정신을 소유하고 고난과 시련으로 얼룩진 시간들을 살았지만 글릭의 시는 가슴이 원하는 진실한 것, 인간의 여정에서 상실과 화해하고 삶을 포용하려는 의지를 고백 투의 운율에 실어 노래한다. 특히 ‘눈풀꽃’은 인생이라는 계절성 장애를 겪으며 잠시 어두운 시기를 지나는 사람들에게 읽어 주고 싶은 시”라고 말했다.

다음은 루이스 글릭의 ‘눈풀꽃’ 전문.

눈풀꽃

루이스 글릭(류시화 옮김)

내가 어떠했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아는가.

절망이 무엇인지 안다면 당신은

분명 겨울의 의미를 이해할 것이다.

나 자신이 살아남으리라고

기대하지 않았었다,

대지가 나를 내리눌렀기에.

내가 다시 깨어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축축한 흙 속에서 내 몸이

다시 반응하는 걸 느끼리라고는.

그토록 긴 시간이 흐른 후

가장 이른 봄의

차가운 빛 속에서

다시 자신을 여는 법을

기억해 내면서.

나는 지금 두려운가.

그렇다, 하지만

당신과 함께 다시 외친다.

‘좋아, 기쁨에 모험을 걸자.’

새로운 세상의 살을 에는 바람 속에서.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