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2020 KBO리그 LG 트윈스와 SK 와이번스의 경기가 지난 9월 2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SK 문승원.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아직 종착역에 도달하지 못했는데 시즌아웃을 선언하고 퇴장하는 투수들이 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큰 혼란 속에서 시즌을 맞이했고 어느 때보다 촘촘한 일정을 소화한 데에 따른 후유증이다. 시즌 후에는 더 많은 투수들이 이런저런 통증에 시달리거나 수술대에 오를 수 있다. 결국 2021시즌 순위표도 투수진의 건강과 직결될 전망이다.

예상한 그대로다. 시즌 초반부터 많은 지도자들이 투수의 과부하를 우려했고 실제로 시즌 막바지 이탈자가 늘고 있다. 손혁 전 키움 감독은 지난 6월 “이대로라면 올해보다 이듬해가 더 어려울 수 있다. 올해 무리한 데에 따른 문제가 이듬해에 더 크게 다가올 것”이라고 걱정했다. LG 류중일 감독 또한 “더블헤더에 월요일 경기까지 참 힘든 일정 속에서 올시즌을 보내고 있다. 올해만 야구하고 말 것도 아니지 않나”라고 험난한 일정을 소화하는 데에 따른 아쉬움을 드러냈다.

올해 토종 선발투수 중 가장 뛰어난 평균자책점(3.65)을 기록한 SK 문승원은 지난 6일 시즌아웃을 선언하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2년 연속 선발투수로서 경쟁력을 증명한 한화 장시환 또한 지난 13일 올시즌 마침표를 찍었다. 둘다 팔꿈치 뼛조각 제거수술을 받기 위해 시즌을 마무리했다. 투수로서 큰 수술은 아니지만 어쨌든 회복과 재활 기간이 요구된다. 다시 마운드에 서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만큼 SK와 한화는 이들이 이듬해 정상적으로 시즌을 소화할 수 있도록 보다 이른 시점에서 수술을 계획했다. 마무리투수로 개막전을 맞이했던 두산 우투수 이형범은 이미 지난달 29일 오른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당연히 올시즌 남은 경기에 등판할 수 없고 이듬해 복귀를 목표로 삼고 있다.

외국인투수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후반기 맹활약을 펼쳤던 한화 채드 벨은 시즌을 조기에 마무리한 후 미국으로 떠났다. 미국에서 팔꿈치 수술을 받을 계획이다. KBO리그 3년째를 소화한 LG 타일러 윌슨은 지난 4일 수원 KT전 도중 팔꿈치에 통증을 느껴 이탈했다. 현재 포스트시즌 합류를 목표로 재활 중인데 윌슨은 올해 구속이 급격히 저하되며 지난 2년보다 고전했다. 외국인투수들의 경우 시즌을 앞두고 2주 자가격리까지 겪으며 시즌 준비에 차질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벨과 윌슨도 4월 입국 후 2주 동안 자가격리했고 준비 기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개막을 맞이했다.

[포토]뷰캐넌의 시즌 13승 축하는 허삼영 감독
삼성 선발투수 뷰태넌이 지난 9월 15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0 KBO리그 KT와 삼성의 경기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13승을 거둔 뒤 허삼영 감독과 주먹을 맞대고 있다. 수원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몸상태와 관계없이 시즌을 마무리한 투수도 있다. 한화 김민우는 당초 코칭스태프가 설정한 이닝을 채우면서 시즌을 마쳤다. 삼성 외인투수 잔혹사를 끊은 데이비드 뷰캐넌도 지난 17일 대전 한화전에서 15승을 달성한 후 18일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삼성은 27경기 174.2이닝을 소화한 뷰캐넌과 이듬해도 기약하기 위해 일찌감치 뷰캐넌의 2020시즌을 종료시켰다.

현재 각 구단은 마무리캠프 및 이듬해 스프링캠프를 준비하며 투수들의 컨디션을 면밀히 체크하고 있다. 가장 긴 시즌을 보낸 만큼 어깨와 팔꿈치 상태를 점검하면서 경우에 따라선 훈련보다는 휴식에 초점을 맞춰 계획을 짤 전망이다. 올해 후유증을 최소화해야 이듬해도 기약할 수 있다. 마운드 뎁스가 곧 순위표를 결정되는 흐름은 2021시즌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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