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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학.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글·사진 이주상기자] “아버지 없이 살아왔는데 어머니 덕분에 이 자리에 있는 것 같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18살 파이터 오일학이 눈물을 떨구었다. 지난 17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핫식스 아프리카 콜로세움에서 ARC 003 대회가 열렸다.

메인이벤트는 특전사 출신의 백전노장 김은수와 신예 오일학의 계약체중 대결이었다. 37세의 김은수, 18살의 오일학. 무려 19살 차이가 났다. 관록의 김은수는 “내가 선수 겸 체육관을 운영하는 관장이다. 오일학에게 패배하면 체육관의 명성에 금이 간다”며 자신의 명예를 걸고 대결에 임했다.

오일학은 지난해 데뷔전을 치른 신인선수. 엄청난 파워에 비해 다듬어지지 않은 기술로 두차례 경기를 벌여 모두 승리했다. 2연승의 탄성이 이번에도 이어질지 팬들의 주목을 끌며 케이지에 올랐다.

결과는 오일학의 1라운드 10초 KO승. ARC 사상 최단시간 KO승이어서 관계자는 물론 팬들을 경악시켰다. 또한 이번 경기로 오일학의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다시 한 번 눈여겨보게 됐다.

경기 후 오일학은 들뜬 마음으로 인터뷰를 하지 못하고 눈물만 떨궜다. 바로 그의 어머니 때문이었다.

오일학은 “챔피언이 돼서 어머니께 효도하고 싶다. 지금까지 힘들게 어머니께서 키워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아버지 없이 살아왔는데 어머니 덕분에 이 자리에 있는 것 같다. 어머니 사랑합니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오일학(18·팀 스트롱울프)은 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그가 2살 때 돌아가셨고, 형,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오일학이 운동을 시작한 건 팀 동료인 박정은의 어머니와 인연이 이어지면서다. 박정은이 팀의 수장인 이동혁 관장에게 오일학의 가정사를 이야기 했고, 팀 스트롱울프에서 운동하게 되며 격투기 선수 생활이 시작됐다.

이동혁 관장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오일학이 무료도 체육관에서 운동할 수 있게 해줬고, 대선배인 임동환도 자신의 격투기 용품을 주며 오일학의 운동을 도왔다. 박정은, 고동혁 등 팀 동료들도 최선을 다해 도왔다.

2019년 데뷔할 당시부터 오일학은 “아버지가 한국 분이시고, 어머니가 필리핀 분이시다. 두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없었는데 어머니께 물어보니 아버지가 술, 담배를 많이 하시면서 건강이 안 좋아졌는데, 병원을 늦게 가서 치료를 못 받고 돌아가셨다고 들었다”며 솔직하게 가정사를 공개하기도 했다.

오일학은 “경기를 빨리 끝내서 너무 좋다. 관장님에게 너무 감사드린다. 시합 잡힌 후에 계속 챙겨주고 팀원들도 계속 도와줬다. 준비를 진짜 많이 했다. 강한 상대랑 경기하고 싶고, 미들급 챔피언이 되고 싶다”며 포부를 전했다.

rainbow@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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