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권오철 기자 konplash@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권오철 기자] 과거 키코 판매사들의 사기혐의를 수사한 검찰이 ‘은행이 기업에 가격정보를 제공했다’는 이유 등으로 불기소처분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올해 국정감사와 피해기업의 증언을 통해 복수의 은행들이 기업에 가격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검찰의 부실수사 의혹이 제기됐다.

키코 사태 관련 불기소결정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2011년 7월 키코를 판매한 은행들에 대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에 대해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내렸다. 이 문건에서 검찰은 불기소 이유를 설명하며 ‘은행이 키코 계약 체결 후 기업에게 교환되는 콜옵션과 풋옵션의 가치가 대등한 것으로 표기된 가격정보를 제공한 사실은 다툼이 없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올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키코 판매사들 중 한 곳인 산업은행이 가격정보를 기업들에 제공하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산업은행 뿐만 아니라 신한, 우리, 대구, 씨티은행 등 복수의 키코 판매은행도 가격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것이 키코 피해기업의 증언이다. 이를 종합하면 판매사들이 정상적으로 가격표를 제시한 경우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극히 드물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의 수사내용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2008년 해외수출을 하던 기업들은 환율 변동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헤지수단으로 키코 계약을 맺었다. 키코는 환율 변동에 따라 기업이 이익을 보는 구간에 풋옵션, 금융사가 이익을 보는 구간에 콜옵션 행사하는 조건을 뒀다. 이때 금융사는 풋옵션과 콜옵션의 가격이 담긴 정보를 제공해야 했다. 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 제65조는 ‘금융기관이 비정형 파생상품 거래 시 내재된 거래별로 가격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당시 실제로 가격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면 키코 판매사들의 기망행위를 증명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그간 키코는 부당이득반환에 관한 민사 재판이 이뤄졌으나 형사로는 한 번도 재판에 넘겨지지 않았다. 2011년 검찰의 불기소처분 이후 키코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2018년부터 판매사들을 상대로 재고발, 항고, 재항고를 거듭했으나 검찰은 지난 4월 끝내 기각처분했다. 그러나 공대위는 이에 굴하지 않고 서울경찰청에 고소를 했다. 키코의 형사 공소시효는 15년이기 때문에 2023년까지 기소가 가능하다. 재판이 성사돼 키코 판매사들의 사기 혐의가 입증되면 피해기업들이 판매사들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할 길이 열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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