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허경민 \'위기 잘 넘겼어\'
2020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14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허경민이 6회 투구를 마친 플렉센을 격려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이 좋은 멤버와 언제 또 해보겠어요.”

두산 선수단은 다른 팀 선수들이 부러워하는 끈끈함이 있다.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는 슈퍼스타는 없지만 야구 실력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선수들로 구성돼 있어 내부 경쟁도 치열한 편이다. 그런데도 ‘팀 베어스’라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있다. 6연속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을 일궈낸 이들은 내친김에 ‘가장 화려한 피날레’를 꿈꾸고 있다. 6연속시즌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팀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대권에 도전한 SK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오른 삼성이 ‘유이’하다.

올시즌을 앞두고 ‘올해가 두산의 마지막 우승’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내야 전원을 포함해 외야수 정수빈, 투수 유희관 이용찬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 등 주축만 놓고봐도 7명에 달한다. FA 최대어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허경민은 “현실적으로, 팀내 FA가 모두 잔류할 가능성은 거의 없지 않느냐”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특히 내야수는 국가대표 터줏대감들이라 벌써 영입 경쟁이 후끈 달아 올랐다. 올해 두산의 포스트시즌은 FA의 쇼케이스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포토] 두산 베어스, 순위를 끌어올려야...
박건우와 김재환 등 두산 베어스 선수들이 15일 잠실 한화전을 앞두고 1회 수비를 준비하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눈길을 끄는 대목은 FA 대박보다 아름다운 추억 쌓기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허경민은 “이렇게 좋은 멤버와 언제 또 야구를 해볼까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우승할 때마다 정든 선배들과 이별을 했지만, 허경민과 박건우, 정수빈 등은 김재호 오재일과 함께 팀은 든든히 받쳤다. 2015년 우승 이후 김현수가 팀을 떠났고, 2017년 민병헌, 2018년 양의지가 각각 팀을 떠났다. 그 자리를 김재환과 박건우, 정수빈, 박세혁 등이 문제 없이 채웠고, 두산은 강팀으로 입지를 굳혔다. 한 명씩 이탈하던 과거와 달리 올해는 주축 선수들이 대거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오재일과 허경민, 최주환 등은 원하는 팀이 구체적으로 거론될만큼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박건우는 최근 동기생인 정수빈, 허경민과 휴대전화로 예전에 셋이 함께 찍은 사진과 함께 ‘끝까지 좋은 추억 남기자’는 메시지를 띄웠다. 처음 왕좌에 오를 때에는 형들을 따라가던 입장이었지만, 어느덧 후배를 이끄는 나이가 됐으니 팀의 전통을 물려주자고 의기투합한 셈이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왕조가 함께 뛰는 마지막 무대를 축제로 만들자는 마지막 약속이기도 하다.

[포토] 정수빈 \'안타쳤어요\'
두산 정수빈이 4회말 좌전안타를 친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허경민은 “5연속시즌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팀의 일원이라는 자부심은 6연속시즌 진출이라는 동기부여가 된다. 우리팀은 슈퍼스타는 없지만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 모두가 노력하는 문화를 갖고 있다. 가을에도 야구를 하는게 당연하다는 전통을 후배들에게도 이어주기 위해서, 한 경기라도 더 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끈끈한 조직력으로 리그를 지배한 팀’이라는 수식어를 팀의 상징으로 만들겠다는 ‘왕조세대’들의 집념이 두산의 가을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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