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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어느덧 상대가 알고도 당하는 ‘특급 킬러’가 됐다.
최근 A매치 기간 오스트리아로 날아가 조력자 구실을 해낸 손흥민(28·토트넘)이 소속팀에 복귀하자마자 득점포를 가동했다. 그는 22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끝난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와 2020~2021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9라운드 홈 경기에 선발 출격, 킥오프 5분 만에 선제 결승골을 터뜨리며 2-0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달 27일 번리전 결승포(1-0 승) 이후 한 달여 만에 터진 EPL 9호 골이자 시즌 11호 골(유로파리그 2골 포함). 토트넘은 승점 20(6승2무1패) 고지를 밟으면서 선두 경쟁을 이어갔다.
애초 맨시티전을 앞두고 손흥민의 몸 상태는 국내 뿐 아니라 현지 언론과 팬 사이에서도 최대 관심거리였다. A매치 기간 국가대표팀 ‘벤투호’에 합류해 멕시코, 카타르를 상대로 연달아 도움을 기록하며 동료 공격수 도우미 역할은 한 그는 그라운드 밖에서도 분위기를 다잡으며 주장으로 만점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예기치 않게 현지 코로나19 검사에서 선수 8명, 스태프 2명 등 대표팀 내에서 10명이나 무더기 확진 판정을 받았다. 손흥민은 당시 음성 결과지를 받았지만 밀접 접촉자였고 잠복기가 공존하는 만큼 우려가 컸다. 토트넘은 ‘귀한 몸’ 손흥민에게 전용기를 보내 서둘러 소속팀에 복귀하도록 했다. 다행히 그는 팀에 돌아온 뒤 검사에서도 음성 판정을 받아 훈련에 합류했고 득점포까지 가동했다.
상대가 맨시티여서 더욱더 흥미롭다. 지난 2015년 여름 토트넘에 입성한 손흥민은 세계적인 명장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끄는 맨시티를 상대로만 이날 경기까지 통산 6골을 집어넣었다. 토트넘 데뷔 초기엔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으나 최근 5경기에서 5골을 터뜨렸다. 그는 토트넘에서 첫 시즌으로 적응기를 거친 지난 2017년 1월22일 맨시티를 상대로 동점포(2-2 무)를 터뜨리며 통산 첫 골을 넣었다. 그리고 지난해 4월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서 선제 결승골(1-0 승)을, 2차전에서 멀티골(3-4 패)을 터뜨리며 저격수 노릇을 톡톡히 했다. 지난 2월2일에도 EPL 무대에서 맨시티를 상대로 골 맛을 본 그는 이번 시즌 첫 맞대결에서도 웃었다. 독일 분데스리가 시절에도 위르겐 클롭 감독이 이끈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5골을 넣는 등 ‘클롭 저격수’로 불렸던 손흥민이다. EPL에서는 ‘펩 킬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2016년 맨시티 지휘봉을 잡은 뒤 특정 선수에게 가장 많이 실점한 건 9골을 기록한 제이미 바디(레스터 시티)로 손흥민이 그 다음이다.
얻어걸린 득점이 아닌 개인 능력으로 상대 견제를 뿌리쳤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주제 무리뉴 토트넘 감독은 이날 손흥민을 기존처럼 왼쪽이 아닌 오른쪽 윙어로 배치했다. 전반 5분 만에 탕귀 은돔벨레가 후방에서 침투 패스한 공을 이어받은 상대 골키퍼가 전진하자 골문 구석을 가르는 왼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이번 시즌 원톱 해리 케인이 2선 지역으로 내려와 움직이고 손흥민이 수비 뒷공간을 침투, 후방 지원 사격을 통해 여러 골을 넣는 상황을 대비했다. 철저한 대인 마크는 물론 위험 지역에 촘촘한 수비 블록을 세웠다. 그러나 후방에서 은돔벨레가 공을 잡았을 때 손흥민은 비웃기라도 하듯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수비 뒷공간을 허물었다. 이어 우아한 퍼스트터치와 개인 전술로 득점포를 가동했다. 맨시티는 이날 볼 점유율 74%를 기록했지만 손흥민의 신출귀몰 활약에 이른 실점을 허용하는 등 원하는대로 경기를 끌어내지 못하면서 무릎을 꿇었다.
손흥민은 이날 EPL 9경기에서 9골로 득점 선두 경쟁을 이어갔다. 후반 20분 지오바니 로 셀소의 추가골을 도운 케인은 9번째 도움을 기록하면서 이 부문 선두를 달렸다. 경기 직후 공동취재단과 만난 손흥민은 “동료의 희생으로 골을 지속해서 넣고 있다”면서 “맨시티전에서 유독 득점 기회가 잘 오고, 운 좋게 마무리하면서 (맨시티 킬러)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고 웃었다. 또 “맨시티는 좋은 팀이고 잘하는 팀이지 않느냐. 경기 준비할 때 당연히 많이 노력하고 공부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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