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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프리에이전트(FA) 최형우(37·전 KIA)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형우가 KIA와 재계약할 것인지뿐만 아니라 몸값도 다른 FA에게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구단은 비교적 낙관하는 분위기이지만, 최형우도 같은 생각일지는 알 수 없다.
최형우의 올해 연봉은 15억원이다. 재자격이라 B등급이다. 최형우를 영입하려면 보상금만 최대 30억원을 내야 한다. 적지 않은 나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만만치 않은 액수이지만, 소위 ‘윈 나우’를 생각하면 큰 금액으로 보기 어렵다. 그는 올해 140경기를 소화하며 타율 0.354를 기록, 타격왕에 올랐다. 홈런도 28개를 쏘아 올렸고, 115타점을 쓸어담아 클러치능력도 과시했다. 완성형 선수라 향후 2~3년은 충분히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고질적인 허리통증 탓에 관리를 해야 하지만, 동년배 다른 선수와 비교하면 건강한 편이다. 통증을 핑계로 삼지 않는 성격도 최형우가 가진 무형의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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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선수다. 팀이 좋은 성적을 내려면 구심점이 있어야 한다. FA로 선수를 보강해 대권에 도전하려면 특히 이부분을 간과하면 안된다. 고액 FA로 이적한 선수 중 1, 2년 안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선수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삼성 박진만, KIA 최형우, NC 양의지 정도가 성공한 외부 FA 영입 사례로 꼽힌다. KIA로 이적할 당시 이범호 김주찬 등 선배들이 있었지만, 최형우를 향한 후배들의 존경은 기대 이상이었다. 이적 첫 해 통합우승을 차지한 동력도, 당시 적극적인 트레이드 등으로 사실상 선수층을 새로 구성한 팀을 하나로 뭉치게 한 최형우의 역할이 컸다. 올해 NC에서 우승을 따낸 이명기나, 타격에 눈을 떴다는 평가를 받는 최원준, 사실상 첫 풀타임 시즌을 소화한 유민상 등 좌타자들이 특히 최형우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고액 연봉자이지만, 팀을 이끌기보다 자기 몫에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팀을 결속하고, 후배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리더는 많지 않다. 더군다나 다른 팀에서 이적해온 ‘선배’를 단시간에 믿고 의지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이적 2년 만에 팀을 창단 첫 통합우승으로 이끈 NC 양의지가 최형우 이후 ‘라커룸 리더’로 자리잡은 유일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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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무형의 가치 덕분에 최형우의 거취를 주목하는 팀들이 있다. 팀을 결속해 한 단계 도약하려면 30억원의 출혈을 감수하고라도 영입할만 하다는 판단에서다. 최형우가 필요한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하면, 이적료를 고려해 보장액을 최소화할 수도 있다. 대신 성적에 따른 옵션으로 부족분을 채우는 방식의 계약도 가능하다. KIA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인 셈이다. 최형우측은 이미 “어떤 구단과도 만날 수 있다”며 문을 열어 뒀다.
재미있는 점은 최형우의 계약 규모가 빨리 확정되기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다. FA 협상 기준점을 최형우로 설정한 경우다. 4년전 최형우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현재 최형우와 비교하면 나이 등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잔류든 이적이든, 최형우의 계약이 빨리 마무리되기를 바라는 눈이 생각보다 많다. 반대로 생각하면, 최형우 입장에서는 급할 게 없다. 문을 열어놓고 느긋하게 판단해도 손해볼게 없다. FA시장이 겉으로는 조용해 보이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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