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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 현지 이미지. 출처|픽사베이

[스포츠서울 양미정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여행길이 막히면서 여행·항공 업계가 어려움을 토로하는 가운데 인천공항공사가 인도네시아 발리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혀 원성을 사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엄격한 방역 하에 제한된 장소만 오가는 방식을 자유롭게 토론했을 뿐이라며 일축했지만 하필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으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기간이다보니 불필요한 발언이었다는 지적이다.

인천공항공사 김헌준 해외사업처 차장은 9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온라인으로 개최한 ‘2020 관광·항공 회복 전략 토론회’에서 ‘안전 여행 통로’(여행자가 국가 수준이 아닌 지역 내 특정 장소에서만 머물 수 있게 하는 트레블 일정 버블 개념)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알렸다. 이를 위해 인도네시아 관광 당국과 손잡고 유명 휴양지 ‘발리’를 대상으로 한 단체여행 상품을 개발 중이라고.

김헌준 차장은 “지역 내 그린존에만 방문할 수 있으므로 여행을 통한 감염과 전염의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며 “코로나19 감염이 발생해도 역학조사가 용이해 감염병 확산 리스크도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상품 여행객은 안전 통로 안에서만 이동할 수 있고, 그 동선은 모바일 기술로 추적한다”며 “여행객을 대상으로 현지 도착 후, 그리고 우리나라로 돌아오기 전 2번 정도 코로나19 신속 진단 키트로 감염 여부를 진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해당 발언이 나온 9일은 3차 대유행 중심지 ‘수도권’의 코로나 19 지역발생 확진자가 처음으로 500명대에 진입한 날이다. 전국적으로는 연일 700명에 육박하는 등 기록적인 수치를 나타내고 있는데, 이날 인천공항공사가 벌인 ‘눈가리고 아웅’식 처사에 여론은 경각심이 풀렸다며 냉랭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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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에 언급된 광범위 한 트래블 버블의 대안. 제공|문화체육관광부

앞서 인도네시아 정부는 발리에 방문하는 우리 국민에게 14일 자가격리 조치를 면제해 줄 방침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귀국 후 국내에서의 자가격리인데, 인천공항공사는 안전 통로 여행 상품을 3∼4개월 운영한 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는 등 안전성이 검증된다면 우리 정부에 ‘자가격리 면제’를 제안하겠다고 한다. 이 제안이 통과된다면 양방향 격리 면제가 가능해진다.

이를 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특히나 인도네시아의 확진자는 하루 5000여명, 누적 59만여명에 달한다. 아무리 자가격리가 면제된다고 한들 동남아 최고 수준으로 위험한 인도네시아에 굳이 여행을 가야 하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한 시민은 “관광업이 주 수입원 중 하나인 인도네시아 입장에선 외화벌이를 위해 이러한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하지만 공기업이 국민의 건강보다는 실적을 내세운 아찔한 발언을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인천공항공사는 유감을 표명했다. 권승수 인천공항공사 홍보차장은 “토론회에서 나온 자유로운 의견 중 하나일 뿐이다. 아이디어를 검토하는 단계지 본격적으로 상품개발을 하고 있지 않다”며 “인도네시아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관광 관련 교류가 활발했던 국가다. 이에 단순히 상품 개발을 제안했을 뿐 구체적인 계획이 나온 것은 아니다. 정책이 확정돼 발표한 것이 아니므로 비난의 화살을 멈춰달라”고 해명했다.

certa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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