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일
오재일(오른쪽)이 삼성과 계약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 | 삼성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복수 구단이 경쟁을 붙은 이상 선수와 에이전트는 ‘절대 갑’ 위치에 선다. 이런저런 조건과 이유가 붙으면서 몸값이 치솟고 놀랄만한 숫자가 찍힌다. 지난해 잠잠했던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이 180도 달라진 원인이다. 선수의 가치만 놓고 보면 큰 차이가 없는데 시장이 흘러가는 양상은 정반대다.

많은 이들의 예상부터 틀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사실상 무관중 시즌을 치르며 구단마다 수입 수백억원이 사라졌다. 당연히 스토브리그에도 찬바람이 불 것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코로나 정국 이전인 지난겨울보다 훨씬 뜨겁다. 안치홍 외에는 이적 사례가 전무했던 1년 전과 달리 올해는 여러 팀이 한 선수를 놓고 경쟁한다. 이른바 FA 빅3로 불렸던 허경민, 최주환, 오재일 모두 지난해 최고 규모 계약(보장금액 기준)을 체결한 LG 오지환(4년 40억원)을 뛰어 넘었다.

FA 시장 개장 당시 관계자들은 이번 FA 계약 규모도 지난해와 비슷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 구단 관계자는 “4년 40억원 정도가 최대치가 되지 않겠나. 경쟁이 붙으면 당연히 가격이 올라가겠지만 그렇다고 50억원을 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허경민은 지난 10일 원소속팀 두산과 4년 보장 65억원, +3년 옵션 실행시 최대 85억원 계약을 체결했다. SK로 이적한 최주환은 지난 11일 4년 최대 42억원 계약을 맺었다. 삼성 유니폼을 입은 오재일 또한 14일 4년 최대 50억원에 사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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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허경민(오른쪽)이 7년 최대 85억원에 계약을 맺고 전풍 대표이사와 주먹을 맞대고 있다. 제공=두산베어스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뜨겁게 경쟁체제가 형성된 결과다. 7명이 FA 자격을 행사한 두산은 일찌감치 허경민을 잔류 1순위로 뒀다. 처음 경쟁 구도는 두산과 KIA의 2파전으로 흘러가는가 싶었는데 시간이 흐르며 경쟁에 불이 붙었다. 계약 전날 NC가 허경민을 응시한다는 얘기가 돌았고 결국 두산은 +3년 옵션까지 수락하며 허경민을 잔류시켰다. 최주환을 두고는 SK와 삼성이 마지막까지 경쟁했다. 금액만 놓고보면 큰 차이가 없었지만 최주환은 2루수 출전을 고려하고 다음 FA 계약까지 바라보며 SK 유니폼을 선택했다. 오재일 또한 처음에는 삼성과 30억원대 계약이 유력했는데 삼성 포함 세 팀 가량이 영입경쟁에 참전해 몸값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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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와이번스가 11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프리에이전트(FA) 최주환과 4년 최대 42억원에 계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SK 와이번스

흥미로운 것은 협상 과정이다. 이번 FA 빅3 중 한 명을 담당한 에이전트는 “물론 선수마다 구단을 바라보는 시선에 차이는 있다. 하지만 몇몇 구단의 경우 자연스럽게 시장가보다 몸값을 높게 책정하는 게 암묵적인 룰이 됐다”며 “가령 수도권에 있던 선수에게 지방 A구단에서 오퍼가 오면 10억원 정도를 더 부른다. 선수가 멀리 떠나야 하니까…새롭게 적응하는 부분도 고려해 계약규모가 커진다”고 설명했다. 야구계 관계자들은 하위권 지방 B구단도 계약시 ‘플러스 알파’가 붙는다고 입을 모은다. B구단이 과거에도 비슷한 전략으로 FA를 싹쓸이했던 것을 참고해 B구단과 협상테이블에서는 최소 5억원 가량이 더 붙는다고 한다.

이유가 어찌됐든 협상테이블에서 가격이 오르면 선수와 에이전트에게는 청신호다. 삼성 홍준학 단장은 오재일과 계약을 마친 후 당초 예상보다 가격이 오른 것에 대해 “우리 외에 두산, 그리고 다른 지방 구단도 영입 경쟁에 참전했다. 시장 수요에 따라 가격이 올랐다”고 밝혔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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