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두산 베어스, 준비 잘 됐지?
박세혁과 오재일, 허경민과 최주환 등 두산 베어스 선수들이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팀 훈련을 소화하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올겨울 스토브리그가 뜨겁다. 당초 예상을 깨고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이 후끈 달아 올랐다. 원소속팀과 재계약한 선수들도 예상보다 높은 금액을 받았다.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성실함이다.

두산이 FA 정수빈과 6년 최대 56억원에 계약을 맺고 잔류를 선택했다. 정수빈이 계약을 체결해 최주환(4년 42억원) 최형우(3년 47억원) 오재일(4년 50억원) 허경민(7년 85억원) 등 대어급으로 분류된 5명에게만 280억원이 풀렸다. 30~40억원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보이던 FA 계약 규모가 평균 15억원 이상 증가한 셈이다. 두산 관계자는 “허경민과 정수빈을 잔류 최우선 순위로 둔 것은 남다른 성실함”이라며 “이들이 ‘아프다’면 진짜 아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주환과 오재일을 놓친 부분은 매우 아쉽지만, 상대적으로 젊고 성실한 선수들에게 우선 순위를 둔 것은 구단의 미래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조건이었다”고 귀띔했다.

최형우, 조계현 단장
KIA 조계현 단장과 최형우. 제공=KIA 타이거즈

따지고 보면 큰 액수로 계약을 체결한 선수들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SK로 둥지를 옮긴 최주환은 시즌 막판 급성 족저근막염으로 극심한 통증에도 불구하고 다리를 절룩이며 훈련에 임했다. 그는 “타이어도 오래 되면 닳기 마련이다. 발에 염증이 생겨 통증이 컸지만 내겐 훈장같은 것”이라며 쉼없이 달려온 한 시즌을 돌아봤다. KIA에 잔류한 최형우 역시 “어릴 때와 비교하면 체력을 회복하는 속도가 더딘게 사실이다. 그래서 시즌 130경기 정도만 출장하면서 체력을 회복할 시간을 가지려고 했는데, 막상 구장에 가면 몸이 먼저 경기를 준비하고 있더라”며 껄껄 웃었다. 이런 저런 핑계를 대거나 엄살을 부리지 않는 성향이라는 뜻이다.

선수들은 베테랑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선배들이 그라운드 안팎에서 하는 행동을 보고 배운다. 주축 일수록, 고액 연봉자일수록 이들이 경기에 임하는 자세나 준비과정은 후배들에게 살아있는 교과서 역할을 한다. 상대 에이스가 등판하는 날 유독 담증세가 찾아오는 선배가 있다면, 후배도 베테랑이 됐을 때 ‘선택과 집중’을 하게 된다. 선배가 되면 그래도 된다는 암묵적인 룰이 생기기 때문이다.

수빈
두산 정수빈(오른쪽)이 15일 6년 최대 56억원에 FA계약을 체결하고 전풍 대표이사와 주먹을 맞대고 있다. 제공=두산베어스

최형우는 “삼성에 있을 때부터 뛸 만 한데 쉬겠다는 선수들이 썩 좋게 보이지 않았다. 뼈가 부러지거나 크게 상처를 입어 누가봐도 ‘뛰는건 무리’라고 할 정도가 아니면, 선수는 경기에 출전하는 게 맞다는 생각을 했다. 아주 어릴 때부터 그랬다”고 말했다. 통증의 경중은 개개인이 느끼는 것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옳다 그르다로 양분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최형우의 생각은 ‘유니폼을 입고 더그아웃에 나올 수 있으면 경기에 나가야 한다’는 쪽이다. 구단 관계자가 지켜본 최주환과 허경민, 정수빈 등도 비슷한 유형이다.

구단 입장에서는 솔선수범하는 베테랑들이 좋은 전통을 만들어주기를 바란다. 베테랑이 가진 무형의 가치가 젊은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 팀 문화로 정착되면 자연스럽게 팀 색깔로 연결된다. 개개인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올해 ‘대어급’으로 분류된 FA가 예상보다 높은 금액에 도장을 찍은 배경에 이런 기대감도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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