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2 2020홍콩컵 현장_출처 홍콩쟈키클럽 홈페이지
2020홍콩컵이 무관중으로 치러지고 있다.  출처 | 홍콩자키클럽 홈페이지

[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단절되면서 국제 스포츠대회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상이 돼버렸다. 경마도 예외는 아니었다. 국내에서 벌어지는 대표적인 국제경주인 ‘코리아컵·스프린트’는 내년을 기약하며 올해 경주를 취소했다. 그러나 일본은 지난 11월29일 무사히 ‘재팬컵’을 치렀다. 지난 13일에는 홍콩에서 ‘홍콩컵’이 시행됐다. 이웃나라의 사례를 통해 ‘위드 코로나시대’ 경마산업의 실마리를 찾아봤다.

◇ 경마 위해 ‘특별 프로토콜’ 동의한 홍콩정부

홍콩은 인구 1인당 경마 매출 세계 1위를 자랑한다. 그만큼 경마는 홍콩 시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스포츠지만 2019~2020시즌은 그야말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거리시위로 인해 지난해 홍콩컵 관객이 2/3로 제한됐고 이후에는 코로나로 인한 폐쇄와 격리가 시행됐다. 지난 1월부터 시작한 무관중 경마는 2020~2021시즌에도 계속되고 있다.

1988년 시작된 홍콩 국제경주는 매년 12월 둘째 일요일 샤틴 경마장에서 개최된다. 론진 홍콩컵(GⅠ, 2000m, 총 상금 약 40억원)을 비롯해 4개 경주가 시행되며 영국의 로열 애스콧, 프랑스의 개선문상, 호주의 멜번컵, 미국의 브리더스컵, UAE의 두바이월드컵 등과 함께 세계 최고수준의 국제대회로 손꼽힌다. 이런 홍콩컵의 전통과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홍콩 정부는 ‘특별 프로토콜’에 동의했다. 덕분에 일본과 아일랜드, 프랑스에서 경주마를 비롯한 조교사 등 경주마 관계자들이 홍콩컵에 참석했다.

각국의 이목이 홍콩으로 쏠린 가운데 일본의 ‘놈코어’가 홍콩컵을 가져갔다. 올해 삿포로 기념(GⅡ)경주 우승, 빅토리아 마일(GⅠ) 입상 등 좋은 성적을 거뒀던 ‘놈코어’는 하위권에서 틈을 노리다 결승선을 400m 앞두고 속도를 내기 시작하며 짜릿한 추입에 성공했다. ‘놈코어’는 2010년 ‘스노우페어리’ 이후 처음으로 홍콩컵을 거머쥔 암말이자 홍콩컵을 재패한 7번째 일본 경주마로 이름을 올렸다.

기획2 2020재팬컵 현장_출처JRA홈페이지
2020재팬컵이 관중을 제한 입장시킨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출처 | JRA 홈페이지

◇ 재팬컵, 세기의 경기로 2000년 이후 ‘최고매출’

일본 역시 무관중으로 1년여 간 경마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10월 10일부터는 한정적 고객 입장을 진행하고 있으며 국제 경주 ‘재팬컵’도 제한된 관중으로 실시했다. 11월 마지막 주 일요일 도쿄 경마장에서 열리는 재팬컵(GⅠ, 2400m, 총 상금 약 65억 원)은 1981년부터 시작돼 3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매년 세계 일류 경주마와 조교사, 기수들이 참가하는 글로벌 경마 축제다.

펜데믹의 영향으로 올해 재팬컵은 자국 경주마 중심으로 라인업이 꾸려졌다. 그러나 경주 전부터 무패행진을 기록하며 각 암·수 삼관마에 등극한 ‘다링택트’(암)와 ‘콘트레일’(수)의 맞대결, 최강마 ‘아몬드아이’의 은퇴경주 등 볼거리가 넘쳤다. 경마팬들은 앞다퉈 TV와 모바일을 통해 경마를 즐겼고 273억 엔(한화 약 2890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는 올해 일본중앙경마회(JRA) 최고매출이자 지난해 재팬컵에 비해 무려 47.8%나 증가한 수치이자 2000년 이후 재팬컵 매출 최고액이다.

실전에서도 명승부가 펼쳐졌다. 4코너까지 2018년 재팬컵 준우승마 ‘키세키’가 6~7마신의 압도적인 차로 앞서며 레이스를 이끌었다. 그러나 직선주로에 진입한 뒤 ‘키세키’가 주춤하는 사이에 4번째로 4코너에 진입한 ‘아몬드아이’가 쏜살같이 튀어나와 결승선을 통과했다. 아몬드아이는 GⅠ 대상경주 9승으로 일본경마 신기록을 세웠고 총 수득상금 19억 엔(한화 약 200억 원)을 돌파하며 역대 상금 1위에 등극했다.

◇ ‘위드코로나’시대 말산업의 해법은?

한국 경마는 지난 2월 23일 경주를 중단한 후 6월부터 ‘무고객 경마’를 시행하는 등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국제경주를 비롯한 대상경주 역시 중단됐다. 한국의 ‘무고객 경마’는 홍콩과 일본의 ‘무관중 경마’와는 다른 개념이다. 대면 발매가 불가능해 한국마사회의 보유자원만 소진하는 고육지책이기 때문이다. 반면 홍콩과 일본의 ‘무관중 경마’는 경마장이나 장외발매소와 같은 오프라인 발매는 중단하되 경마팬들은 전화나 인터넷을 통해 경마를 즐길 수 있다. 홍콩과 일본은 이런 ‘무관중 경마’를 통해 꾸준히 경마를 진행하며 자국 말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매출의 일부를 세금으로 납부해 국가재정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무관중 경마’ 기간에 오히려 매출이 증가했다. 일본경마중앙회(JRA)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매출은 1조 4753억 엔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5% 증가했다. 홍콩 역시 매출액을 유지하며 ‘세금ATM’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일본과 홍콩은 오프라인 발매 중단이라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고객들을 온라인으로 전환시켰다. 주변국들은 이미 ‘위드코로나’를 넘어 ‘포스트코로나시대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jin@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