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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승리를 통해 반등의 동력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적어도 3쿼터 중반까진 그랬다. 하지만 귀신에 홀린 듯 3쿼터 후반부터 경기력이 떨어졌고, 믿기 어려운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17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9연패에 빠진 부산 BNK썸의 이야기다.
BNK는 지난 20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용인 삼성생명과 경기에서 80-86으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9연패에 빠지며 연패 사슬을 끊지 못한 BNK는 최하위를 유지한 채 씁쓸하게 한 주를 마무리했다.
연패를 끊지 못한 것 보다 더 충격적인 건 경기 내용이다. 휴식기 종료 후 속절없이 8연패에 빠지자 BNK 유영주 감독은 삼성생명전을 앞두고 선수 개개인과 면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유 감독은 격려와 더불어 각자의 역할을 재차 주지시키면서 바닥으로 떨어진 분위기를 끌어올리고자 애썼다.
BNK는 힘을 냈다. 초반부터 적극적이고 저돌적인 공격으로 삼성생명을 압박했다. 김한별과 배혜윤이 버티고 있는 골밑도 기민한 움직임으로 뚫어냈고, 외곽에서도 3점슛을 연달아 터뜨리며 1쿼터를 리드한 채 마쳤다. 연패 기간 1쿼터에 밀리며 매번 추격자 입장에서 남은 경기를 이끌어갔던 BNK는 모처럼 리드를 잡고 2쿼터에 나섰다. 기세를 탄 BNK는 매서웠고, 당황한 삼성생명을 폭격하며 점수차를 벌렸다. 한 때 양 팀의 점수차는 17점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BNK의 연패 탈출이 목전에 다다른 듯 했다.
하지만 3쿼터 후반들어 BNK는 다른 팀이 돼버렸다. 삼성생명이 지역방어를 펼치자 전반 내내 활기를 띄었던 공격이 막히기 시작했다. 공격이 막히자 BNK는 당황했고, 삼성생명 베테랑 김한별, 박하나, 배혜윤 등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차곡차곡 점수를 쌓아갔다. 결국 동점과 역전을 허용한 BNK는 분위기를 완전히 내줬고, 재역전의 동력을 상실한 채 충격의 역전패를 지켜봐야만 했다.
BNK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난 경기였다. 원하는 농구가 이뤄질 땐 불같이 타오르며 상승세를 타지만 조금이라도 차질이 생기면 우왕좌왕하다가 결국 경기를 내주는 패턴이 이날 경기에서도 반복됐다. 삼성생명이 수비 강화를 위해 펼친 지역방어를 파훼하는 데 실패하자 당황한 BNK의 전체적인 플레이가 흔들렸고, 공수 모두 꼬이면서 17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상황대처능력과 위기관리능력 부재가 부른 참사였다. 삼성생명전이 끝난 후 유 감독은 “공격이 막히다 보니 수비 집중력도 떨어졌다. 이기고 있을 때 집중력을 유지해야 하는데 쫓기는 마음에 선수들이 흔들렸다”고 총평했다. 유 감독의 말에 BNK가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이 담겨있다.
BNK 선수단은 젊다. 젊음을 무기삼아 보여주는 패기있는 플레이는 BNK의 장점이다. 하지만 팀 내 구심점이 마땅치 않다보니 분위기에 휩쓸려 경기를 그르치는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 유 감독과 코칭스태프도 이를 인지하고 있고, 보완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결과가 따라오지 않고 있다. 최대 위기에 빠진 BNK가 다음 경기에서 위기 탈출의 묘수를 꺼내들 수 있을까. BNK의 다음 경기는 크리스마스(25일)에 펼쳐지는 부천 하나원큐와 홈경기다.
superpow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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