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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좋은 사람, 좋은 배우가 될게요.”
타임 크로싱 스릴러 MBC ‘카이로스’에서 남규리는 건설회사 이사 김서진(신성록 분)과 결혼한 바이올리니스트에서 딸을 유괴 당한 엄마로 삶이 크게 흔들리는 강현채를 연기했다. 특히 남편의 오른팔인 서도균(안보현 분)과의 불륜관계부터 친부 살인에 실패한 소시오패스 등 극중 최대 반전을 안은 캐릭터로 활약하며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카이로스’를 통해 내연관계로 호흡을 맞춘 안보현과 함께한 매 촬영이 재밌었다며 “자기관리가 철저하고, 열정적인 모습이 매력적인 분이었다. 늘 열심히 준비해 온다”고 좋은 파트너를 만나 행운이었다고 안보현을 치켜세웠다.
안보현과의 내연관계가 드러나는 4회 키스신을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꼽은 남규리는 “대본에는 원래 없는 장면이었는데 감독님께서 둘의 관계에 좀 더 확실함을 주고 싶어 만드셨다고 하시더라”라며 “생각보다 진하게 나와서 놀랐다. 보현 씨가 몸 만드느라 고생했다. 오랜 시간 굶고, 운동만 했다더라. 앵글 바꿀 때도 계속 푸쉬업을 했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부부로 호흡을 맞춘 신성록에 대해선 “아이를 잃은 슬픔에 빠져있는 감정에 몰입하고 있을 때 멀찌감치 떨어져 있어주시고 배려해 주셨다. 20년 차 선배님의 후배들을 배려해 주시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며 “쇼윈도 부부라는 관계에 있어서 너무 친해지지 않으려 노력했고, 자연스럽게 호흡이 맞춰진 것 같다. 역시 베테랑 답게 매씬 능숙하게 해내셔서 촬영이 편했다”고 감사한 마음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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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규리에게 ‘카이로스’는 도전적인 작품이었다. 아이를 잃은 엄마, 바이올리니스트, 소시오패스까지 처음 해보는 것 투성이였다. 그럼에도 과감히 도전한 것에 대해 남규리는 “‘내가 배우로 시청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동시에 한 인물에 다양성을 담을 수 있는 강현채라는 캐릭터에 매료됐다”며 “제겐 정말 ‘기회의 신’이었던 드라마가 됐다”고 소회했다. 실제로 남규리는 안타까운 모성애를 가진 처연한 모습부터 소시오패스로 밝혀진 뒤 소름돋는 냉혈한 눈빛까지, 극단의 감정을 오가는 열연으로 호평을 얻었다.
남규리는 2006년 그룹 씨야로 데뷔한 후 2010년부터 연기자로 변신해 SBS ‘인생은 아름다워’, ‘49일’, KBS2 ‘해운대 연인들’, JTBC ‘무정도시’ 등에 출연하며 대중들에게 ‘배우 남규리’를 알렸다. 특히 긴 공백기를 거친 후 복귀한 뒤 2018년 MBC ‘붉은 달 푸른 해’와 지난해 ‘이몽’로 한층 성숙하고 폭넓은 연기력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붉은 달 푸른 해’, ‘이몽’을 끝내고 연기에 대한 또 다른 고민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는 남규리. ‘나만이 할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할 무렵 ‘카이로스’란 작품을 만났고 여성 소시오패스라는 신선함에 끌렸다. “여성의 주체적인 단단함에 매력을 느꼈다. 그리고 악역에 대한 묘한 갈망이 있었다. 또 ‘타임크로싱’이란 소재가 심장에 쿵하고 박히는 것 같았다. 제목부터 기회의 신 ‘카이로스’라는 단어가 제 배우 인생에 기회의 신이 있다면 함께해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컸다.”
아이를 잃은 모성애 연기부터 광기 어린 소시오패스 연기까지, 강현채는 도전적인 캐릭터였던 만큼 감정소모가 큰 역할이었다. 진심으로 현채로 살았다는 남규리는 현재를 연기한다는 것이 소중하고 값진 경험이었지만 한편으로 체력적인 한계를 느끼기도 했다고. 그는 “현채의 광기에 어느 날은 쾌감을 느끼고, 어느 날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도 했다. 그런 날은 울면서 집으로 돌아갔다. 현채 역에 너무 빠져있어서 남규리로 돌아오는 게 힘들기도 했다. 결국 응급실을 세 번이나 다녀왔고, 몸무게가 너무 많이 빠져서 체력적으로 힘이 들었다”라고 털어놓으며 “그래도 드라마를 보며 내가 준비한 현채와 감독님의 현채가 조화롭게 표현된 것을 확인할 때 기뻤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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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력으로 대중의 마음을 돌리고, 이젠 어엿한 ‘배우 남규리’로 자리매김한 남규리지만 여전히 ‘가수 출신’이라는 꼬리표는 배우로서 부담감으로 작용하곤 한다. “가수 출신이란 꼬리표는 생각보다 오랫동안 저를 따라 다녔고 매번 편견과 부딪혀야 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은 남규리는 단번에 이를 극복하겠다는 마음은 없다고 말했다. “진심은 통하게 되어 있으니 나만의 노력과 신념으로 하다보면 언젠가는 알아주시는 분들이 생길거라 믿고 달려가고 있다.”
최근엔 씨야 재결합 불발 소식이 전해지며 팬들의 아쉬움을 사기도 했다. 남규리 역시 아쉬운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기회가 된다면 가수 활동 역시 연기와 병행하고 싶다는 남규리는 “내게 있어 노래와 연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소울메이트인 것 같다. 씨야 활동을 위해 녹음해 둔 곡이 있다. 팬들을 위해 크리스마스 선물로 공개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환경이어서 아쉬울 따름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카이로스’로 ‘반전있는 배우’라는 수식어를 얻은 남규리의 다음 스텝은 무엇일까. 무겁고 어두운 캐릭터를 연기해 왔기에 좀 더 밝고 인간적인 면모를 가진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는 남규리는 “좋은 배우,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2021년은 한 발 더 나아가 저만의 긍정에너지와 저만의 분위기를 보여드리고 싶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남규리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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