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예상을 벗어나지 않아 실망감을 더했다. 서울 히어로즈 이사회 허민 의장이 한국야구위원회(KBO)를 상대로 소송에 돌입한다. 자신을 향한 징계가 부당하다는 취지의 민사소송으로 자칫 KBO 규약 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야구계의 우려 목소리가 높다.
허 의장은 구단을 통해 29일 오전 ‘선수들을 대상으로 투구를 한 행위에 징계를 받는게 맞는 것인지 사법기관의 판단을 받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전날 KBO가 총재의 권한에 관한 특례를 근거로 허 의장에게 직무정지 2개월 제재를 가한 것에 불복한다는 의미다. 프로야구 OB모임인 일구회와 프로야구선수협회 등은 즉각 성명을 발표하고 ‘KBO리그의 가치를 더이상 훼손하지 말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구단 명의로 입장문을 발표했으니 징계의 부당성에 대한 소송 주체는 구단일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히어로즈 강태화 상무는 “허 의장 개인이 받은 징계이기 때문에 본인이 사법절차를 밟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치현 단장도 “법적 조치를 하겠다는 회의에는 참석했지만 절차 등 세부 진행 상황은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 행정 공백에 따른 선수단 구성 등의 업무를 하는 것이 내 책임”이라고 밝혔다. 업무분담의 차원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히어로즈 구단이 아닌 허 의장 개인이 진행하는 법적 다툼이라는 점을 고려해 구단은 반 발 물러서는 스탠스로도 읽힌다. 강 상무는 “의장은 구단 경영진의 중요 직책이니 구단도 보조를 맞추는게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
허 의장은 우선 직무정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통해 조기 업무 복귀 의사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이사와 감독 선임 등 팀 운영에 필요한 제반 사항을 처리해야하기 때문에 업무에 복귀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송은 가처분신청과 별개로 진행한다. 강 상무는 “민사소송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이지만 법 항목 등 세부 사항은 지금 언급하기 어렵다. 법정에서 다투게 되면 자연스럽게 알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단의 또다른 관계자는 “허 의장이 선수를 상대로 공을 던진 행위를 잘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다른 구단주도 비슷한 행동을 한다”고 푸념했다.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뿐더러 허 의장에 대한 성토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정서가 투영된 주장이다.
선수를 상대로 투구를 하는 등 이른바 ‘야구놀이’를 한 행위는 ‘갑질’이 아니라는 것이 허 의장의 기본 입장이다. 때문에 KBO가 허 의장의 행위에 징계를 내리는 것 자체가 위법소지가 있다는 논리다. KBO 정관은 ‘야구 관계자의 상벌 및 복지사업’을 주요 사업(제4조)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모든 회원은 ‘정관 및 총회에서 의결한 사항을 준수해야 한다’(제7조)고 명시돼 있다. 히어로즈 구단은 KBO 회원이다. 야구규약 상 품위손상(제151조)의 적용을 받는 것은 선수단 뿐만 아니라 구단 임직원도 포함돼 있다. 회원사 소속인 ‘리그 관계자’이기 때문이다. KBO 총재는 리그의 발전과 KBO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리그 관계자에게 필요한 지시를 내릴 수 있으며 재정 권한도 갖고 있다. 회원(구단) 뿐만 아니라 개인에게도 제재를 가할 권리도 명시돼 있다.
KBO의 제재를 법리적으로 다투겠다는 뜻은 정관과 규약을 법적으로 따져보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직무정지라는 징계를 내릴 자격이 있는지, 선수를 상대로 라이브 피칭을 한 것이 징계를 받을정도로 부도덕한 일인지 법으로 가리자는 얘기다. 정관에 명시된 회원의 의무를 정면으로 반박한 것으로 KBO의 존립 근거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 행위다. 이에 대해 강 상무는 “정당한 절차를 행사한 것인지를 종합적으로 들여다보지는 뜻이지 KBO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부정했다.
KBO 류대환 사무총장은 “규약 준수 의무를 이행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프로야구라는 특수성을 간과한채 법리적 해석만 요구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처사”라며 강경대응을 시사했다.
zzang@sportsseoul.com
기사추천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