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하는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연합뉴스

[연합뉴스] 총수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해 사실상 개인회사들이 지난해 계열사와 내부거래로 1조90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총수일가 개인회사가 계열사와 하는 내부거래는 자산 증식이나 편법적인 지배력 강화에 악용될 수 있기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의 감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회사 가운데 총수일가 지분이 100%이면서 지난해 계열사와 거래를 한 곳은 50개였다. 이들 50개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6조413억원으로 이 중 계열사와 내부거래를 통한 매출액은 1조8591억원(30.8%)이었다.

내부거래가 1조원대인 대방건설그룹이 대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되면서 총수일가 개인회사들의 내부거래 총액은 2019년 6559억원보다 급증했다. 신규 지정된 그룹을 빼고 2년 연속 대기업집단에 지정된 그룹만 보더라도 총수일가 개인회사들의 내부거래 총액은 2019년 6559억원에서 지난해 8161억원으로 늘었다.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 지분이 100%인 현대머티리얼은 지난해 현대비앤지스틸의 상품 중개 및 운송 일감을 받아 135억원(전체 매출액의 6.2%)의 매출을 올렸다. 2019년에는 내부거래가 99억원(전체 매출액의 4.9%)이었다. 허정수 회장과 그의 가족이 지분을 100% 보유한 GS네오텍은 지난해 내부거래가 60억원(매출액의 1.4%)이었다. 지난해 8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GS네오텍은 155억원을 배당으로 지급했다. 허용수 GS에너지 대표와 그의 여동생 및 아들들이 소유한 승산은 내부거래가 10억원(매출액의 4.2%)이었다. 이 회사 역시 지난해 110억원을 배당했다. 승산은 지주회사인 ㈜GS 지분을 0.3% 보유하고 있다.

하림그룹 회장 2세의 개인회사 올품은 54억원(매출액의 1.8%)을 내부거래로 벌었는데 이 회사는 지주회사인 하림지주의 지분 4.4%도 보유하고 있다. 통상 지주회사 체제는 ‘지주회사→자회사→손자회사’로 지배구조가 이어지는 반면 하림은 ‘총수 2세→올품→하림지주→자회사’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옥상옥’ 구조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애경그룹 동일인 장영신 회장과 그의 자녀들의 개인회사 에이케이아이에스는 내부거래 비중이 전년(69.7%)보다 오른 79.4%로 나타났다. 이 회사는 지주회사 AK홀딩스의 지분 10.37%도 보유하고 있다.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자산총액 5조원 이상)으로 새로 지정된 대방건설그룹에서 총수일가 지분율이 100%인 회사 3곳은 지난해 총 1조355억원에 달하는 내부거래를 했다. 대방건설이 9707억원(매출액의 62.3%), 대방산업개발이 617억원(매출액의 82.6%), 대덕하우징시스템이 31억원(매출액의 37.7%)이다. 대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된 현대해상화재보험 그룹의 솔로몬테크노서플라이도 매출의 4.2%(18억원)를 계열사 내부거래로 벌어들였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은데다 내부거래 비중 역시 높다면 계열사 일감이 사익편취나 부당지원으로 활용될 우려가 커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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