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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도쿄패럴림픽 사진공동취재단

[도쿄패럴림픽 공동취재단] ‘국보센터’로 불리며 농구 코트를 누비다 방송인으로 제2의 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서장훈(47)과 닮은 꼴 김동현(33·제주삼다수). 무엇보다 실력이 닮아 그를 ‘휠체어농구의 서장훈’이라 부른다.

한국 남자 휠체어농구 대표팀이 25일 도쿄 무사시노노모리 종합 스포츠 플라자에서 열린 2020 도쿄패럴림픽 조별리그 A조 첫 경기에서 스페인을 만나 53-65로 패했다.

스페인은 2016 리우대회 준우승팀으로 A조 최강팀으로 꼽힌다. 한국은 국제무대에서 스페인을 한 번도 넘지 못했다.

그런 스페인을 상대로 김동현은 풀타임(40분)을 뛰며 3점슛 2개를 포함해 24점을 쓸어 담았다. 양팀 통틀어 최다 점수다. 체격이 좋은 스페인 선수들을 상대로 페인트존에서 리바운드도 14개나 잡았다. 이것 역시 양팀 최다.

김동현은 “리우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세계 강호 스페인을 만나서 좀 힘들었는데 잘 헤쳐나간 것 같다. 좋은 경기를 펼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고 선수들이 하다 보니 이기려는 마음이 생겼다. 점수 차도 얼마 안 났다”며 “(우리 선수들을) 감히 평가하자면 90점 정도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세계의 벽이 그렇게 너무 높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점수 차 얼마 안 나니까 허물어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선수들이 그런 생각으로 임한 것 같다”고도 보탰다.

2000 시드니대회 이후 21년 만에 밟는 패럴림픽 무대였기에 받았을 부담감과 두려움도 잘 극복했다.

김동현은 휠체어농구를 대표하는 선수 중 하나다. 여섯 살 때인 1994년 교통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절단한 김동현은 초등학교 6학년 때 휠체어농구를 시작했다.

서양 선수들에게 뒤지지 않는 힘 있는 몸싸움과 골밑 장악력, 수비를 앞에 두고 던지는 슈팅이 장점이다. 이탈리아 세미프로리그에서 뛰기도 했다.

김동현은 패했지만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는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졌지만 희망을 봤고,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는 스페인과 4쿼터 중반까지 대등하게 싸운 것에 대해 “아시아 선수들은 보통 유럽 선수들의 피지컬이 워낙 좋기 때문에 세다고 생각하고 임한다. 우리가 기술력에서 앞서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5명이 다 골고루 득점이 있었고, 열심히 움직였다. 아쉬운 건 마지막에 체력저하가 됐는지 집중력이 떨어졌던 것 같다”며 “첫 경기고, 우리가 스페인을 이기고자 했다기보다 목표는 일단 4강이고, 당장 8강이 있기 때문에 그걸 생각했다. 다음 경기를 열심히 임하자는 마음으로 파이팅으로 다지고자 모여서 이야기도 했다”고 보탰다.

스페인, 캐나다, 터키, 콜롬비아, 일본과 같은 조에 속한 한국은 A조에서 4위 안에 들어야 8강에 갈 수 있다.

김동현의 왼쪽 팔뚝에는 아기 발모양의 타투가 있다. 딸의 발을 새긴 것이다.

타투를 묻자 “딸(2014년생)이 태어났을 때의 발모양과 생년월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들도 여기 있다”며 유니폼 정면 상의 번호 ‘40’을 들어서 보였다. “2018년생인데 생년월일을 더하면 40”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아빠의 패럴림픽 출전을 아느냐고 묻자 “잘 모를 거다. 응원은 그냥 엄마가 시켜서 하는 거다”며 “코로나19 때문에 가족을 보지 못 만난 지 오래됐다. 너무 보고 싶다”고 했다.

김동현은 이날 오후 5시 같은 장소에서 터키와 조별리그 2차전에 나선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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