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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선발투수 류현진이 7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브롱스 양키스타디움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뉴욕 | USA투데이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2013년 2월 애리조나 글렌데일에서 그는 단지 ‘선발 후보군’이었다. 소속팀 LA 다저스가 파격적인 금액을 투자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지만 빅리그에서 보여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선발진 한 자리를 두고 경력자들과 경쟁했는데 당당히 개막시리즈 로테이션에 포함됐다. 그리고 이는 한국 야구의 아이콘이 류현진(34)으로 자리매김하는 시작점이 됐다.

그로부터 9시즌이 진행됐다. 과거 류현진과 선발 경쟁을 했던 투수 대다수는 이미 유니폼을 벗었다. 류현진과 정상급 투수로 빅리그를 호령했던 이들 중 상당수도 이제 그라운드에서 볼 수 없다. 빅리거에게 9시즌은 그만큼 긴 시간이다. 2013년 류현진은 14승을 거뒀는데 당해 류현진보다 많이 승리한 투수 14명 중 지금도 커리어를 이어가는 이는 절반도 안 된다. 그리고 올해 13승을 거둔 류현진보다 2013년에 많은 승리를 거둔 투수는 14승의 애덤 웨인라이트밖에 없다. 긴 시간 동안 참 많은 투수가 등장하고 사라졌다.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2013년부터 올해까지 세계 최고 무대에서 165경기 72승을 거두는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다. 투수로서 사형선고라 불리는 어깨 수술을 받았지만 이를 이겨냈으며 대형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맺고 다른 유니폼을 입었다. 이적에 앞서 2019년에는 평균자책점 1위 타이틀을 따냈고 2년 연속 사이영상 투표 3위 이내에 이름도 올려놓았다. 시계를 거꾸로 돌리듯 점점 더 정교하고 다채로운 투구를 펼치며 에이스 칭호를 유지하고 있다.

아무것도 없이 이룰 수 있는 일은 결코 아니다. 늘 공부했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기에 가장 어려운 ‘꾸준함’을 이뤘다. 어깨 수술 후 트레이닝 강도를 한층 높이면서 오히려 더 건강한 몸을 얻었다. 사실상 재활 시즌이었던 2017년에는 컷패스트볼을 연마하기 시작했고 2018년부터 자신의 무기로 완벽하게 습득했다. 패스트볼, 컷패스트볼, 체인지업, 커브 네 가지 구종을 절묘하게 컨트롤하며 빅리그를 대표하는 왼손 커맨드 피처로 우뚝 섰다. 데이터에도 흥미를 느껴 전력분석에 매진했고 매 경기 자신만의 플랜을 뚜렷하게 정립한 채 마운드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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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선발투수 류현진이 7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브롱스 양키스타디움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뉴욕 | AP연합뉴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고비가 올 때마다 또 다른 구종을 들고나왔다. 사이영상 경쟁에 임했던 2019년 콜로라도에 유독 고전하자 슬라이더를 펼쳐 보였다. 과거 어깨에 무리를 줬던 종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가 아닌 횡으로 움직이는 슬라이더를 구사해 콜로라도전 징크스에서 탈출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올 시즌 후반기 이례적으로 기복에 시달린 류현진은 팀 동료 로비 레이의 슬라이더를 집중적으로 관찰했다. 레이가 패스트볼, 슬라이더 투 피치에 가까운 투구로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고 또 다른 슬라이더를 터득했다. 그리고 지난 7일(한국시간) 뉴욕 양키스전에서 6이닝 무실점 호투로 중요한 시기 ‘빅게임 피처’의 존재감을 다시 증명했다. 류현진을 앞세워 양키스 원정 4연전 첫 경기에서 승리한 토론토는 8일에도 양키스를 꺾었다. 6연승을 질주하며 와일드카드 1위 양키스와 2.5경기, 2위 보스턴과 2경기 차이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바라보고 있다.

긍정적인 신호가 하나 더 있다. 류현진은 최근 패스트볼 구속이 꾸준히 90마일 이상을 형성한다. 이 역시 공부를 통한 진화다. 캐치볼시 웨이티드볼(기존 야구공보다 무거운 공)을 던지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다른 빅리그 투수처럼 류현진도 더욱더 효율적인 루틴을 찾아 나이에 따른 구속 저하에서 벗어나고 있다.

변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다. 세계 최고 무대에서는 더 그렇다. 늘 선발진을 이끄는 중책을 맡는 가운데 이듬해에는 빅리그 10년 차가 된다. 21세기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선수로 부족함이 없는 류현진이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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