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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이주상기자] 이 스산한 가을에 명품공연 ‘한 명(1인)’이 막을 올렸다.

한국문학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위안부문제를 문학의 장으로 이끌어 낸 김숨 원작의 장편소설을 무대화한 작품이다. 일제강점기, 종군위안부로 끌려간 우리네 누이들이 거의 20만여 명. 그중 살아 돌아온 이는 2만여 명. 꿈에도 그리던 고향과 가족들 앞에 나서지 못하던 그녀들, 숨죽이고 남의 눈을 피하며 숨어살아야 했던 그녀들. 그리고 현재, 피해자 중 생존자가 단 한명이라는 신문 기사가 난다.

그 기사를 접한 그녀, ‘한명’은 과거의 아프고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과거의 악몽보다 악독했던 기억으로 빠져든다. 누가 들을세라 나즉히 속삭인다. “나도 피해자요....” 하고는 흠칫 놀라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그녀는 갈등에 빠진다. 죽고 싶었지만 죽지 못해 살아 돌아 온 그녀. 단 한 명의 생존자에게 달려가 아직 한 명이 더 남았다고 말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이 작품은 아직 “나도 피해자요”라 통곡하며 나타날 수 많은 희생자들이 있을 거라는 아픔을 전한다.

관객들은 이구동성으로, “답답하다! 먹먹하다!”라며 극장문을 나선다. 연극의 행태가 배우의 대사로 극을 풀어야한다는 한계가 답답하고 일본의 잔혹함을 대사와 연기로밖에 표현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공연의 타이틀을 맡은 차유경도,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막막하고 먹먹했어요. 과연 내가 이 작품을 제대로 소화해 낼 수 있을까? 주위 모든 소일들을 접고 대본에 매달렸어요. 결코 그녀들의 아픔을 최소한이라도 표현해보려했다”라고 말했다.

그녀의 각고의 노력이 무대에서 관객을 작품 속으로 빨아들인다. 하지만 그녀의 엄청난 열연이 관객들로 하여금 작품의 주제를 망각케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 미치지 않고는 그 현실을 버텨내지 못한다는 연기를 펼쳐보인 춘희 역의 홍은정. 그녀는 극중에서 자신을 팔아버린 아빠에게, “왜? 와 얼마에 팔았냐는” 의문을 던지며 광란의 연기를 보인다. 홍은정은 “작품은 그녀들의 고통의 해결에 초점을 맞추지만 이 문제는 인류적 죄악으로 영원히 해결불가능할 겁니다”라고 고백한다.

이 공연에는 대학로의 ‘댄디할배’ 인 관록의 이일섭과 정슬기가 조연으로 참여해 탄탄한 무대를 보여준다. 또 박새롬, 이수정, 진영진, 이민수, 김태균이 출연 신구의 멋진 앙상블을 보여준다.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에서 오는 19일까지 이어진다.

rainbow@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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