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택 나서는 김건희 씨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가 15일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나와 자신의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박효실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아내 김건희씨의 허위경력 의혹에 대해 ‘적반하장’ 격앙된 반응을 내놓은 가운데, 김씨가 사과의 뜻을 드러내자 “(아내의 처신이) 적절해 보인다”고 말해 의문이 더해지고 있다.

김씨의 허위경력 의혹에 대한 제대로 된 확인도 없이 언론보도를 ‘여권의 기획공세’라며 매도한 것이나, 아내의 상습적인 허위경력 남발에 대한 사과가 아니라 아내의 처신을 평가하는(?) 반응을 내놓았기 때문.

스스로를 캠프 대변인이나 정치평론가라고 생각한게 아니라면 아내와 관련된 일에 이같은 반응은 황당하기 짝이 없다. 윤 후보는 김건희씨(구 김명신)의 남편이자 장차 대통령이 되겠다고 출마한 대선후보다. 대선후보 아내의 허위경력 의혹에 사과가 아닌 호통은 대체 누구를 향하는 것일까.

윤석열, 강원도 선대위 출범식 발언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1일 오후 강원 춘천시 강원도당에서 열린 강원도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춘천 | 연합뉴스

윤 후보는 15일 오후 서울 성동구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씨가 사과의 의사를 드러낸 것과 관련 “여권의 공세가 기획 공세고 아무리 부당하다 느껴진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눈높이와 국민의 기대에서 봤을 때 조금이라도 미흡한 게 있다면 국민들께는 송구한 마음을 갖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찌 됐든 대선 후보의 부인이 아무리 결혼 전 사인(私人)의 신분에서 처리한 일들이라 해도 국민들이 높은 기준을 갖고 바라봤을 때 미흡하게 처신한 게 있으면, 거기에 대해선 국민에게 송구한 마음을 갖겠다는 뜻으로 사과했다는 것”이라며 아내의 행동에 대해 해석했다.

윤 후보는 두 번의 문장에서 ‘국민들의 높은 기준’을 언급했는데 김 씨가 사과하겠다고 밝힌 허위 경력과 관련된 사문서 위조죄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는 범죄다.

하지만 윤 후보는 YTN의 보도 이후 김 씨의 과거 허위 경력관련 기사가 봇물터지듯 쏟아져나온 이날 오전에는 “저쪽(여권)에서 떠드는 얘기 듣기만 하지 마시고, 한번 대학에 아는 분들 있으면 물어보라. 시간강사를 어떻게 뽑는지. 학교에서 누구에 대해 추천이 있으면 그 사람을 위촉하는 것이다”라며 격앙된 반응을 내놓았다.

추천과 위촉을 한다는 것과 허위경력 제출은 아무런 연관 관계가 없는 이야기다. 추천을 하는 자리라고 해서 내가 쓰고싶은 대로 없던 경력을 창조하고 부풀리는게 정당화 될 수는 없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 후보가 아내의 행동이 문제가 되는지 조차 몰랐다면 이 또한 놀라운 부분이다.

YTN은 앞서 지난 14일 김씨가 지난 2006년 수원여대에 제출한 교수임용 지원서에 “허위 경력과 가짜 수상기록이 기재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 씨는 한국게임산업협회에 2002년3월부터 3년간 기획팀 기획이사로 재직했다는 재직증명서를 제출했는데, 한국게임산업협회는 2004년6월 설립됐다. 회사가 생기기도 전에 재직한 셈.

이후 당시 협회장이었던 김영만 회장은 물론이고 직원들이 “김 씨를 본 적이 없다. 기획이사란 자리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입장을 밝혀 문제의 재직증명서가 위조된 것은 아닌가 하는 논란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김 씨는 경력란에 2004년 8월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 대상, 2004년 대한민국애니메이션대상 특별상, 2006년 대한민국애니메이션대상 특별상 등 애니메이션 관련 총 3개 상을 수상했다고 기재했는데, 이 역시 사실과 달랐다.

SICAF 대상을 받았다는 건 완벽한 거짓이었고, 2004년과 2006년 수상 역시 당시 수상 회사의 이사로 재직한 것은 사실이나 출품작에 개입한 바가 없고, 개인상으로 제출할 경력이 아니라는 관계자 입장이 나왔다.

실제 2004년 SICAF 대상은 ‘왕후 심청’으로 이를 연출한 넬슨 신 감독은 15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김건희 씨를 알지 못한다. 영화에 기여한 것도 없다. 제작 파트너가 없어 내 돈으로 100% 작업했고, 기획도 내가 했다”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아울러 김씨가 이같은 허위경력을 교수 임용 지원서에 적어낸 곳은 수원여대 한 곳만이 아니고 2013년 안양대학교에 제출한 이력서에도 수상경력과 학력을 부풀려 기재하는 등 상습적이었다.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를 하겠다는 사람이 ‘리플리 증후군’도 아니고, 상습적으로 경력을 허위로 기재하거나 부풀린다는 것은 일반인의 상식으로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다.

김건희 재직증명서
김건희씨가 지난 2006년 교수임용 지원 당시 제출한 재직증명서. 제공|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실

게다가 한국게임산업협회 재직증명서의 경우 협회 측에서는 발급한 사람이 없다고 나오는 상황이라 사문서 위조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실이 15일 공개한 당시 김씨가 제출한 재직증명서에 따르면 근무기간이 ‘2002년03월01일 부터 2005

3월31일

현재까지’

로 적혀 있다.

‘년’을 ‘월’로 오타를 내고, 발급일자가 2006년6월29일인데 ‘현재까지’ 라는 문구가 적혀있는 등 통상의 재직증명서와는 다른 형태다. 퇴사한 직원의 경우 재직증명서가 아니라 경력증명서로 발급하는데도 재직증명서가 제출된 것 또한 의문이다.

문제의 재직증명서의 상단 왼쪽 문서번호는 제 KAOGI04-029호 라고 적혀있는데, 여기서 KAOGI(한국게임산업협회 약자)다음에 오는 숫자는 통상 년도이고, 다음에 오는 숫자는 그 해에 발급된 공문서의 넘버링이다. 2006년6월29일에 발급된 재직증명서가 ‘04’ 넘버를 가진 것도 이상한 부분이다.

논란이 점점 커지자 김 씨는 15일 서울 서초구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앞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허위이력과 관련한 청년들의 분노여론을 전하자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사과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아내를 둘러싼 허위경력 의혹에 대해 ‘여권의 기획공세’라고 발언한 윤 후보는 그 이유를 묻자 “여러분이 판단하시라. 아침에 뉴스공장부터 시작해서 줄줄이 이어지는 것을 보니까, 이거는 뭐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대변인이 발표한 내용을 보시면, 우리 가족 쪽에서는 그렇게 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에 기반한 반박이 아니라 ‘우연이라 보기 힘들어서’ ‘대변인이 발표한 내용을 보시면’ 그렇게 볼 수 있다는 것인데, 아무리 자신의 가족과 관련된 문제라고 해도 사건의 실체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매우 힘든 상태 아닌가 하는 의문마저 드는 부분이다.

아울러 윤 후보는 거듭해서 자신이 주어가 되는 사과가 아니라 마지못해 한다는 식의 제3자 화법을 이어갔다.

그는 “아무리 (우리 가족이) 그렇게 생각한다고 하더라도, 국민들 전체가 보셨을 때 대선 후보 부인으로서 과거 처신에 미흡한 점이 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들 기대에 맞춰서 저희들이 송구한 마음을 갖는 것이 맞는 태도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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