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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박건우가 NC 임선남 단장과 6년 최대 100억원 계약을 맺은 후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 NC 다이노스 제공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자승자박이다. 프랜차이즈 스타를 묶어두기 위한 카드였던 장기계약이 1년 만에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이제는 A급 선수라면 잔류·이적과 관계 없이 6년 계약을 원한다. 1년 전 두산과 허경민·정수빈이 맺은 6년 이상 장기계약이 시장에 거대한 물결을 일으켰다.

지금까지 체결된 프리에이전트(FA) 계약 4건 중 2건이 5년 이상 장기계약이다. 시작부터 그랬다. 지난달 27일 한화와 최재훈이 5년 최대 54억원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LG와 박해민이 4년 최대 60억원, NC와 박건우가 6년 최대 100억원, 그리고 삼성과 백정현이 4년 최대 38억원에 사인했다.

주목할 계약은 NC와 박건우다. 2018년 겨울 SSG와 최정, 그리고 지난 겨울 두산과 허경민, 두산과 정수빈과 달리 이적했음에도 6년 계약을 맺었다. 1년 전 두산이 집토끼를 잡기 위해 6년 이상 다년 계약 카드를 꺼냈는데, 올해는 FA 이적시에도 6년 계약이 이뤄진다. KIA행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 나성범 또한 6년, 또다른 FA 시장 최대어인 김재환도 6년 계약이 기준점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 입장에서는 장기계약을 선호하는 게 당연하다. 30대 선수라면 더 그렇다. 에이징커브와 마주하는 시기에도 안정적으로 수입을 확보할 수 있다. 반대로 구단 입장에서는 계약기간 중후반 난처한 상황과 마주할지도 모른다.

2년 전 겨울 30대 중반인 정우람과 4년 39억원 재계약을 맺은 한화가 그렇다. 2019년 26세이브 평균자책점 1.54로 활약했던 정우람은 2020년 16세이브 평균자책점 4.80, 그리고 올해 15세이브 평균자책점 5.64로 고전했다. 계약 당시에는 수준급 마무리 투수였지만 이제는 아니다. 한화는 불펜진 또한 리빌딩이 진행 중이다. 그런데 정우람에게 앞으로 2년 동안 14억원 가량을 더 부담해야 한다.

야구계 한 관계자는 “한화가 정우람을 트레이드 카드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연봉보조 밖에 없을 것”이라며 “샐러리캡을 생각하면 고액 연봉자를 트레이드로 영입하기 어렵다. 정우람이 왼손 중간투수로서 가치는 여전히 있지만 한화 측에서 연봉을 보조해주지 않으면 정우람 영입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2, 3년 전만 해도 트레이드 시장에서 최고 가치를 자랑했던 정우람이 소속팀에 부담을 안기고 있는 셈이다. 정우람이 반등하는 게 최고의 사나리오지만 반등하지 못해도 정우람을 엔트리에서 빼는 게 쉽지 않다.

앞으로 4, 5년 후에는 현재 한화와 비슷한 상황과 직면하는 팀이 나올 수 있다. 기량이 영원히 유지되는 선수는 없다. 보통 30대 중후반에는 하향곡선을 그린다. 6년 장기계약 막바지 선수가 계륵과 같은 존재로 전락하고 팀도 샐러리캡에 부담을 느낀다면, 연봉을 보전해주는 트레이드가 활성화될 것이다. 샐러리캡 여유가 있는 팀이 연봉보조를 받고 계약 종료를 앞둔 베테랑을 받는 것이다.

메이저리그(ML)에서는 흔한 일이다. 초대형 계약을 맺었어도 연봉을 보조해주면서 트레이드 하는 경우가 꾸준히 나온다. 뉴욕 양키스 외야수 지안카를로 스탠튼이 그렇다. 스탠튼은 2014년 11월 당시 소속팀이었던 마이애미와 13년 3억 2500만 달러 빅딜을 맺었다. 미국 프로스포츠 처음으로 계약규모 3억 달러를 돌파했다. 하지만 스탠튼은 3년 후 양키스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양키스는 마이애미로부터 스탠튼의 연봉 3000만 달러를 지원받기로 했다. 마이애미는 스탠튼의 몸값이 부담됐고 팀도 리빌딩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유니폼을 입는 순간에는 모두가 밝게 웃는다. 하지만 계약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될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KBO리그에 불어닥친 6년 계약이 향후 연봉보조 트레이드를 예고하고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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