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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박효실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아내 김건희씨를 둘러싼 허위 경력 논란이 계속되자 마지 못해 지각 사과에 나섰다.
YTN이 지난 14일 김씨가 지난 2006년 수원여대 초빙교수 임용지원서에 제출한 재직 및 수상 경력을 놓고 진위 논란을 보도한지 사흘 만이다.
누가 봐도 허위 경력이거나 고의적인 경력 부풀리기로 보여지는 사안이었지만, 윤 후보는 되려 기자들을 향해 “취재를 제대로 해보라”며 호통치다가 사흘만에야 입장을 바꿨다.
윤 후보는 17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아무 예고 없이 기자실을 찾아 A4 용지에 적어온 사과문을 읽었다.
그는 “제 아내와 관련된 논란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경력 기재가 정확하지 않고 논란을 야기하게 된 것 자체만으로 제가 강조해 온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는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 여러분께서 저에게 기대하셨던 바를 결코 잊지 않겠다. 과거 제가 가졌던 일관된 원칙과 잣대를 저와 제 가족, 제 주변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돼야만 한다. 아내와 관련된 국민의 비판을 겸허히 달게 받겠다. 그리고 더 낮은 자세로 국민께 다가가겠다.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접전을 벌인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이후 이뤄진 돌발 사과라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밖에 없었다. 이미 자신의 아내를 둘러싼 논란을 정치공세로 몰아붙이며 오만방자한 태도로 점수를 깎아먹은 이후였다.
앞서 윤 후보는 언론보도로 관련 논란이 처음 알려진 14일 “(아내의 경력 기재가)부분적으로는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허위 경력은 아니다”라고 주장해 논란을 빚었다. 이에 민주당 측은 “부분 사기는 사기가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15일 관련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아내 김씨가 직접 사과 의향을 때 조차도 그의 목은 전혀 꺾이지가 않았다.
윤 후보는 “여권의 공세가 기획 공세고 아무리 부당하다 느껴진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눈높이에 미흡한 게 있다면 국민들께는 송구한 마음을 갖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라는 장황한 말로 직접적인 사과 대신 아내의 사과 의향을 평가(?)하는 말만 했다.
하지만 김씨를 둘러싼 허위 경력 논란은 그가 과거 지원서를 제출한 여러 대학에서 지속적으로 쏟아져나왔다. 선 사과 후 대응이 맞는 방식이었지만, 바로 어제인 16일까지도 아내에 대한 그의 맹목적 신뢰는 여전했다.
윤 후보는 재차 사과를 요구받은 16일 “내용이 조금 더 정확히 밝혀지면 이러 저러한 부분에 대해 인정한다고 제대로 사과드려야지, 그냥 뭐 잘 모르면서 사과한다는 것도 조금 그렇지 않겠나”라며 사실상 사과를 거부했다.
김 씨가 지금껏 각 대학에 제출한 지원서 내용이 사실인지 여부는 새삼 진위를 판단하고 말고 할 내용도 아니었다. 김 씨가 재직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단체에서 재직증명서가 제출됐고, 수상하지 않은 여러 상을 수상했다고 적었다. 근무하거나 학위를 받은 학교의 이름이 입맛대로 업그레이드 되는 일도 ‘김건희 월드’에서는 너무 자주 발생했다.
그럼에도 윤 후보는 “내 아내가 아니라면 아니다”라는 독불장군식 대응을 했다. 오직 사건의 팩트를 가지고 냉정하게 위법성을 판단해야할 검찰 출신 윤 후보에게 ‘법 위의 존재’가 있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대응이다.
신정아씨 학력위조 사건을 비롯해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에 대한 먼지털이 수사 등 김건희 씨 케이스와 유사한 허위 경력 수사에 남다른 의욕을 보여온 윤 후보의 ‘내로남불’ 대응에 결국 여론이 심상치않게 돌변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17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고스란히 담겼다. 지난 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상대로 차기주자 지지도를 물은 결과, 이재명 후보는 직전 조사와 동일한 36%의 지지를 받은 반면 윤 후보는 1%포인트 하락한 35%로, 1% 뒤지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윤 후보는 사흘만에 마지못해 사과 했지만, 사과를 받은 국민은 찜찜함을 감출 수 없다. “하도 난리를 치니 눈 꾹감고 사과 한 번 해주마”하는 식의 사과를 받고 싶은 국민은 없기 때문이다.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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