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훈
유상훈이 챔피언 벨트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글·사진 | 이주상기자] “1라운드는 포기하고 들어갔지만 2라운드부터는 나의 쇼타임이었다.”

절대강자로 불렸던 ‘바람의 파이터’ 김재영(38·노바MMA, 27승14패)이 무너졌다. 지난 23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 테크노마트에서 AFC(엔젤스파이팅챔피언십) 18이 열렸다. 메인이벤트는 미들급 챔피언 김재영의 2차 방어전으로 상대는 유상훈(31·팀매드, 7승2패)이었다.

김재영은 지난해 AFC 미들급 타이틀 결정전에서 차인호를 KO로 물리치고 챔피언에 올랐다. 올해 2월에 열린 1차 방어전에서도 안상일을 1라운드에 KO로 이기며 손쉽게 타이틀을 지켰다. 이번 2차 방어전도 김재영의 승리가 예상됐다. 중량급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라고 불릴 정도로 실력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격투기에 워낙 진지하고 성실해 팬들의 응원과 지지도 높았다.

하지만 유상훈은 예상을 뒤엎고 2라운드 4분 1초 만에 펀치에 의한 TKO로 승리하며 관계자들은 물론 팬들을 놀라게 했다. 1라운드에서 유상훈은 김재영의 주먹을 피하기에 급급했다.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모든 것이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2라운드에서 엄청난 반전이 일어났다. 유상훈은 2라운드 들어 집요하게 김재영에게 달려들었다. 유상훈의 혹파리 같은 전법에 김재영은 숨을 헉헉거리기 시작했고 이내 가드를 내리며 얼굴에 정타를 내주었다.

유상훈은 “김재영의 파워와 체력이 좋아서 1라운드는 많이 움직여서 김재영의 체력을 고갈시키는 작전을 썼다. 작전이 주효해 2라운드는 나의 쇼타임이 되었다. 시간이 갈수록 김재영의 손이 나오질 못했다. 작전의 승리였다”라며 감격했다. 자신의 불리함을 전략으로 뒤집은 유상훈의 통쾌한 승리였다.

유상훈
유상훈이 김재영을 물리친 후 케이지에 올라 포효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 불리하다는 평가를 딛고 챔피언이 됐다.

일단 하나님 아버지에게 감사드린다. 챔피언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팀매드 팀원이 다 같이 도와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절대로 혼자 이루어 낼 수 없었다. 항상 팀원들에게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 타이틀전에 임한 전략이 궁금하다.

김재영은 나보다 파워가 강한 선수다. 기술도 좋다. 1라운드는 김재영의 복싱을 경계하면서 힘을 빼게 만드는 데 집중했다. 1라운드를 넘기면 2, 3라운드에서 타격으로 승부를 걸 생각이었다. 전략은 팀매드의 양성훈 대표와 허운 감독이 짰는데, 완벽하게 성공했다. 두 분께 정말 감사드린다.

- 1라운드에서 밀렸다. 그때의 기분은.

전략상 이미 1라운드를 접고 들어갔다. 버티는 데 초점을 뒀다. 김재영이 인파이터인데다 펀치도 강해 다운도 생각했다. 다운당했을 때는 버티지 말고 바로 누워서 가드 자세로 방어에 집중할 생각이었다. 전략을 믿었기 때문에 전혀 불안하거나 질 거로 생각하지 않았다.

- 2라운드에서 김재영이 무너졌다.

1라운드가 끝났을 때 김재영의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2라운드 종이 울리자 ‘이제부터는 나의 쇼타임이다’라고 생각했다. 체력이 고갈되면서 김재영이 쉽게 가드를 내렸다. 강한 펀치보다는 적중시키는 데 목적을 뒀다. 한방보다는 무수한 펀치로 김재영을 주저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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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훈이 김재영(오른쪽)을 그로기 상태로 몰자 2라운드 4분 1초에 레프리가 경기를 중단시키고 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 격투기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중국의 무예인 우슈 산타를 2003년부터 시작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딴 후 UFC를 보면서 더 큰 무대에서 활동하고 싶어 팀매드를 찾게 됐다.

- 격투기의 매력은.

전사들의 스포츠다. 케이지 안에서의 압박감과 피 터지는 싸움, 그리고 시합할 때의 고요함과 긴장감이 너무 좋다.

- 파이터로서의 강점은.

내가 좋아하는 말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이다. 선수로서 집념과 승부 근성이 강하다. 링에 오를 때마다 ‘절대로 지지 않겠다’, ‘시합은 끝날 때까지 싸우는 거다’라고 되뇐다. 기술적으로는 우슈 산타를 통해 익힌 킥과 스피드가 장점이다.

- 연습벌레로 소문이 났다.

12시까지 푹 잔 후 점심을 먹고 체육관으로 간다. 3시부터 4시 30분까지 팀 훈련을 하고 7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유연성과 체력을 기르기 위해 크로스핏을 한다. 10시 30분부터 자정까지 다시 팀 훈련을 한다. 집에 가면 새벽 1시다. (웃음)

- 롤모델은.

UFC에서 헤비급 챔피언을 지낸 주니어 도스 산토스다. MMA에 임하는 진지한 태도가 정말 좋다.

- 취미는.

모터바이크 라이딩이다. 스트레스 해소에 만점이다. (웃음)

- 닉네임이 어쌔신(assassin, 암살자)이다. 연유가 궁금하다.

친구들이 지어준 별명이다. 화끈하고 멋있는 선수가 되라며 지어줬다. (웃음)

- 링 인터뷰에서 아내를 언급하는 등 애정이 대단하다.

다음 달에 둘째가 태어나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 둘째를 건강하게 만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항상 걱정만 해주는 아내에게 미안하고 고맙다. 운동한다고 밖에 나가서 새벽에 들어온다. 아내는 혼자 집안일과 육아를 하는데, 단 한 번도 힘들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정말 고맙고 사랑하는 아내다.

rainbow@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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