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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김상수가 즐거운 표정으로 동료들과 대화하고 있다. 제공=SSG 랜더스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내겐 더 많은 날이 있어, 무슨 걱정 있을까. 하루하루 사는 것은 모두 기쁨일 뿐이야.’

밴드 봄여름가을겨울이 1992년 발매한 ‘농담, 거짓말 그리고 진실’ 앨범 네 번째 트랙 ‘10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 가사다. 봄여름가을겨울은 ‘10년이나 지난 일기를 꺼내어 들었지. 왜 그토록 많은 고민의 낱말들이 그 속을 가득 메우고 있는지. 물론 힘겨운 날들도 많았지만 가끔은 깜짝 놀랄만큼 재미있는 일도 있었다고 생각을 해 봐. 다가올 날들을 상상해보면, 세상은 그렇게 어두운 것만은 아니잖아’라고 노래한다.

SSG 투수 김상수(34)도 요즘 10년 전 일기를 꺼내어 더 나은 내일을 꿈꾸고 있다. 제주 서귀포시 강창학구장에서 1차 스프링캠프를 무사히(?) 마친 김상수는 “지난해 부진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예전 훈련 일지를 꺼내 보고 있다. 훈련법을 돌아보며 내게 가장 맞는 트레이닝법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입단 6년 차이던 2013년부터 훈련 일지를 작성하기 시작한 김상수는 “경험을 쌓는다는 것은 나이가 들어간다는 의미다. 나이에 맞게 몸 관리를 다르게 해야 하기 때문에 나만의 훈련 노하우를 기록해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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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김상수가 제주 서귀포 강창학구장에서 캐치볼 하고 있다. 제공=SSG 랜더스

훈련일지는 철저히 성과중심이다. 하루하루 훈련법과 양을 기록해 실전에서 어떤 결과를 냈는지를 들여다보면, 훈련법이 내게 맞는지를 알 수 있다. 그는 “결과가 좋지 않으면 새로운 노트를 꺼내 다른 일지를 쓴다. 10년간 5~6권 정도 쌓였다”고 말했다. 훈련 일지를 작성하며 몸상태와 투구결과 등을 비교하기 시작한 김상수는 2016년부터 불펜 핵심으로 거듭났다. 선발과 중간을 오가면서도 딱히 보직을 맡지 못했던 것이 자기만의 체계적인 루틴 정립과 함께 팀에 꼭 필요한 선수로 변화를 이끈 셈이다.

지난해 50경기에 출전하고도 4승 3패 5홀드 6세이브 평균자책점 5.09로 만족스럽지 않은 시즌을 치른 그는 “나는 재능을 타고난 선수는 아니다. 노력으로 부족한 재능을 채워야 하기 때문에 지혜롭게 운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훈련 일지가 때로는 후배들이 참고할 만한 중요한 사료로 활용되기도 한다. 그는 “선수생활을 할 때 이것저것 다 해보고, 이를 모두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다. 두 번째 인생은 야구 이외의 분야에서 살고 싶지만, 유니폼을 입고 있는 동안은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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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김상수가 인천군 유니폼을 입고 훈련하고 있다. 제공=SSG 랜더스

SSG는 선발진 안정을 꾀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불펜의 중요성이 더 부각될 시즌이다. 베테랑인 김상수는 “올해는 구위로 타자를 이겨보고 싶다. 제구를 신경쓰다가 이도저도 아닌 공을 던졌다. 구위를 끌어 올려 하이 패스트볼도 강하게 던지려고 노력 중이다.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진 것도 구위 향상을 목표로 설정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끝판왕’ 오승환(40·삼성)을 얘기했다. 그는 “삼성에 입단했을 때 (오)승환이 형과 함께 기숙사 생활을 했다. 그때 몸관리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 큰 영향을 받았다. 존재만으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선배들이 있지 않나. (정)우람이 형도 그렇다. 나도 그런 선배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오승환 정우람 같은 선배가 되려면, 실력이 뒷받침돼야만 한다. 꾸준함은 실력으로 입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상수가 ‘10년전 훈련 일지’를 꺼낸 진짜 이유는 7연속시즌 50경기, 50이닝 이상 투구로 꾸준함을 증명하기 위해서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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