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홍창기, 8회 추격을 알리는 안타
LG 홍창기가 지난 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두산과 경기 8회말 좌전안타를 친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기자] 3년 전이다. 키움 사령탑이었던 장정석 KIA 단장은 이정후의 타순을 1번에서 3번으로 이동했다. 2017년 신인왕을 수상했고 2018년까지 2년 동안 타율 0.338 출루율 0.403로 활약한 리드오프를 클린업에 배치했다. 이에 대해 장 감독은 “언젠가는 3번에 가야할 선수다. 이를지도 모르지만 지금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후 결과는 모두가 알고 있는 그대로다. 2019시즌 후반부터 3번에 고정된 이정후는 ‘3번 타자’가 됐다. 2019년 1번 타자로서 타율 0.323 OPS 0.847, 3번 타자로서는 타율 0.366 OPS 0.861을 기록하며 클린업에 연착륙했다. 3년전 키움에는 박병호(0.959)부터 제리 샌즈(0.939), 김하성(0.880)까지 이정후보다 OPS가 높은 타자가 3명이었는데 김하성을 강한 2번 타자로 기용했다. 시즌 후반 서건창~김하성~이정후~박병호~샌즈로 상위타순을 구축해 한국시리즈까지 올랐다.

현재 LG가 기대하는 지점도 당시 키움과 유사할지도 모른다. LG 류지현 감독은 지난 2년 동안 리드오프로 활약한 홍창기를 3번에 배치했다. 2020년 출루율 0.411, 2021년 출루율 0.456을 기록한 홍창기를 3번에 넣어 4번 타자 김현수와 붙였다. 지난 두 시즌 동안 1000타석 이상을 소화한 LG 선수 중 김현수와 홍창기보다 높은 OPS를 기록한 국내타자는 없다. 이 기간 김현수는 OPS 0.868, 홍창기는 OPS 0.848을 올렸다.

득점력을 높이기 위한 방법은 간단하다. 강한 타자를 붙여놓으면 된다. 지난 2년 동안 LG의 딜레마는 여기에 있었다. 김현수와 홍창기가 가장 강한 타자인데 대부분의 경기에서 둘은 떨어져 있었다. 출루가 뛰어난 홍창기와 팀에서 가장 많은 타점을 올리는 김현수가 확실한 시너지를 이루지 못했다. 이따금씩 김현수가 2번에 배치되며 홍창기와 테이블세터를 이뤘는데 이 경우 클린업의 무게감이 떨어졌다.

[포토] 김현수, 8회 황금 같은 기회 만드는 2루타
LG 김현수가 지난 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두산과 경기 8회말 무사1루 2루타를 치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물론 출루율 4할을 보장하는 1번 타자 홍창기도 놓치기 힘든 카드다. 표본은 적지만 올시즌 성적만 놓고 보면 1번 홍창기(타율 0.326 OPS 0.819)가 3번 홍창기(타율 0.265 OPS 0.653)보다 뛰어나다. 하지만 이정후가 그랬던 것처럼 홍창기도 도루를 30개씩 하는 타자는 아니라는 점, 그리고 클러치 상황에서도 흔들림없이 자신의 타격을 한다는 점(지난 2년 동안 득점권 타율 0.310·올해 3번 타순 득점권 타율 0.300)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 홍창기 3번 배치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이번에도 외국인타자 문제와 마주한 LG로서는 홍창기~김현수~채은성보다 나은 클린업을 구성하기 힘들다. 더불어 홍창기도 이정후처럼 결국에는 3번 타자가 자신에게 맞는 옷이 될 수 있다. 이정후가 그랬듯 언젠가는 가야할 자리라면 미리 가는 게 낫다.

홍창기는 지난 3일 잠실 두산전 후 3번 타자로 출장하는 것을 두고 “3번에 가면서 나도 모르게 생각이 많아졌던 것 같다. 1번 타자로 경기에 나설때는 오로지 출루에 신경을 썼다면 3번 타자에서는 동료들이 출루를 계속 해주면서 불러들여야한다는 생각이 무의식중에 들었던 것 같다”며 “지금은 다시 생각없이 1번 타자 느낌으로 공만 보고 타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전제조건이 있다. 클린업 타자 세 명만으로 점수를 뽑는 것은 아니다. 테이블세터 역시 중요하다. 타율 0.418 출루율 0.500로 활약 중인 2번 타자 문성주의 활약이 지속돼야 한다. 그리고 타율 0.173 출루율 0.290으로 고전하고 있는 1번 타자 박해민이 반등해야 한다. 류지현 감독은 “어느 라인업이 좋은지 지속적으로 보고 있다. 박해민이 5월부터 올라오는 스타일인 것도 고려했다. 이 부분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친정 삼성전 첫타석 2루타 박해민, 선제득점까지[포토]
친정과의 첫 경기를 치르는 LG 1번타자 박해민이 지난달 26일 2022프로야구 삼성라이온즈와 LG트윈스의 경기 1회초 선두타자로 나와 2루타로 출루한후 김현수의 내야땅볼 때 득점에 성공한 후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대구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류 감독의 말대로 박해민은 월별 통산 타격지표에서 4월(타율 0.250 출루율 0.322)이 가장 낮다. 5월에는 타율 0.288 출루율 0.346, 6월에는 타율 0.303 출루율 0.362를 기록했다. 통산 도루 숫자 또한 4월에는 39개지만 5월 51개, 6월 56개다. 박해민이 올라설 때 LG는 가장 강한 클린업을 구축할 수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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