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대전=김동영기자] 공동 최하위 한화가 삼성의 5연승을 막아섰다. 그 선봉에 이민우(29)가 섰다. 대체 선발 개념으로 나갔는데 카를로스 수베로(50) 감독의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호투를 펼쳤다. 구세주나 다름 없다. 덕분에 한화도 연승을 달렸다.
이민우는 17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삼성과 주중 3연전 첫 번째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1실점의 호투를 선보이며 승리투수가 됐다. 이날 한화는 4-3의 승리를 거뒀다.
올 시즌 최고의 피칭이었다. 일단 5이닝 소화가 2022년 처음이다. KIA 소속이던 4월9일 SSG전에 선발 등판해 4이닝 7실점으로 패전을 기록했다. 이후 불펜으로만 6경기에 나섰다. KIA에서도, 한화로 와서도 이민우에게 선발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애초에 한화가 트레이드로 이민우를 데려왔을 때 정민철 단장은 “롱 릴리프와 대체선발로 활용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수베로 감독 또한 “불펜이 이상적인 보직이라 생각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그런데 한화의 상황이 꼬였다. 라이언 카펜터와 닉 킹험의 복귀가 늦어지고 있다. 토종 선발들도 아쉬움이 있다. 선발에 구멍이 생겼고, 이민우를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경기 전 수베로 감독은 이민우의 선발 투입에 대해 “팀의 필요에 따라 선발로 내게 됐다. 선발이 넉넉하지 못하다. 이민우는 불펜이 이상적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상황이 이렇게 됐다. 이해를 바란다”고 설명하며 멋쩍은 미소를 보였다.
이어 “이민우는 장시환처럼 좋은 구위가 있다. 불펜에서 중책을 맡기고자 했으나 지금 시점에서는 선발로 들어가야 한다. 현실적으로 3~4이닝을 막아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5이닝을 막는다면 기대 이상이 될 것이다. 굉장히 잘 던지고 있기에 기대가 된다”고 덧붙였다.
어느 정도 의심을 안고 투입한 이민우였으나 결과는 대박이었다. 포심이 최고 시속 148㎞까지 나왔고, 최저 구속도 시속 145㎞였다. 속구에 힘이 있었다. 여기에 날카로운 커터가 위력을 발휘했고, 커브도 힘이 있었다. 단 1개였지만 포크볼도 구사했다.
4회초 먼저 1점을 내주기는 했으나 4회말 하주석의 역전 투런포가 폭발하면서 이민우의 승리 요건이 완성됐다. 이후 불펜까지 잘 막아내면서 이민우가 승리투수가 됐다. 한화도 2연승이다.
지난해 6월13일 롯데전에서 5이닝 2실점으로 잘 던진 후 승리투수가 됐다. 이후 338일 만에 개인 승리를 품었다. 그 사이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17경기에서 4패만 기록하고 있었다. 당연히 올 시즌 첫 승이며, 한화 유니폼을 입고 거둔 첫 번째 승리다.
‘삼성전’으로 한정하면 더 의미가 있다. 통산 첫 승이다. 9경기에서 4패 1홀드, 평균자책점 5.74에 그치고 있었다. 2019년 8월27일 6이닝 2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QS)를 만들고도 패전투수가 되는 등 삼성만 만나면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날은 달랐다. 삼성 타자들을 압도하는 구위를 뽐냈고, 딱 1점만 내줬다. 지난 2017년 9월14일 1군에 데뷔했고, 이후 1706일 만에 삼성을 상대로 승리를 품었다. 오래 걸렸다.
애초에 큰 기대를 걸었던 자원은 아니다. 3~4이닝만 막아줘도 ‘땡큐’ 수준. 그 이상을 소화했고, 게다가 잘 던졌다. 이날 패했다면 일주일이 꼬일 뻔도 했다.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한화가 얻는 최대 소득이다.
raining99@sportsseoul.com
기사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