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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리브 골프 인베테이셔널 시리즈 CEO 그렉 노먼이 런던 외곽 센투리온 클럽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LA=문상열전문기자]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멤버였던 케빈 나(38·한국명 나상욱)는 ESPN 사이트의 톱 헤드라인 뉴스를 장식한 적은 드물다. PGA투어 우승을 해도 헤드라인에는 등장하지 않았다. 그러나 4일(현시 시간) 헤드라인의 톱을 장식했다.

‘나 PGA투어 사퇴, 리브 골프에서 뛴다(Na resigns from PGA Tour, will play LIV golf)’다. 그만큼 LIV 골프 투어에 관심이 크다는 뜻이다.

케빈 나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것은 나에게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 어디를 가든 팬들이 저를 계속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는 포스팅과 함께 팬들에게 보내는 긴 내용을 서술했다. 지난 주에 발표된 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 출전자 13명의 PGA투어 멤버 가운데 공식으로 사퇴한 첫 번째 골퍼다. 필 미켈슨은 출전자 명단에 아직 없다.

케빈 나는 2001년 프로로 전향했고 PGA투어 19년 경력의 베테랑이다. 통산 5승을 거뒀다. PGA투어 통산 3800만 달러의 상금을 벌었다. 사퇴를 하면서 “투어 사임 결정을 공유하게 돼 슬프다. 쉬운 결정이 아니었고, 가볍게 여기지도 않았다. 현재의 정책이 바뀌어 PGA투어에서 다시 뛸 수 있기를 바란다”며 PGA투어 복귀 희망의 끈을 버리지 않았다.

그러나 PGA투어 제이 모나한 커미서너는 여러 차례 사우디 아라비아의 국부로 출범하는 LIV 골프 출전자에 대한 강력한 징계를 표명했다. 필 미켈슨은 LIV 골프 출전 명분을 내세우면서 PGA투어를 거칠게 비난했다가 오히려 후폭풍에 갇혀 현재까지도 조용한 상태다.

모나한 커미셔너는 현재 오하이오에서 벌어지고 메모리얼 토너먼트에 참가해 선수 에이전트들에게 PGA투어와 LIV 골프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라고 재차 압박했다. 두 투어를 모두 출전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는 11일부터 런던시 외곽 센투리온 클럽에서 막이 오른다. 올해는 8개 시리즈 일정이 잡혀 있다. 미국에서 5차례 대회가 열린다. 40명이 출전하고 3라운드 54홀 노 컷오프다. 총상금 2000만 달러, 우승상금 500만 달러다. LIV는 로마숫자 54를 뜻한다. 18홀 전 홀 버디를 의미하는 골프 꿈의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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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에 출전하는 케빈 나는 4일(한국 시간) SNS를 통해 PGA투어를 탈퇴한다고 발표했다. AP연합뉴스

◆왜 PGA투어 커미셔너는 선택을 강요하나

PGA투어 모나한 커미셔너는 왜 LIV 골프에 강력하게 맞설까. 리그에 대한 도전이기 때문이다. 역대로 스포츠가 발달된 미국, 유럽에서 전통 리그에 맞서는 리그들이 수시로 생겼다가 소멸됐다. 지난해 출범도 하기 전에 사라진 유럽 명문클럽 중심의 슈퍼리그를 봐도 알 수 있다. 미국의 거대한 자본을 끌어 들여 유럽축구연맹(UEFA)의 챔피언스리그에 맞서려다가 영국의 총리, 황태자까지 나서면서 좌절됐다.

늘 그렇지만 후발주자는 선수를 끌어 모으는데 돈이 필요하다. LIV 골프는 돈잔치다. 프로 선수들에게는 돈의 유혹을 뿌리칠 수가 없다. 케빈 나는 LIV에 출전하면서 프리에이전트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다른 종목처럼 FA가 돼 돈을 더 벌려고 하는데 PGA투어가 막는다는 것이다.

PGA투어는 1929년에 출범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PGA투어와 유럽피언투어는 모든 것을 공조하고 있다. PGA투어에 적대적이므로 커미셔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막겠다는 것이다. 메이저 2승 통산 PGA투어 24승을 거둔 더스틴 존슨이 LIV 출전이 발표된 날 캐나다 은행 RBC는 노던아일랜드 그램 맥도웰과 함께 스폰서십을 끊었다. 징계 외의 압박이다.

1982년 미국 최고 인기 스포츠 NFL에 대항해 USFL이 18개팀으로 출범했다. NFL과 시즌이 겹치지 않는 봄과 여름을 택했다. 당시 인기가 좋았던 뉴저지 제네럴스 구단주가 도널드 트럼프였다. NFL 매입에 실패해 USFL로 돌파구를 찾으려했다. USFL은 방송의 지원도 있었지만 실패로 끝났다. 법원에 반독점법(Antitrust Laws)을 제소해 승리도 했다. 하지만 법원은 NFL에 달랑 1달러를 USFL에 주라고 판결을 내렸다. USFL은 3시즌 만에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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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투어 제이 모나한 커미셔너가 지난 4월 RBC 헤리티지 프로-암 대회에서 더스틴 존슨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존슨은 리브 골프 인티테이셔널에 출전한다. AFP연합뉴스

◆LIV는 성공할 수 있을까

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의 성공 여부는 매우 불투명하다. 돈을 쏟아붓는 것은 한계가 있다. LIV의 CEO인 그렉 노먼은 지난 3월 첫 8차례 시리즈에 2억5550만 달러의 상금이 투입된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중심의 스포츠 리그가 성공하려면 방송중계권이 열쇠다. 현재 출전자들은 왕년의 스타들이다. 한때 세계랭킹 1위와 메이저 챔피언은 존슨을 비롯해 세르히오 가르시아. 마틴 카이머, 그램 맥도웰, 루이스 우스트이젠, 찰 슈와첼, 리 웨스트우드 등이다.

현역으로는 존슨이 PGA투어 우승과 메이저 우승 최다로 가장 우수하다. 1억 달러 이상의 돈을 보장받는 계약을 하고 출전한다는 소문도 있다. 그러난 존슨은 팬들이 좋아하는(Fan Favorite) 골퍼가 아니다. 언론도 존슨을 좋아하지 않는다. 방송 인터뷰도 매우 건성으로 하는 스타일이다.

대회는 이번 주에 시작하는데 중계할 방송사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유튜브로는 시청할 수 있다. 현재 PGA투어와 중계권을 맺고 있는 방송사가 CBS, NBC, ESPN으로 올해 초 9년 계약을 경신했다. LIV에 뛰어들 이유가 없다. 방송중계도 없고, 갤러리도 없는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면 이 시리즈는 순식간에 폭락하고 만다. 그동안 유사리그들이 도전했다가 그런 전철을 밟았다. 케빈 나가 “어디를 가든 팬들이 응원해주기 바란다”는 포스팅 이유다.

moonsy10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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