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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우리 팀을 응원하는 팬이지만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이병근 수원 삼성 감독은 2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의 K리그1 17라운드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을 만나 최근 논란이 된 팬 폭행 사건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했다. 이 감독은 다소 격양된 목소리로 “저도 K리그에 그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변명의 여지가 없다. 저도 영상을 보고 부모의 입장으로 굉장히 화가 많이 났다. 우리 팀을 응원하는 팬이지만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라고 일갈했다.

자신의 팀을 응원하는 팬임에도 보호하거나 미온적으로 말하지 않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이 감독조차 ‘쉴드 칠 수 없는’ 질이 나쁜 사건이다. 그럼에도 수원 구단은 이를 ‘해프닝’ 수준으로 표현했고, 서포터 그룹은 ‘같이 점핑을 하려다 그랬다’라는 황당한 핑계로 사건을 무마하려 해 논란을 증폭시켰다.

간혹 축구장에서는 일반 세계의 상식과 기준을 벗어나는 일들이 일어나곤 한다. K리그도 다르지 않다. 문제는 축구가 대중적인 유럽과 K리그의 사정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유럽에선 폭력 사태가 발생한다 해서 축구 인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어차피 축구는 일상이라 팬도 떠날 일이 없다. K리그 현실은 그렇지 않다. 팬 한 명을 모시기 위해 각 구단 홍보, 마케팅 담당자들은 오늘도 땀 흘리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도 K리그를 대중적 스포츠로 발전시키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번 사건으로 인해 수원뿐 아니라 K리그 전체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다. 평소 K리그 소식을 다루지 않는 언론, 매체들도 발 벗고 나서 비중 있게 소식을 전하고 있다. 일부 팬의 몰상식한 행동이 공들여 쌓고 있는 탑을 한 순간에 무너뜨리는 모습이다.

수원만의 일로 한정해서는 안 된다. K리그 일부 서포터의 비상식적 행동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각 구단 관계자나 팬은 쓸데 없는 감정싸움을 하기도 한다.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하고 리그 전체의 브랜드 가치를 끌어내리는 셈이다. 오랜 기간 K리그에 몸 담은 김상식 전북 감독도 “전체적인 팀들의 응원 문화 개선이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 특정 팀의 문제로만 보지 말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라는 의견을 꺼냈다.

정상적인 다수 속에서도 비정상의 소수는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킨다. 스스로 바뀌는 게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지만 제도의 보완이나 강화도 필요해 보인다. 일각에선 서포터가 물의를 일으키면 승점 삭감 수준의 징계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통제 영역 밖에서 일어난 일로 구단이 피해를 입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반론에 설득력이 실린다. 구단의 잘못이 아닌 일로 과도한 징계를 받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그나마 현실 속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것은 응원석 폐쇄다. 이미 연맹 규정에 명시되어 있는 징계인만큼 적극적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혹은 예매 실명제를 통해 징계 팬의 입장을 철저하게 막는 것 정도가 현실 가능한 제도다. 이밖의 다양한 고민을 통해 개선 방법을 찾아야 한다.

확실한 것은 K리그 일부 팬의 일탈이 K리그가 대중적 스포츠로 접근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사실이다. K리그를, 응원팀을 정말 사랑한다면 나만의 소유물로 생각하고 마음대로 행동할 게 아니라 조금이라도 확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K리그는 제자리걸음, 혹은 후퇴할 수밖에 없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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