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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연극 ‘예외와 관습’ 사진 | 김명집 작가 제공

[스포츠서울 | 황철훈기자]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연극 ‘예외와 관습’이 무대에 오른다.

연극집단 반의 34회 정기공연으로 마련된 이번 연극은 오는 21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씨어터 쿰에서 공연된다. 특히 이번 공연은 주요 배역과 7명의 코러스가 다양한 노래와 움직임을 선보여 마치 뮤지컬을 방불케 한다.

이런 노래와 움직임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연극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가미된 부분이다. 브레히트의 원작 희곡에 나오는 시 형태의 대사에 박진규 음악감독이 곡을 붙여 노래로 완성했다.

연극 ‘예외와 관습’은 관습에 충실한 상인이 길잡이, 짐꾼인 쿨리와 함께 사막을 건너는 여행을 그리고 있다. 3명 중 최상위 계층에 속하는 상인과 그가 고용한 길잡이 그리고 가장 낮은 신분인 짐꾼 쿨리가 사막 여행을 하면서 관습에 얽매인 상인에게 착취와 학대를 당하고 결국 상인에 의해 쿨리가 죽임을 당하는 내용이다.

연극 ‘예외와 관습’의 가장 큰 특징은 관객이 단순히 관객을 넘어 극에 직접 참여한다는 점이다. 극 후반부에 재판이 시작되면 그 때부터 관객은 배심원이 돼 재판에 참여하게 된다. 재판부 주도로 상인과 여러 증인들이 들려주는 사건의 전모를 듣고 유죄와 무죄를 직접 판단하고 투표해야 한다.

이번 공연의 특징인 노래와 움직임을 적극 활용한 방식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작품 세계와 관통한다. 1920년대 후반 마르크스주의 성형의 작품을 쓰기 시작한 브레히트는 1933년 나치가 집권하자 여러 국가로 망명해 다수의 시와 희곡을 집필했다. 브레히트의 희곡은 ‘낯설게 하기’ 기법이 특징인데 극중 인물이 관객에게 말을 걸고, 갑자기 조명이 바뀌고 노래하는 장면이 끼어들기도 한다. 이런 방식으로 관객이 극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해 감정이입을 막는 것이 브레히트의 희곡의 특징이다.

다만 재판에 관객들이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설정은 브레히트의 희곡 원작에 등장하지 않는다. 원작에선 재판 장면만 나오지만 연극집단 반에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관객의 배심원 투표를 가미한 것인데, 이를 통해 결말이 더 큰 울림을 만들어 낸다.

극의 중심인 상인 역할은 2011년 제32회 서울연극제 연기상과 2014년 제3회 셰익스피어 어워즈 남자연기상, 2019년 대한민국연극대상 자랑스런 연극인상에 빛나는 장용철이 맡는다. 상인 역할로 더블캐스팅 된 김 천과 길잡이 역할의 공재민, 쿨리 역할의 송현섭 등의 연기도 깊이를 더한다.

또한 코러스로 등장하는 김진영, 이가을, 송지나, 유지훈, 차지예, 박양지, 박성제 등도 노래와 움직임으로 연극을 다채롭게 만든다. 동시에 재판관, 유가족, 숙박업소 사장 등의 다양한 조·단역 캐릭터도 소화해 낸다.

연출을 맡은 김지은 연극집단 반 대표는 “20년 전에도 ‘예외와 관습’을 무대에 올려 관객들이 직접 유·무죄를 투표해 평결을 냈었는데 20년이 지난 현재의 관객들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궁금하다”며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브레히트 희곡이지만 더 많은 관객들과 소통하고 싶어 최대한 쉽게 풀어내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고 말했다.

연극 ‘예외와 관습’은 오는 21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대학로 씨어터 쿰에서 공연된다. 평일은 7시 30분, 주말에는 4시 공연으로 매주 화요일은 쉰다.

colo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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