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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김상수(왼쪽)가 6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KBO리그 SSG전에서 6회말 1사 1,3루에서 2루 도루를 시도한 추신수를 태그아웃 처리하고 있다. 사진제공 | 삼성 라이온즈

[스포츠서울 | 김동영기자] “아무래도 후배들이 하는 게 맞겠죠.”

삼성 김상수(32)가 오랜만에 유격수로 뛰면서 존재감을 뿜어내는 중이다. 3년 전 유격수 자리를 내놓고 2루수로 옮겼다. ‘유격수 김상수’를 다시 보기 어려울 듯했다. 2022년 다시 돌아와 ‘클래스’를 보이는 중이다. 과거 모습 그 자체다. 그러나 김상수는 “좀 꺼렸다”고 털어놨다.

김상수는 삼성 왕조 시절 ‘내야 사령관’으로 군림했다. 유격수는 언제나 김상수였다. 그러나 신인 시절부터 많은 경기를 나가면서 피로가 누적됐고, 몸에도 조금씩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특히 시민구장의 콘크리트 같은 인조잔디는 김상수의 발목 등에 부담을 계속 줬다. 덩달아 타격 지표도 떨어졌다.

201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메이저리그 문턱까지 갔던 유격수 이학주를 지명하면서 김상수는 2루로 옮겼다. 마침 김상수의 수비력이 떨어진 것이 보였던 때이기도 하다. 자연스러운 결정이라 했다. 2019~2020년 2년간 2루수로 뛰면서 안정된 수비력을 보였고, 공격력도 확 살아났다. ‘옳은 결정’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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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김상수가 6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KBO리그 SSG전에서 2회초 좌전 안타를 치고 있다. 사진제공 | 삼성 라이온즈

시간이 흘러 2022시즌 삼성이 줄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루키 이재현이 유격수로 힘을 내고 있었으나 수비를 하다가 오른손 부상을 입으며 장기 이탈했다. 김지찬은 유격수보다는 2루수가 낫다는 내부 결론이 났다. 오선진이라는 또 다른 유격수가 있으나 허삼영 전 감독이 김상수를 다시 유격수 자리에 세웠다. 27일 포항 한화전에서 2루수로 나선 후 유격수로 옮겼고, 28일에는 교체로 들어가 유격수로 8이닝을 소화했다.

이후 계속 김상수는 유격수로 뛰고 있다. 교체로 나가도 자리는 같다. 6일 인천 SSG전에서도 한 건 해냈다. 6회말 무사 1루에서 최주환이 2루쪽 땅볼을 쳤다. 김지찬이 절묘한 핸들링으로 포구한 후 2루로 던졌다. 이 송구가 빗나갔다. 그러자 김상수가 몸을 내던져 공을 잡았다. 다시 2루 베이스로 몸을 날려 아웃. 병살까지 가지는 못했지만, 김상수의 수비가 아니었다면 무사 1,3루가 계속될 뻔했다. 김상수는 김지찬을 향해 박수를 치며 격려했다.

오랜만에 나서지만, 특유의 몸놀림은 여전하다. 안정감과 역동성을 모두 갖춘 유격수다. 왜 지금까지 안 썼나 싶을 정도다. 김상수는 “크게 다를 것은 없다. 연습을 조금씩 해왔다. 가까운데 있다가 멀리 가니까, 아무리 그 전에 10년 정도 했어도 송구가 멀기는 하더라. 한 경기, 두 경기 하다 보니까 적응이 계속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2루수를 본 때와 비교해 송구 거리가 멀다 보니, 발놀림을 빨리 하려고 한다. 우연치 않게 이런 기회가 왔다. 어느 포지션이든 내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하고, 매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 사실 애착이 가는 포지션이기는 하다. 어릴 때부터 했고, 우리 팀이 좋았을 때 유격수로 뛰었다. 마음이 많이 간다. 그래도 2루수로 갔고, 2루에서도 나쁘지 않게 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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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8일 삼성의 2022 스프링캠프에서 김지찬(왼쪽)과 이재현(오른쪽 두 번째)이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 삼성 라이온즈

시즌 초부터 이야기는 나왔단다. 그러나 김상수는 팀의 미래를 봤다. “내가 꺼렸다. 이미 포지션을 옮겼고, 2루 수비도 부족했다고 생각하지 않기에 다시 유격수로 가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김)지찬이나 (이)재현이 같은 좋은 선수들이 또 있지 않나. 팀을 생각하면 나보다 어린 선수들이 하는 것이 맞다. 유격수로 오래 뛸 수 있는 선수를 키워야 한다. 당장은 재현이가 다쳤고, 지찬이도 조금 안 되는 부분이 있기에 내가 하게 됐다. 2루, 3루, 유격수까지 하면 좋은 점도 많을 것 같다. 고민 끝에 유격수로 다시 나가게 됐다”고 짚었다.

길게 보면 이재현-김지찬 키스톤 콤비로 가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이재현은 19살이고, 김지찬도 21살이다. 젊다 못해 어리다. 이들을 이끌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김상수가 그 역할을 맡으면 된다. 게다가 김상수가 아주 많는 아니도 아니다. 주전 유격수로 뛰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스스로는 “실패한 시즌이다”고 했다. 부상으로 길게 자리를 비운 탓이다. 그러나 털고 돌아와 자기 역할을 하고 있다. ‘왕조의 유격수’는 아직 죽지 않았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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