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회말 수아레즈에 이어 등판한 좌완 이상민[포토]
삼성 좌완 이상민이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KBO리그 두산전에서 7회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잠실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김동영기자] 그저 그런 선수라 했다. 뚜렷하게 남긴 것이 없다. 그렇게 10년차. 2022년 마침내 꽃을 피우는 중이다. 알토란같은 활약. NC-넥센(현 키움)을 거쳐 삼성에 테스트를 통해 입단한 좌완 이상민(32)이 주인공이다.

이상민은 올 시즌 삼성 불펜의 한 축을 맡고 있다. 25경기 15.2이닝, 4홀드, 평균자책점 2.30을 만들고 있다. 팀 내에서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선 선수도 아니고, 이닝 소화가 가장 많은 선수 또한 아니다. 그러나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자리를 잡았다.

특히나 팀 내 귀하디귀한 좌완 투수다. 현재 1군 불펜에서 이상민을 빼면 왼손 투수는 ‘좌승현’ 이승현이 전부다. 이승현은 필승조 역할을 맡고 있다. 이상민은 이기는 경기, 지는 경기 가리지 않고 올라온다. 승계주자 실점이 없는 것은 아니나, 어쨌든 자신에게 맡은 임무는 잘 수행하고 있다.

이름난 슈퍼스타는 아니다. 경북고-동의대 출신의 이상민은 지난 201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7라운드에 NC의 지명을 받았다. NC에서는 2013년 8경기 등판이 전부다. 시즌 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넥센으로 이적, 2019년까지 뛰었다.

경찰청 시절을 제외하면 넥센에서 3시즌을 뛰면서 33경기에 나섰다. 2015년 23경기로 가장 많은 경기에 출전했다.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10.71로 좋지는 못했다. 2018년 4경기에 등판했고, 2019년은 1군 기록이 없다. 시즌 후 방출됐고, 테스트를 통해 고향팀 삼성에 입단했다.

상대적으로 마운드가 아쉬운 삼성이기에 이상민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왼손이라는 점도 작용했다. 최근 몇 년간 삼성은 특히나 왼손 가뭄이다. 일단 삼성 첫 시즌인 2020년 17경기 14이닝,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6.43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30경기 24.2이닝, 1승 1패 3홀드, 평균자책점 4.74를 만들었다. 데뷔 후 가장 많은 경기에 출전했고, 이닝도 가장 많았다. 평균자책점도 4점대면 아주 나쁜 것은 아니다. 팀 내 불펜투수 가운데 중간 이상은 된다. 1군 등록일수도 96일로 데뷔 후 두 번째로 많았다.

그리고 2022년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삼성 불펜에서 2점대 평균자책점을 만드는 선수는 이상민 외에 우규민(1.97) 딱 1명이다. 원 포인트 릴리프 역할에 더해 길면 1이닝까지도 소화한다. 불같은 강속구는 없지만, 슬라이더-커브에 체인지업까지 구사하며 타자들을 제압하고 있다.

2013년 입단이니 프로 10년차다. 데뷔 시즌부터 2019년까지 7년간 41경기 출전인데 삼성 입단 후 이미 60경기 이상 나섰다. 1군 붙박이는 아니다. 올해 퓨처스에 있던 날도 66일이나 된다. 대신 1군에 있는 동안은 확실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 추세면 2015년 기록한 자신의 1군 최다 등록일수인 100일도 넘어설 수 있을 전망이다. 오래 걸리기는 했다. 그래도 결국 살아남는 자가 승자인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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