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감독
LG 코치 시절 염경엽 감독. 제공 | LG 트윈스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한지붕 두 가족’의 라이벌 구도가 더욱 첨예해졌다. 일명 ‘엽의 전쟁’으로 재편한 LG와 두산이 잠실벌 맹주 지위를 두고 지략대결을 펼친다.

LG가 염경엽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을 신임 감독에 선임해 ‘엽의 전쟁’이 완성됐다. 두산이 지난달 이승엽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지 한 달여 만이다. 아기자기한 야구를 추구하는 점은 두 신임감독의 공통점이다. 기본기를 바탕에 둔 ‘디테일야구’를 강조한 만큼 두 팀모두 일정부분 색깔 변화가 불가피하다. 한국시리즈(KS)가 클라이맥스로 접어들었지만, 잠실팬은 내년 두 팀의 변화에 벌써 새 시즌을 기대하고 있다.

[포토]활짝 웃는 두산 이승엽 감독
두산 이승엽 감독이 23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두산 2군과 SSG의 연습 경기가 끝난 뒤 덕아웃을 방문해 선수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출발선은 LG가 몇 걸음 앞이다. 두꺼운 선수층에 올해 정규시즌 2위에 오른 힘은 두산이 갖지 못한 점이다. 수년 동안 주축 선수들이 빠져나간데다 7연속시즌 한국시리즈 진출을 일궈낸 이면에 쓸 만한 선수를 뽑아내지 못한 두산으로서는 LG의 두꺼운 선수층이 부러울 수밖에 없다. 지난달 시작한 마무리 캠프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LG 염경엽 감독은 히어로즈와 와이번스에서 감독을 지냈다. 유니콘스 매니저부터 트윈스 운영팀장을 거쳐 와이번스 단장에 오르는 등 프런트 경력도 화려하다. 프런트와 현장 문화를 잘안다는 점은 유연한 운영이 가능하다. 히어로즈 시절 구단주의 현장개입에도 단기간에 팀을 강팀으로 끌어 올린 노하우 역시 LG를 슬기롭게 풀어나갈 힘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LG 지휘봉을 잡고 시즌을 치를수록 표정이 어두워지는 이유를 염 감독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SS포토] 삼성 이승엽, 국민타자의 시상엔 KBO 총재가 직접?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이 4일 오후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LG 트윈스와의 경기에 앞서 한일 통산 600홈런 기념에 대한 시상식을 가진 가운데, KBO 구본능 총재로부터 시상 트로피를 받고 있다. (스포츠서울DB)

두산 이승엽 감독은 화려한 선수경력을 자랑한다. 화려한 이력은 꽃길만 걸어서가 아니다.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린 노력의 결과다.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고, 그 과정에 풍부한 노하우를 쌓았다. 체득한 노하우를 선수들에게 맞춤형으로 전달하면, 두산의 색깔도 바뀔 수 있다. 물론 현대 야구는 코치진이 선수들에게 기술을 가르치는 것에 매우 보수적으로 접근한다. 선수에게 맡기고, 도움을 요청할 때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이 존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이 간극을 좁혀야 성공할 수 있다.

염 감독은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매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든 것을 걸고 LG를 우승팀으로 끌어가겠다는 다짐이다. 성적 부담은 염 감독의 LG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감독 지략이 빛나는 것은 단기전이지만, 팀을 포스트시즌 진출로 이끄는 것은 선수들의 힘이다. 염 감독의 ‘디테일’을 선수들이 빨리 이해하느냐가 관건이다.

[포토]
SK 시절 염경엽 감독.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이 감독은 “초보라는 평가를 받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현역 때부터 늘 1등을 달리던 이 감독의 승부욕이 선수단에 녹아들면, 왕조 재건을 당길 수도 있다. 모기업의 재정 지원 역시 두산의 재기에 꼭 필요한 요소다. 부자구단 이미지가 강한 LG를 ‘헝그리 정신’으로 잡아내는 데 실패한 것은 올해 성적표가 증명한다.

두 감독의 성패는 KBS와 SBS의 대리전이기도 하다. 해설위원 출신 중 우승 영광을 얻은 사례가 없는 만큼, 해설위원 감독을 배출한 양사의 자존심 대결도 팽팽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래저래 볼거리가 많은 ‘엽의 전쟁’이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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