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C_2935
가수 패티김이 7일 서울 영등포구 KBS홀에서 진행된 KBS2 ‘불후의 명곡’ 패티김 편 녹화 중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을 부르고 있다. 사진 | KBS

[스포츠서울 | 심언경기자] 가수 패티김(84·본명 김혜자)은 ‘최초’라는 수식어 없이 설명하기 힘든 디바다. 그는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스탠다드 팝의 선구자’이자 ‘원조 한류스타’로 통한다. 한국 가수 최초로 일본 정부의 초청을 받아 현지 방송에 출연했고, 한국 솔로 가수 최초로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아울러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카네기홀과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했다.

50년이 넘도록 활동하며 이처럼 유의미한 족적을 남겨왔지만, 그런 그에게도 은퇴 10년 만에 오르는 무대는 벅찬 모양이었다. 지난 7일 서울 영등포구 KBS 신관 공개홀에서 진행된 KBS2 ‘불후의 명곡’ 패티김 편 녹화에 자리한 그는 “다시 무대에 서니 60여 년 전 데뷔했을 때 만큼 설레고 떨리고 긴장되고 행복하다”며 감격에 젖은 소감을 밝혔다.

◇나이 잊은 무대 매너·방송 태도, 클래스는 영원하다

한국 대중음악의 전설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흘렀지만, 무대에 선 백발의 디바 패티김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불후의 명곡’을 위해 총 4곡을 준비한 그는 먼저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을 선곡했다. 매끈한 피부와 꼿꼿한 허리, 현란한 무대 매너와 매혹적인 목소리까지, 홀로 시간이 멈춘 듯한 모습에 520명의 관객 모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첫 번째 노래를 완창한 패티김은 “여러분들이 저를 그리워한 만큼 저도 여러분들이 보고 싶었다. 자꾸 눈물 나려고 한다”며 울컥했다. 곧이어 MC 신동엽은 패티김에게 꽃다발을 안기며, “사랑하는 후배들을 위해서 와주신 것만으로도 분위기가 이렇게 확 달라졌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에 패티김은 “사랑하면 볼 뽀뽀”라고 너스레를 떨었고, 신동엽은 그의 오른쪽 뺨에 입을 맞춰 훈훈함을 자아냈다.

불후의 명곡_패티김 편 스틸 (2)
방송인 신동엽(왼쪽),가수 패티김이 7일 서울 영등포구 KBS홀에서 진행된 KBS2 ‘불후의 명곡’ 패티김 편 녹화 중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 KBS

불후의 명곡_패티김 편 스틸 (1)
KBS2 ‘불후의 명곡’ 패티김 편 출연진이 7일 서울 영등포구 KBS홀에서 진행된 녹화에서 ‘서울의 찬가’ 무대를 펼치고 있다. 사진 | KBS

패티김은 2부에서 ‘9월의 노래’를, 3부에서 ‘이별’을 불렀다. ‘서울의 찬가’ 무대는 후배 가수들과 함께 꾸몄다. 특히 그는 전성기 못지않은 실력으로 고음 구간이 있는 ‘9월의 노래’를 가창한 뒤 “10년 동안 목소리가 잠들어 있었다. 몇 주 (연습)가지곤 안 되더라”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도 특유의 쿨한 말투로 “하여튼 끝났다. 할 수 없지, 뭐”라고 말해 환호를 이끌어냈다.

패티김은 녹슬지 않은 가창력과 센스있는 입담 뿐만 아니라 프로페셔널한 면모도 과시했다. 이날 녹화는 3주치 방송 분량을 위한 것으로, 장장 10시간 가량 이어졌다. 중간중간 쉬는 시간이 짧게나마 있었으나, 30대인 기자의 입에서도 곡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쉽지 않은 일정이었다. 그러나 패티김은 시종일관 흐트러짐 없이 녹화에 임해 놀라움을 안겼다.

과연 8대 1에서 18대 1로 껑충 뛴 경쟁률을 뚫고 온 관객들을 만족시킬 만한 무대였다. 참가자 중 한 명인 가수 황치열의 팬이라고 밝힌 관객 A씨는 “선생님의 무대에 감동을 받아서 눈물이 나더라. 선생님 세대는 아니지만, 어머니께서 좋아해서 어릴 때 노래를 들으면서 컸다. 그리고 연세가 있으신데 정정하셔서 놀랐다. 우아하고 아름다우시다”며 감탄했다.

불후의 명곡_패티김 편 스틸 (1)
가수 패티김이 7일 서울 영등포구 KBS홀에서 진행된 KBS2 ‘불후의 명곡’ 패티김 편 녹화 중 ‘9월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 | KBS

불후의 명곡_패티김 편 스틸 (1)
가수 패티김이 7일 서울 영등포구 KBS홀에서 진행된 KBS2 ‘불후의 명곡’ 패티김 편 녹화 중 ‘이별’을 부르고 있다. 사진 | KBS

◇박기영부터 이선희까지, 최선 다하는 후배들이라면 “오케이!”

‘불후의 명곡’ 패티김 편에는 박기영, 옥주현, 빅마마 박민혜, 스테파니와 왁씨, 황치열, 서제이, 억스, 김기태, 포레스텔라, 조명섭, DKZ, 이병찬,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첫사랑 등 총 14팀이 참여했다. 패티김의 수많은 히트곡 중 각각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 ‘사랑은 생명의 꽃’, ‘초우’, ‘서울의 찬가’, ‘못잊어’, ‘빛과 그림자’, ‘사랑은 영원히’, ‘이별’, ‘사랑의 맹세’, ‘사랑이여 다시 한 번’, ‘그대 없이는 못 살아’, ‘가시나무 새’, ‘서울의 모정’, ‘사랑이란 두 글자’를 택했다.

패티김은 참가자들의 본격적인 경연에 앞서 “오늘은 누가 노래를 더 잘하느냐 못하느냐 따지는 것이 아니다. ‘불후의 명곡’에 나오는 가수는 일단 다 1등”이라며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이어 “제가 수십 년 전에 불렀던 노래들을 어떻게 편곡하고 해석해서 부를지 굉장히 기대되고 궁금하다. 경쟁이 아니다. 본인의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오케이?”라며 후배들을 독려했다.

불후의 명곡_패티김 편 스틸 (1)
가수 패티김이 7일 서울 영등포구 KBS홀에서 진행된 KBS2 ‘불후의 명곡’ 패티김 편 녹화에 임하고 있다. 사진 | KBS

불후의 명곡_패티김 편 스틸 (1)
그룹 포레스텔라가 7일 서울 영등포구 KBS홀에서 진행된 KBS2 ‘불후의 명곡’ 패티김 편 녹화 중 ‘사랑의 맹세’를 부르고 있다.사진 | KBS

패티김은 모든 무대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봤다. 깔끔한 고음 처리에는 엄지를 치켜세우거나 탄성을 터트리고, 사연이 있는 노래는 옛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지은 채 집중해 들었다. 흥겨운 편곡에는 손과 다리를 까딱이며 리듬을 탔다. 특히 멤버 전원이 17살인 첫사랑의 귀여운 퍼포먼스에는 흐뭇한 미소와 하트로 화답했고, 황치열이 무대 중 내민 마이크에는 당황하지 않고 노래를 이어 불러 열기를 더했다.

패티김이 아끼는 가수 이선희가 깜짝 손님으로 등장해, 좀처럼 보기 힘든 투샷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패티김은 오랜만에 만난 이선희의 손등에 키스하며 짙은 애정을 드러냈다. 패티김이 롤모델이라고 밝힌 이선희는 “존재 자체가 늘 고마웠다. 선배님들이 각기 다른 길을 보여주시는데 제 성향에는 선배님이 보여주시는 길이 잘 맞았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정말 저를 많이 아껴주셨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한편, ‘불후의 명곡’ 패티김 편은 오는 26일, 12월 3일, 10일까지 3주에 걸쳐 방송된다.

불후의 명곡_패티김 편 스틸 (1)
방송인 신동엽, 가수 이선희, 패티김(왼쪽부터)이 7일 서울 영등포구 KBS홀에서 진행된 KBS2 ‘불후의 명곡’ 패티김 편 녹화 중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 | KBS

notglasses@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