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L-WC-2022-MATCH03-ENG-IRI
이란 수문장 알리레자 베이란반드가 21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킥오프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 잉글랜드전에서 전반 7분 불의의 부상으로 쓰러져 있다. 도하 | AFP연합뉴스

FBL-WC-2022-MATCH03-ENG-IRI
도하 | AFP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메이저대회에서 부상 변수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느끼게 했다. 카타르 월드컵 첫판에서 잉글랜드를 상대로 ‘늪 축구’를 가동한 이란 축구가 주전 수문장의 부상 불운에 휘말리며 대패를 떠안았다.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20위로 ‘아시아 1위’를 자랑하는 이란은 21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 잉글랜드와 경기에서 2-6 대패했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 체제에서 세 번째 월드컵 본선에 나선 이란은 파이브백을 가동하며 사령탑이 지향하는 밀집 방어를 승부수로 띄웠다. 라힘 스털링~해리 케인~부카요 사카가 최전방 공격 삼각 편대로 나선 잉글랜드 공격진에게 공간을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했다.

FBL-WC-2022-MATCH03-ENG-IRI
AFP연합뉴스

그러나 킥오프 7분 만에 이란의 꿈은 멀어졌다. 상대 세트피스 상황에서 변수를 맞았다. 케인이 공을 받아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수비와 골키퍼 사이를 꿰뚫는 정교한 크로스를 올렸다. 이때 이란의 베테랑 수문장 알리레자 베이란반드가 동료 수비수 마지도 호세이니와 얼굴을 부딪쳤다. 둘은 동시에 쓰러졌다.

이후 호세이니는 일어났지만 베이란반드는 무려 6분여 누워 있었다. 이란 의료진이 투입돼 부상 부위를 살폈는데 코에서 출혈이 발생했다. 코뼈 골절을 의심할 만했다. 케이로스 감독은 다급하게 백업 골키퍼인 세예드 후세인 호세이니를 준비시켰다.

그러나 베이란반드는 계속 뛰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전반 14분께 조심스럽게 일어서더니 피 묻은 유니폼 상의를 갈아입으며 골문 앞에 섰다. 경기는 다시 진행됐다. 그러나 2분 뒤 베이란반드는 머리를 들어올리며 다시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워낙 강한 충돌에 코뼈 부상 외에 뇌진탕 증세까지 보인 것이다. 결국 호세이니 골키퍼가 투입됐다.

베이란반드는 이란 축구가 가장 믿는 최후의 보루다. 2014년 A대표팀에 데뷔한 뒤 월드컵과 아시안컵 등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주전으로 뛰었다. 그의 뜻밖에 부상은 케이로스 감독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할 만했다.

SOCCER-WORLDCUP-ENG-IRN/REPORT
로이터연합뉴스

예상대로 베이란반드가 빠진 뒤 이란이 지향하는 ‘늪 축구’는 크게 흔들렸다. 잉글랜드는 메이슨 마운트, 해리 매과이어가 연달아 이란 골문을 흔들었다. 결국 전반 35분 ‘2003년생 신예’ 주드 벨링엄이 헤딩 선제골을 터뜨렸다. 이어 8분 뒤 사카가 코너킥 상황에서 매과이어가 머리로 떨어뜨린 공을 왼발 추가골로 연결했다. 기세를 올린 잉글랜드는 전반 추가 시간 케인의 오른쪽 크로스를 스털링이 문전 오른발 논스톱 슛으로 마무리하며 세 번째 득점에 성공했다.

이란은 망연자실했다. 후반 들어 수비형 미드필더 사에이드 에자톨라히, 알리 골리자데 등을 투입하며 반전을 노렸지만 역부족이었다. 후반 17분 잉글랜드는 사카가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에서 현란한 개인 전술로 이란 수비 2명을 무너뜨린 뒤 왼발로 또다시 골문을 갈랐다.

WCup England Iran Soccer
AP연합뉴스

이란은 후반 20분 골리자데의 침투 패스를 타레미가 오른발 슛으로 만회골을 터뜨렸다. 그러나 6분 뒤 잉글랜드가 다섯 번째 득점에 성공했다. 교체 투입된 마커스 래시포드가 케인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을 파고든 뒤 수비를 제치고 왼발로 밀어 넣었다. 또 후반 44분엔 역습 상황에서 잭 그릴리시가 여섯 번째 골을 터뜨리며 포효했다. 이란은 후반 추가 시간 타레미가 비디오판독(VAR)을 거쳐 얻어낸 페널티킥 기회에서 두 번째 득점에 성공했으나 더는 추격하지 못했다.

이란은 케이로스 감독 체제에서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 ‘한 경기 6실점’하며 굴욕적인 패배를 당했다. 이란축구협회는 월드컵 본선을 두 달여 앞두고 여러 정치적 문제와 얽히며 드라간 스코치치 감독을 해임했다. 이후 케이로스 감독을 복귀시켜 월드컵에 나섰는데, 첫판부터 기대와 정반대의 결과를 떠안았다.

이란은 오는 25일 오후 7시 웨일스와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kyi0486@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