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박준범기자] “한국에서 감독 생각은 없다.”
박항서 감독은 16일(한국시간) 2022 아세안축구연맹(AFF) 미쓰비시 일렉트릭컵(미쓰비시컵)을 끝으로 베트남과 5년 여의 동행을 마쳤다.
박 감독은 베트남 축구 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 2017년 9월 베트남 성인대표팀과 23세 이하(U-23)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에 올랐고, 그리고 스즈키컵(현 미쓰미시컵)에서는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새 역사를 썼다. 2022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에서도 G조 2위로 베트남의 사상 첫 최종예선 진출도 성공했다. 최종예선에서는 실력 차를 실감했지만 중국을 상대로 첫 승을 달성하기도 했다.
박 감독은 17일 화상으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5년간 베트남과 동행을 마쳤다. 아깝게 준우승에 그쳤지만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우승을 못한 아쉬움은 남지만 선수들에게 감사드린다. 이별한다는 것이 마음 아프지만 만남과 헤어짐은 늘 있다. 베트남 축구도 발전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길을 나아갈 생각하고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다음은 박 감독과 일문일답.
-5년 간 동행 마친 소회는?낯선 베트남에 장기간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생각보다 긴 세월이다. 매 대회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돌아보면 부족한 면도 많았다고 생각한다. 후회없이 했다고 생각하지만,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와 헤어진다는 것이 아쉽고 마음이 아프다. 베트남도 한 단계 더 성장해야하고 나도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가장 기억에 남는 건 선수들이다. 운동장에서 혼도 나고 사랑방이라고 할 수 있는 의무실에서 뒹굴고 같이 지냈던 순간이 앞으로도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감독직은 맡지 않는다고 했는데.
베트남과 한국에서는 감독을 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말씀 드렸다. 베트남에서 대표팀 감독 내려놨다. 한국에서는 나보다 훌륭한 후배, 동료들이 많다. 특별히 현장에서 해야할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을 또 5년 동안 떠나 있었다. 현장감도 떨어질 거라 생각한다. 성격상 한 가지 일을 할 때 다른 생각하지 못한다. 대회 중에는 (매니지먼트와) 이야기하지 않았다. 대회가 이제 끝났으니까 미래에 대해 몇가지 안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가족과 상의도 해야 한다. 어떤 곳에서 어떤 일을 해야 가장 적합한지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 축구를 가장 잘할 수 있기에 관련된 일을 하지 않을까 싶다.
-한국에서 유소년 지도도 계획이 없나
유소년 지도도 아직 계획이 없다. 기회가 되면 할 수도 있겠지만, 역량으로 감히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한국이 싫은 건 아닌데 유소년 축구를 베트남에서 할 수 있는 제안은 오고 있다. 고민 중이다.
-대표팀에서 국내 지도자들이 평가절하되는 부분이 있는데.
박항서가 열심히했던 한국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감히 한국 대표팀을 평가할 수 있겠나. 한국에도 유능한 지도자가 많다. 감독으로서 역량은 국내 지도자들이 충분히 대표팀을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왜 국내 지도자가 맡으면 협회에서 지원을 해주지 않는 부분에 대해 의문이 든다. 충분히 대표팀을 맡을 수 있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 협회는 감독의 소신을 지원하는 방패 역할을 해야 한다. 한 번 되돌아봐야 한다. 국내 감독들도 역량이 있다는 걸 인식했으면 좋겠다. 역설적으로 기술위원장을 뵙지는 못했지만, 독일분인데 의문이 든다. 과연 한국 지도자들의 역량을 얼마나 할까 싶다. 어떤 서류나 데이터가 온다고 해서 정확한 평가가 가능할까. 외국인 감독을 뽑기 위해 선임을 했나라는 의아함이 있다.
-행정가의 길도 열려 있는지.
국내에서는 협회나 연맹에 들어갈 생각은 없다. 내가 그렇다고 해서 행정 능력은 없다. 제안이 온다면 고려해볼만 하지만 협회나 연맹은 갈 생각 없다.
-베트남에서 5년은 어떤 의미가 될지.타국에서 인정받기 위해 노력했다. 감독은 결과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결과물 내놓지 못하면 일자리를 잃는다는 것을 잘 안다. 한때 어려움도 있었지만, 비판하는 사람도 있었다. 또 격려해주고 지지해준 사람도 있었다. 그랬기에 5년이라는 세월을 함께 했다. 베트남에 와서 동행해준 이영진 코치에게 감사하다.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소중하다.
-동남아시아에 한국 지도자들이 늘어났는데.
부름을 받으면 능력을 인정받는 것이다. 한국보다 쉬울 수 있지만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 나라의 관습,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 중요한 건 감독이라면 선수로부터 믿음과 신뢰를 받아야 한다. 저보다 훌륭한 분들이니까 잘하리라 생각한다.
-4년 뒤 월드컵 본선 가능성 있는데.그런 욕심 없었다. ‘박수 칠 때 떠나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4년하고 1년 더할 때 결과가 좋든 나쁘든 베트남도 동남아시아에서 어느정도 목표를 달성했다고 생각한다. FIFA 랭킹 100위 안에 들겠다는 목표 이뤘다. 5년째 되면 떠나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다음 감독이 목표를 달성하면 된다. 내 임무는 여기까지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경기 끝난 뒤 어떤 감정이 들었는지.대회 기간 동안 마지막이라는 표현을 2차전에 딱 한 번 썼다. 마지막이라고 하고 싶지 않았다. 교만해질 때 마음을 다잡기 위해 노력했다. 아쉽고 화나기도 했다. 편안해지기도 했다. 선수들과 동고동락하지 못한다는 생각하니까 서운하고 아쉬움이 컸다.
-감독으로 월드컵 출전 욕심은 없는지.월드컵을 경험한 팀과 그렇지 않은 팀은 차이가 난다. 경험이 중요하다. 이번 대회에서 카타르를 보면서 느꼈다. 부족하지만 어떤 팀에서 나를 불러준다면 생각을 해봐야 되겠다. 나를 불러줄 팀이 있겠나.
-한국 팬들께.
우선 한국 팬께 너무 감사드린다. 베트남에서 일하고 있지만 한국인이기에 응원과 격려해준 것을 알고 있다. 부족하지만 열심히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beom2@sportsseoul.com
기사추천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