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2009년 3월 22일 2009 WBC 한국과 베네수엘라의 준결승전에서 추신수가 3점 홈런을 터뜨린 후 1루를 돌며 환호하고 있다. LA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큰 경기에서 강했다. 베네수엘라와 준결승전에서 상대 선발투수에게 선제 3점포, 일본과 결승전에서는 원투펀치 구실을 했던 이와쿠마 히사시에게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꾸준히 안타를 친 것은 아니었으나 필요할 때 홈런을 터뜨리며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빅리거 다운 활약을 펼쳤다. 당시 한국 대표팀 유일한 현역 메이저리그(MLB) 선수였던 추신수(41) 얘기다.

기록이 추신수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추신수는 WBC 7경기에서 주로 5번 타자로 출전해 타율 0.188 출루율 0.409 장타율 0.563 4타점을 기록했다. 안타는 3개에 그쳤으나 3개 중 2개가 홈런이었다. OPS 0.972로 김태균, 김현수와 함께 대표팀 클린업을 담당했다. 클리블랜드 소속이었던 2008시즌 부상에서 복귀해 OPS 0.946으로 활약했던 모습을 국제대회에서도 재현했다.

추신수의 2009 WBC 활약은 오랫동안 회자됐다. 2009 WBC 대표팀 코치였던 류중일 감독은 “타격 훈련을 할 때 타구질부터 다른 선수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타구질이 너무 좋아서 넋놓고 바라만 보기도 했다. 추신수를 보면서 역시 MLB 선수는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고 돌아봤다.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09 한국-베네수엘라
2009년 3월 22일 WBC 한국과 베네수엘라 준결승전에서 추신수가 1회초 베네수엘라 선발투수 카를로스 실바를 상대로 3점포를 터뜨리고 있다. LA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그리고 당연히 4년 후 열린 2013 WBC에서도 추신수는 선발 영순위였다. 지휘봉을 잡은 류중일 감독 또한 추신수의 합류를 원했다. 하지만 추신수는 프리에이전트(FA)를 앞두고 있었고 트레이드를 통한 이적이라는 변화와도 마주했다. 2012년 12월 클리블랜드는 FA를 1년 앞둔 추신수를 신시내티로 트레이드했다.

유니폼이 바뀌면서 포지션도 달라졌다. 클리블랜드 시절 주로 우익수로 활약했던 추신수는 신시내티에서는 중견수를 맡았다. 타순 또한 리드오프로 고정됐다. 중요한 시점에서 큰 변화와 마주했고 추신수는 이로인해 WBC가 아닌 신시내티 스프링캠프에 전념할 뜻을 전했다.

2013시즌 추신수는 신시내티에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팬그래프 기준 WAR 6.4, wRC+ 150으로 펄펄 날았다. MLB를 대표하는 리드오프로 자리매김했고 2013년 12월 텍사스와 7년 1억3000만 달러 대형 계약을 맺었다. 당시도, 지금도 역대 코리안 빅리거 최고 규모 계약이다. FA를 앞두고 일어난 과정들이 성공으로 향한 순간이었다.

추신수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와 1억 3천만달러 대형 FA계약을 체결한 추신수가 2013년 12월 30일 롯데호텔에서 공식기자회견을 통해 FA 계약 막전막후 스토리와 심정을 밝히고 있다.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다시 4년 후 한국에서 열린 2017 WBC에서도 추신수는 승선 후보군에 있었다. 2016시즌 부상으로 인해 48경기 출장에 그쳤으나 한국 대표팀은 추신수의 경험이 팀에 힘을 불어넣어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번에는 소속팀인 텍사스에서 WBC 출전에 반대했다. 잦은 부상과 수술로 몸상태에 물음표가 붙었고 계약기간도 4년이 남은 만큼 추신수가 태극마크를 다는 것을 막았다. 당시 MLB 볼티모어 소속이었던 김현수도 비슷한 이유로 WBC에 불참했다. 거의 모든 국제대회에 참가했던 김현수가 유일하게 불참했던 대회가 2017 WBC였다.

추신수는 최근 당시 상황을 돌아봤다. 그는 텍사스 댈러스 지역 한인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2016년에 시즌 중 부상을 4번 당했다. 종아리가 끊어질 뻔해서 8주 동안 쉬고, 허리도 수술하고, 데드볼 맞아서 손목도 부러졌다. 그리고 2017년을 맞이하는 캠프에서 구단에게 WBC 때문에 이야기를 했었다”며 “당시 단장님이 ‘절대 안된다’고 했다. 우리가 너에게 주는 연봉이 얼마인데 가서 다치면 어떡하나고 했다”고 회상했다.

어디까지나 만약에 불과하지만 추신수가 2013, 2017 WBC에서 합류했다면 한국 대표팀은 더 나은 성적을 거뒀을지도 모른다. 반대로 대표팀이 지난 두 번의 WBC에서 선전했다면 추신수가 불참한 데에 따른 아쉬움도 적었을 것이다. 2021년에 열린 도쿄 올림픽, 그리고 다가오는 2023 WBC에서 추신수의 소속은 MLB가 아닌 KBO리그다. 소속팀인 SSG에서 여전히 꾸준히 출루하지만 전성기가 지난 만큼 대표팀 선발에서는 제외됐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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