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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전 SK 감독. 사진제공 | 헐크파운데이션

[스포츠서울] 오프라 윈프리는 어느 졸업식 축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열정이 피어날 것입니다”라고. 윈프리의 말처럼 많은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고 ‘즐기는’ 일을 할 때 열정이 생겨난다고 믿는다. 그래서 누군가가 직업 선택을 고민하면 ‘네가 좋아하는 일(즐거워 하는 일)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직업을 택하라’고 조언하곤 한다.

이와 반대되는 주장도 있다.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중요하다고 믿는 일,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을 할 때 열정이 자라난다고 한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 그 일을 즐기지 못할 뿐만 아니라 결국에는 그 일을 싫어하게 될 거라고 충고하는 측이 있다.

지난 53년간 오로지 야구라는 한길로 걷다가 현장을 떠나 낯선 라오스로 건너가 제2의 삶을 살게 되면서 나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의미 있는 삶이 무엇이라는 것을 깨달으며 인생 후반부부터 즐거운 노년을 시작하고 있다. 44년간 현장에서 최고가 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척박하고 매 마른 그라운드에서 얼마나 많은 몸부림을 치며 달려왔는지… 도대체 무엇을 위해 그렇게 몸부림 치면서 달려왔을까?

젊은 청년들이나 어린학생들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젊은 시절에는 즐겁고 재미있고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깨닫는 성인이 되어서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삶을 살 때 진정 행복의 길로 걷는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평생 야구라는 한길로 달려왔다. ‘가치와 의미’를 갖는 노년으로 살기 위한 길을 가고 있다. 이전에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참 행복을 느끼며, 날마다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시작했던 곳이 난생 처음 가 보았던, 동남아에서도 가장 열악하고 못사는 라오스다. 라오스로 내려가 야구를 전파한지 어느덧 10년이 됐다. 그들과 함께 야구를 시작하면서 나도 작은 꿈을 갖게 됐다. 척박하고 아무도 가지 않는 동남아에 작은 희망을 안고 그들에게 야구를 전파하게 됐다.

솔직히 모든것들이 불가능하고, 열악하고, 도저히 야구를 받아 드릴 수 없을 것 같은 환경이었다. 이들에게 작은 희망을 주기 위해 무작정 그들과 함께 야구를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했던 일들이 드디어 10년 만에 라오스에서 최초로 국제야구대회를 열게 됐다.

지난 수년 동안 하나씩 했다. 스텝 바이 스텝이다. 꿈에만 그리던 라오스에서의 국제야구대회가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았다. 라오스에서 국제야구가 열릴 것이라고는 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나도 반신반의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희망을 품게 됐고, 꿈을 꾸게 됐다.

이 일을 시작하면서 느낀 것은, 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의심을 갖고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고, 할 수도 없다. 한 번 도전하겠다는 생각을 가졌다면 좀더 구체적인 청사진들을 그려보기로 했다.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라오스에서 국제야구대회가 열린다는 것에 솔직히 믿어지지 않았다. 현실이 된다는 것에 감격하지 않을 수가 없다. 지난 10년 동안 제인내 대표와 ‘어떻게 해야 라오스에서 국제야구대회를 열 수 있을지’에 대해 끊임 없이 공부하고 연구했다.

국제야구대회를 열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시급한 일이 국제대회를 열 수 있는 야구장이었다. 라오스에서 야구장을 짓기 위해 몇 년 동안 뛰어 다녔다. 정말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다녔다. 그리고 국제야구대회는 반드시 라오스에서 먼저 시작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내 간절한 생각이다.

위치 때문이다. 교통의 요지다. 동남아 각국에서 육지를 통해 얼마든지 버스를 타고 올 수 있고, 또 비행기를 타고 올 수도 있는 곳다. 라오스가 교통의 요지라 라오스를 걸치지 않고서는 옆 나라로 갈 수 없다. 지리적으로 좋은 위치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제야구대회 하기에도 한결 수월하고 쉽게 올 수 있는 나라다.

2014년 11월12일 처음 라오스 들어갔을 때만 해도 현실적으로 모든 것들이 다 불가능하고, 야구를 전파한다는 자체가 솔직히 0%였다. 가망도 없고, 희망도 없어 보였다. 그래도 한 번 시작해 보자는 심정으로 시작했던 것이 여기까지 왔다.

‘Never ever give up’이 내 인생 철학이다. 도중에 포기하는 것은 내 인생철학과도 맞지 않는다. 그렇기에 낙심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열심히 달려올 수 있었다. 라오스에서 야구를 시작하고부터 지금까지 나의 깊은 내면에 언젠가는 반드시 라오스가 중심이 되어 국제야구대회가 열릴 것이라는 꿈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 언젠가는 반드시 그 꿈을 이룬다’는 것을 믿고 시작했다. 10년이란 세월이 흘러 결국 현실이 됐다. 오는 24일부터 26일까지 라오스에서 처음으로 국제야구대회가 열린다. 혼자였다면 절대 이런 기적은 일어날 수 없었다. 여기 오기까지 정말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다. 그 고마움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그들과 함께 손을 잡고 끝까지 달려가려고 한다.

이만수 전 SK 감독 · 헐크 파운데이션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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