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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프로축구 K리그가 ‘불혹(不惑)’의 40주년을 맞았다. 출범 원년인 1983년 5개 팀으로 출발해 여러 차례 진화를 거친 K리그는 2023년 1,2부 25개 구단 체제의 거대 시장으로 변모했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최다 우승(10회)을 차지한 리그이기도 하다. 수치로 보는 K리그의 대외 경쟁력은 지속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열악한 축구 산업 환경 속에서 기업구단은 갈수록 투자 규모를 줄이고 있고, 시도민구단은 정치적 희생양이 되고 있다. 관중 동원력이 떨어지는 팀도 즐비해 ‘그들만의 리그’에서 완벽하게 벗어나지 못했다. 스포츠서울은 4회에 걸쳐 마흔 살이 된 K리그의 현실을 짚어보고,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제언을 담아보고자 한다.<편집자주>

[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프로축구 K리그는 1983년 출범 이후 40주년을 맞기까지 질적·양적 성장을 꾀했다. 다만 여전히 찬밥 신세를 못 면하는 구단 사무국을 화두로 한 ‘인적 인프라 개선’은 답보에 빠져 있다.

축구단의 꽃은 늘 선수단으로 비친다. 그러나 구단 역사를 지탱하고 문화를 조성해나가는 핵심은 ‘유일한 정규직’인 사무국 직원이다. 국제 축구계에서 축구단의 가치는 갈수록 성적 그 이상의 것을 요구받고 있다. 특히 사회적 가치 실현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기술, 경제, 사회, 문화 등 미래 사회의 변화와 트렌드를 전망하며 구단을 경영하고 브랜드화하는 건 필수 요건이 됐다. 과거 대다수 구단이 직원 채용 과정에서 축구에 대한 열정 중심으로 들여다봤다면, 지금은 분야별 전문성과 통찰력을 지닌 인재를 수급하려고 경쟁한다. 자연스럽게 축구단엔 축구를 좋아하면서 외국어에 능하고 국제 업무 능력을 지닌 ‘고스펙’ 자원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문제는 대다수 인원이 업무 환경에 실망하며 축구 분야를 떠나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본지가 지난 5년간 K리그 1,2부 22개 구단(지난해 창단팀 김포 제외)에서 퇴사한 인원을 파악한 결과 ‘5년 차 이하 직원’이 60% 이상이었다. 기본적으로 ‘박봉’이 따른다. 대부분 최저임금 수준에 맞춰 채용한다. 경력직으로 입사해도 임금 인상 폭이 크지 않다. ‘열정페이’라는 말은 여전히 존재한다. 축구단 업무는 기본적으로 평일 뿐 아니라 경기가 열리는 주말까지 이어진다. 여러 구단이 ‘대휴 형태’로 휴식을 보장하나,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좋아하는 축구를 벗 삼아 유능한 행정가를 꿈꾸고 입사한 인재가 이른바 ‘현타(현실 자각 타임의 줄임말)’에 빠지며 사표를 던지는 주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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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K리그1 11개 구단(김천 상무 제외)이 지출한 선수단 연봉 총액은 1208억6064만 원이다. 1인당 평균 연봉은 2억8211만 원. 전년(평균 2억4900만 원) 대비 3200만 원정도 상승했다. K리그2 11개 구단 연봉 총액은 496억4184만 원이었으며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2229만 원이었다. 1,2부 선수 모두 평균 ‘억대 연봉자’가 활동한다. K리그에서 사무국 직원으로 일하면서 억대 연봉을 받는 건 대표이사, 단장 등 일부 고위 관계자밖에 없다. K리그는 오랜 세월 1년 예산에서 선수단 인건비에만 최소 50%에서 70%를 사용하고 있다.

사무국 직원이 비전을 못 찾고 퇴사 러시가 이뤄지는 건 단순히 금전적인 문제만이 아니다. 대체로 사무국 규모가 작다 보니 스스로 전문성을 발휘해야 할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업무를 병행한다. 또 행정가의 미래를 그리며 바라볼 만한 구단 내 ‘롤모델’이 부족하다. 특히 시도민구단은 선거에서 구단주인 시장이나 도지사가 바뀌면 일부 낙하산 인사로 자리 잡은 이들이 축구단 요직을 차지하면서 기존 주력 요원이 밀려난다. 한참 열정을 다해 업무한 저년차 직원은 사기가 떨어지고, 정책의 연속성을 그리기 어렵다. 새로 온 상사가 지향하는 일만 수행, 매번 ‘새로운 실무’만 하다가 지쳐 축구단을 떠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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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구단 직원도 장밋빛 미래만 꿈꿀 수 없다. 시도민구단보다 안정적인 직책을 수행하나, 대표이사나 단장 등 구단 주요 실무 책임 보직은 모기업에서 일하던 임원이나 셀럽 축구인이 자리를 꿰차는 게 일반화됐다. 올 초 포항 스틸러스에서 27년간 실무를 경험하며 산전수전 겪은 이종하 씨가 신임 단장에 선임된 게 흥미로운 뉴스거리로 다뤄진 이유다.

최근 A구단을 퇴사한 30대 B씨는 “K리그가 시스템·시설 인프라는 선진리그 수준으로 올라선 게 사실이다. 다만 전문성을 지닌 주요 실무자를 10년, 20년 장기적으로 키우는 일본 J리그 등과 비교해서 K리그는 ‘실무 뺑뺑이’만 돌다 끝나는 분위기”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직원이 신나게 일하고 성과 내면 인센티브도 받고, 더 높은 자리에서 다른 업무도 경험해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 내가 퇴사한 결정적인 이유는 먼저 입사한 선배가 같은 생각을 하면서다. ‘내가 바라볼 곳이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소연했다.

C구단 단장은 이런 현상에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 가장 안타까운 건 사무국 비전이 약해지면서 다양성을 지닌 구단이 줄어드는 것 같다. 정치적 풍파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시도민구단은 전문경영인 제도 도입으로 사무국 새 미래를 여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또 프로연맹도 테크니컬 디렉터 의무 도입(2026년)처럼 모든 팀에 일부 제도를 강제하기보다 구단 여건에 맞게 운영에 관한 자율성을 줬으면 한다. 그래야 구단도 인재를 효과적으로 영입하고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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